어선어업에서도 고수온 피해 호소, 통영수협 위판고 급감 잠수기 보름간 조업 중단까지

통영수협 도천위판장

“양식장 고수온 피해가 이달 중순부터 났다는데, 어선어업은 이미 벌써 이달 초부터 출어 경비도 못 건질 수준으로 힘들다”

바다 수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현상 지속으로 가두리양식장 어류폐사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어선어업에서도 가두리양식 못지 않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통영지역 어선어업 어획물 유통의 주요 창구인 통영수협 위판장은 최근 눈에 띠게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8월 들어 어획량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한데다, 위판장에 나오는 물고기도 좋은 가격을 받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통영수협 도천위판장 관계자는 “일단 고기가 워낙 안 잡힌다. 그나마 잡힌 고기는 살아있는 채로 위판장으로 오기 어려운 여건이다”며 “저층 수온은 낮은 편인데, 잡힌 고기가 표층으로 끌어올려지고 배 위에 올라오면서 고수온에 쇼크로 죽는다”라고 설명했다.

어획한 물고기를 살아있는 상태로 경매장에 내놓기 어려워지자 활어위판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으로, 위판고 감소는 통영수협 본소에 비해 활어 비중이 큰 도천위판장과 삼덕, 견유위판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통영수협 도천위판장 어획고는 52,211kg 위판 금액 64,548만원이다. 지난해 8월 한달간 어획고가 106,685kg 총 금액 91,742만원임을 감안하면 물량과 단가가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도천위판장 관계자는 “가두리양식장이 고수온 어류 폐사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5톤 이하 소형어선 영세어민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해보셔야 한다”며 “양식장 경우 고수온으로 인한 개인 재산피해를 주장할 수 있지만, 정작 영세어민은 고기가 안 잡혀도 피해를 말하고 어디서 보상을 받을 근거가 없다는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연안외줄낚시어선 선장 박모씨는 “30년 넘게 어부생활 하면서 이런 시절은 처음이다. 고기를 잡아서 배에 올리면 열에 일곱 여덟은 죽어버린다. 고수온에 양식장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사업규모도 있고 나름 보험도 있다. 그런데 영세어민은 고기가 안 잡히면 당장 생계를 걱정할 처지다. 추석 대목 앞두고 막막한 심경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수온으로 인한 조업 위축과 어획 감소는 통영수협 뿐 아니다. 낚시나 그물이 아닌 채취어업은 더욱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잠수부와 해녀들은 “바닷물이 뜨거워서 작업을 길게 하기 어려운 여건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통영수협 도천위판장에서 해저터널 방향으로 약 100m에 위판장을 둔 제1,2구 잠수기수협 통영지소는 해삼, 자연산 멍게, 전복 등을 주요 어종으로 하고 있다.

잠수기 선주인 통영잠수기자율관리공동체 한상헌 위원장은 “잠수부가 내려가서 보면 바위틈에 있어야 할 소라가 밖에 나와 죽어 있고, 전복이 빈껍질인 경우도 많다”며 “채취해온 어획물도 중매인들이 잘 안 사려하고, 그나마 어찌어찌 팔리는 것은 어가가 형편없이 낮다”며 한숨이다.

어획고가 급감하며 출어 비용 대비 적자운영으로 이어지자, 잠수기 어선들은 예전같으면 조업이 한창이었을 지난 1~15일 아예 출어를 포기했다. 잠수기수협 위판장도 휴장을 이어오다 지난 22일에야 경매를 재개했다.

올 여름 첫 경매가 된 지난 22일 잠수기수협 통영위판장에 돌멍게는 평년 절반 수준인 1kg 4,000원대로 어가가 형성됐다. 소라도 마찬가지로 평년 절반 수준이 됐다.

잠수기수협 통영지소 관계자는 “잡는어업에서는 이미 이달 초부터 고수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면 맞다. 양식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크게 눈에 뜨이지 않아서였을 뿐, 덜 힘든 게 아니다”며 “바다에 배 끌고 나가 봐야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길다. 오죽하면 한창 작업해야 할 시기에 보름 넘게 위판장을 안 열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채취어업에서는 적조세력 확산도 걱정거리다.

자율관리공동체 한상헌 위원장은 “지금은 비가 안 와서 걱정이지만 비가 와도 적조세력이 강해질 걱정에 답답하다”며 “양식어민도 아닌데 적조를 왜 걱정하냐고. 혹시 적조가 와서 황토를 대량 살포하면, 뜨거운 물에 쪄죽었던 전복 멍게 소라가 이어서 황토에 질식해 죽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잠수기수협 통영지소 위판장

 

잠수기수협 통영지소 위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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