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철이면 우리바다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이름하여 '마비성패류독소'가 그 주인공이다.

마비성패류독소는 남해안에서 해마다 3월에서 6월 사이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다른 환경오염물질들처럼 근래에 나타나게 된 현상도 아닌 산업화 이전부터 연안에서 출현하던 자연현상이다.

마비성패류독소는 북미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옛날부터 잘 알려져 왔으며, 1700년대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 도처에서 중독사고가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중독에 의한 사망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이 독소는 사람을 치사시킬 수 있을 만큼의 고독성을 가지며, 수산경제는 물론 국민 보건위생안전에 위협인자가 되므로 세계 각국에서는 마비성패류독소로 인한 중독사고 방지를 위하여 패류 중의 허용기준을 설정하여 연안해역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비성패류독소는 알렉산드리움(Alexandrium sp.)이나 김노디니움(Gymnodinium sp.) 등과 같은 편모조류에 속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생산하는 독소로, 이러한 독소가 축적된 패류를 사람이 섭취하고 중독되면 마비를 유발하게 된다.

중독 원인물질은 플랑크톤이 생산하지만 패류독소라는 명칭이 붙여진 것은 독소를 생성하는 원인생물이 밝혀지기 전에 이매패류에서 주로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마비성패류독소는 특정한 한 성분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삭시톡신(saxitoxin), 고니오톡신(gonyautoxin) 등 여러 가지 유독성분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이유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패류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활발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수온이 더 상승하게 되면, 독성을 가진 식물성플랑크톤은 소멸하게 되고, 마비성패류독소 또한 패류의 체내에서 빠져나가게 되어 소멸하게 된다.

마비성패류독소 중독은 대부분 독화된 패류의 섭취로 인하여 발생한다.

마비성패류독소 중독증상은 경증인 경우에는 식후 5~30분 사이에 입술 주위에 감각이 없어지는 마비증세가 나타나고 점차 얼굴과 목으로 확산되면서 손발끝이 따끔거리며 두통, 메스꺼움도 동반한다.

중증인 경우에는 언어장해와 팔, 다리의 마비, 가벼운 호흡곤란의 증세와 맥박이 빨라진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근육마비와 격심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한다.

통상 12시간 이내에 사망하고 이 위기를 넘기면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마비증상은 복어독의 중독증상과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수산물 수출을 위하여 미국, EU, 일본 등 외국과 수산물 위생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수출용 패류생산지정해역 또는 지정해역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있는 해역에 대하여 1979년 11월과 12월에 남해안 일부 지역에 대한 마비성패류독소 예비조사를 실시한 후 1980년부터 매월 1회 이상 본격적인 모니터링이 시작되었다.

2017년 현재, 패류독소가 발생하지 않는 시기에는 남해안의 주요 패류양식장과 주변 해역에 대하여 매월 1회의 정기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기준치(0.8mg/kg, 식품공전) 이하로 검출되는 해역에는 주 1회, 기준치를 초과하면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기준치 초과해역을 설정하고 조사주기를 주 2회로 강화하며, 시·도 등 지자체에서는 패류채취 금지조치(채취금지 명령서 발부)를 이행하게 된다.

주 2회로 강화된 조사는 2주(14일) 연속조사에서 2회 이상 기준치 이하로 검출될 경우 패류채취 금지조치가 해제되게 된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주요 대형시장 및 집하장에서 유통되는 패류를 대상으로 패류독소 검사가 강화될 뿐 아니라 어업인 및 행락객에 대한 패류채취 금지해역 홍보 강화를 위하여 입간판, 현수막도 설치된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대국민 보건위생안전 확보를 위하여 언론기관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패류독소 속보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마비성패류독소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기준치를 초과한 해역에서 생산되는 패류는 아예 섭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비성패류독소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미생물과는 달리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 중독사고를 살펴보면, 모두 자연산 지중해담치 또는 홍합을 삶아먹고 발생하였으므로 봄철 채취금지 조치가 내려진 연안의 갯바위나 뗏목, 선박 등에 붙어있는 패류는 절대 채취하거나 먹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시중에 유통되는 패류는 안전한 것일까? 대답은 '안전하다'이다.

봄철 패류독소 발생에 관한 언론보도가 있으면 패류는 무조건 섭취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마비성패류독소가 발생하는 지역에 대하여는 정부 차원에서 안전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므로 시장에 유통되는 패류에 대하여는 안심하고 섭취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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