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저축은행 감사실장 선기화(재경통영중고동창회장)

'통영이다.'와 '통영하자!'사이
tv를 보던 아내가 '통영이다'라고 외친 것은 남편 고향이 화면에 나오니 보라는 신호이다. 가서 보니 시대의 이야기꾼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가 통영 가는 버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자리에 객지에 나온 자긍심 있는 통영사람이 탔다면 무엇을 이야기하고 보여줄 수 있나 고민해 보았다. 많이 부족하지만 구호로서는 "아름다운 통영, 멋진 통고, 우정과 연대를 위하여!"이다. 서울에서 통영고 나온 선후배 동기들이 축구로 자웅을 겨뤄 우승상금은 모교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행사의 지향이자 구호이다.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누리고 자란 우리는 의무감과 함께 참된 미적 감수성과 문화적 소양을 갖고, 타자의 관계, 공동체를 지향할 때 멋있다 말 할 것이며, 경쟁사회, 메마른 사회에서 실천의 몸짓으로 우정을 말하고, 공감과 배려에 기반하여 연대를 실천에 대한 기대까지 반영하고 싶었다.

최소한 우리끼리 만날 때는 적어도 졸부근성은 빼면 된다는 태도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사람들의 실천이 재경통영중고동창회가 말한 "통영하자!"라 나는 감히 말한다. 두루 어울려 문화로 세상을 공감하고 리더하는 그런 문화적 통영인을 서울에서도 꿈꾼다.

생물권정치학시대에서의정치와교육_ 한나 아렌트와 유교와의 대화, 이은선 지음
이 책의 저자 이은선은 한나 아렌트라는 실천철학자의 시각과 동아시아 유교전통 핵심개념을 연결하고 친절히 이해 시켜 주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나찌전범재판기록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약의 평범성' 즉, 이 악행이 끔찍한 악행자의 어떤 병리학적 약점이나 이데올로기에서 근원을 따질 것이 아니라, 그의 유일한 인격적 특징은 아마도 특별한 정도의 '천박성'이라고 알려주었다.

이은선 교수의 이 책이 한나 아렌트 여러 명저로 이르는 등대가 되어, 2014년 여름 푹 빠져 있었다. 이 책이 말하는 생물권(生物圈) 정치학에서의 생물은 만물을 낳고 살리는 책임과 행위의 언어로서 우리가 처한 정치와 교육영역에서 질문을 만들고, 답에 접근하려 했다. 한나 아렌트의 실천철학과 동아시아 유교전통에서 마음 철학의 대가들과의 과감한 접촉이 열쇠임을 깨닫게 된다.

'효자'와 '우정'이라는 단어가 오늘날 박절한 자본주의를 사는 가장(家長)들이 배우자로부터 혐오스럽게 옮겨질 때가 우린 많이 슬펐다. 우리는 삶의 고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그 사실은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충분히 좋다(선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진짜 실패로부터 구원받는 일이며, 다음 세대에 전해줄 우리세대의 역할이다. 이런 사람을 동아시아 유교전통에서는 '효자'라 말한 것은 경이롭다. 박절한 서울생활과 나를 키워준 통영이 서로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제로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역할을 하였다.

자연, 랄프 왈도 에머슨 저
어느 후배가 통영사람의 특성에 대하여 정의하기를 "나는 나다", 인간관계의 측면에서는 "니가 뭔데"라 하는 데 나도 공감했다. 자립의 존재로서 절대적 존재와 일대일로 맞서려는 만용적 패기가 읽힌다.

"인간의 순응심이 자립을 막는 가장 큰 적"이라고 개척시대 살던 미국사람 랄프 왈도 에머슨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주적 삶의 방식이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경제적인 삶의 방식임을 증거한 <월든>의 저자 생태주의자 소로우에게 스승이 되었고,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에 가장 깊은 자립정신의 은사가 된 점, 버락 오바마가 성경 다음으로 감명받은 책의 저자이면 우리도 조금 관심이 간다.

자립 정신의 기초에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자신의 마음 속에서 자신에게 옳은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도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천재이다"에 "어린아이의 비순응적 무관심을 가장 건강한 인간성의 태도"라 칭하면 어찌 통영사람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에머슨은 "우리는 삶의 표면 가운데에 살고 있으며, 삶의 진정한 기술은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이다" 미끄러지기 쉬운 삶의 빙판 위에서 좌우의 균형을 잘 잡고 삶의 기술로서 스케이트 타는 법을 터득한다면 삶의 양극적 요소들로 인한 모순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우아하고 달콤하며 시적인 동작"을 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고 싶다.

서울에서 통영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산하를 주유하며 이야기 향연을 벌인다면 내가 초대하고 싶었던 유럽인, 미국인은 단연 한나 아렌트, 그리고 랄프 왈도 에머슨 이다. 책으로 벗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으며, 우리는 늘 실패에서 기꺼이 배우는 효자가 되어야 함을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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