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천석, 『노란 손수건』, 샘터
감수성과 자존감의 회복, 상실수업이 필요한 모든 분께 권한다. 갖고 있는 책의 판권을 보니 1975년 초판, 82년 재판이다. 10년 전 이미 200쇄를 돌파했다.

'국민학교 오후반' 학교도서관 장서정리 기간, 쌀포대에 담겨 버려지던 책더미에서 만난 '인생책'이다. <재회><아우슈비츠의 선물><진주 목걸이><노란 손수건>은 눈물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없으리. 가족상실, 전쟁과 인권, 가족애, 시민의식, 연대, 기다림, 꿈 등의 단어와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 가치사전이 되었다.

<불멸의 로맨스>로 시인을 꿈꾸었고,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은 해양스포츠 부전공자로 이끌었다. 버큰헤이드호의 선원들이 승객 중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구하고 자신들이 가장 나중 탈출했던 일화(올해 출간된 『버큰헤드호 침몰사건』에 자세히 소개됨)는 세월호 참사를 안타깝게 되짚어준다. 구조된 승객과 배를 지키던 선원들의 모습이 대비된 115쪽의 삽화를 보며, 미수습자 9명도 '금요일'엔 돌아오길 '모두가 함께 기다리고 있음'을 전한다.

2. 이오덕,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 고인돌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시집이다. 수록된 서시 <참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처럼, '어린이와 함께/이름 없이/가난하게 살아가는 자여,/그는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알 것'이다. <동시를 쓰랍니다><세상이 새롭게 보이더라-한나에게><시를 어떻게 써야 합니까><아이들과 까치 새끼>에서 만나는 어린이의 철학과 사유를 어른이 되어 다시 생각하는 시집.

3. 노혜경,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실천문학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앞당기는 힘은 고통에 가 닿는 능력에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시집이다. 우리 생의 잔인한 '4월'과 찬연한 '5월'을 위로하면서, 스며들고 기다리는 능력, 불가능에 대한 잠언을 들려준다. 지난 겨울은 광장에 나서서도 따뜻했다. 길바닥에 앉아서도 자존으로 당당했던 건 우리에게는 꿈꾸는 삶이 있지 않았던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대답 때문. 시의 말을 빌어 '주문'을 외워봄.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내가 가고 있다고'.

4. 이세 히데코,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청어람미디어
자녀와 가족의 일기, 편지, 부모님의 비망록, 사진 등을 손수 묶어 간직하고 싶은 독서동아리 분들께 특히 권한다. 식물도감 한 권이 다 닳도록 읽던 소녀가 책을 수리하는 장정 전문가 '를리외르 할아버지'를 찾아가 자신만의 책을 다시 갖게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세대를 넘는 소통의 풍경은 책이 주는 선물. 한 권의 책이 '인생책'으로 등극하는 감동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리라. 당신의 인생책과 삶의 조력자는 누구인가, 어서 책장을 살펴보시길.

여고 졸업 후 3년간, 겨울마다 인쇄공장에 다녔다. 졸업앨범 공장이라 수제제본이 혼합된 작업이 많았다. 무선제본, 떡제본, 세양사, 헤드밴드, 가름끈, 접지, 재단, 사철, 정합, 실크스크린, 동판까지 조금씩 익혔고, 식권을 아껴 버스비와 시집 사는 데 보탰다. 여고생은 시인이 되어 책방을 열었고, 양장제본과 헌책·타자기 수리도 하고, 점자도서관 낭독봉사를 하며 산다.

* 이민아 시인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낭독서점 詩집>을 운영하며 시와 그림책, 인문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기다림과 약속의 연대를 지켜가는 이들의 공유서재를 꿈꾸며 낭독여행을 떠나는 동네 북노마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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