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산대첩기념제전, 어떤 재미난 일이 있었을까?

제1회 한산대첩축제, 거북선 포스터 디자이너 김형근 화백
"대대손손 신바람 나서 즐기는 한산대첩축제, 통영의 정체성"


통영한산대첩축제하면 아련하다. 고향이 토영(통영)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정다운 얘기이고 추억이다. 난 참말로 한산대첩축제를 잊을 수 없다. 1962년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과 애민정신을 주제로 한 축제, 그런 축제를 만든다는 것이 신바람 그 자체였다.

제1회 통영한산대첩축제 팸플릿과 포스트 디자인을 거북선을 표상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한산대첩하면 이순신, 이순신 하면 거북선 이렇게 연결되지 않는가. 거북선 디자인에서 이순신의 정신과 통영한산대첩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싶었다.

사실감 있으면서도 이순신의 충정과 애국심을 담기 위해 고심한 끝에 탄생시킨 거북선 디자인을 팸플릿과 포스트 전면에 내세웠다. 그 이후 난 한참을 거북선이라는 디자인 작업에 천착돼 있었다.

물론 몇 해 뒤에는 명조팔사품의 도독인을 디자인해서 한참 사용하기도 했지만 항상 한산대첩축제의 디자인은 이순신 정신이 그 중심이었다.

1962년 제1회 학생미술대회도 최초로 열리고, 청마 유치환 선생과 김춘수 시인 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대시인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한글백일장도 이때 만들어졌다.

현재 한산대첩축제의 서막을 여는 고유제 격인 서제가 열렸고, 학생들이 대거 참가한 군점은 그때도 하이라이트였다. 온 시민과 학생이 다 동원되고, 온 시내가 축제 분위기였다.

가장행렬을 보기 위해 섬사람들이 배를 타고 와 친척집에 하룻밤을 묵어가기도 했고, 미안한 마음에 보따리에 곡식을 이고지고 친척집에 온 경우도 허다했다.

최첨단을 달리는 지금의 한류열풍 보다도 우리는 한산대첩축제가 더 재미있었다. 온 통영이 떠들썩하고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빌던 그 때가 벌써 55년이나 지났다. 그 세월 따라 내 나이도 팔십이 훨씬 넘었다.

400여 년 전의 역사적 사실로 우리가 55년 전 축제를 만들고, 그 축제가 56년이라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는가.

역사가 축제를 만들고, 축제가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통영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도 이 축제는 우리 후손들이 보고 듣고 즐기며 끝끝내 지켜 가야 할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라고 생각한다.

아∼한산대첩축제, 보고 싶다
아∼내 고향 통영, 가고 싶다.


 

"진주유등축제보다 한산대첩축제가
 유등의 원조, 온 나라가 떠들썩"
최정규 집행위원장에게 듣는 제1회 통영한산대첩축제


"제1회 축제는 이름이 한산대첩기념제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위장 자격으로 축제를 관람하고 후원금도 20만원이나 낸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축제였다. 행사 내용면에서도 12개의 큰 줄기와 7개의 축하공연이 골자를 이루고, 대한민국 교과서를 장식한 통영출신 예술인들이 대부분 제전 위원으로 참여, 대한민국 문화예술사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축제로 기록되고 있다"

통영한산대첩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이자 축제집행위원장인 최정규 시인. 그 역시 축제와 함께 젊음을 보낸 통영의 대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가 꼼꼼히 자료를 수집한 덕에 55년 한산대첩축제를 담은 사진기록집이 발간됐고, 무엇보다도 귀중한 제1회 팸플릿이 공개, 축제의 시원을 밝히는데 단초가 되고 있다.

그가 소개한 제1회 팸플릿은 군점  등 축제의 내용과 규모, 국가 주무 부처부터 시민들까지 후원금 내역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어 통영문화예술사, 나아가 대한민국문화예술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복원해내는 쾌거를 이뤘다.

팸플릿을 보면 첫 축제는 서제와 군점, 대풍어제, 산업상공관전시, 산업수산관전시, 간이수족관, 한글백일장, 촬영대회 및 예술사진전, 검도대회, 전국농악대회, 전국자전차경기대회, 축하행사 등 12개의 행사로 치러졌다.

축하행사는 다시 오광대공연, 향토민속예술공연, 해상경기대회, 풍등대회, 제등행렬, 가장행렬, 유등대회가 열렸다. 진주보다도 통영이 유등축제의 근원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정규 집행위원장은 "충렬사와 세병관, 남망산, 그리고 온 시내가 축제장이 됐던 1962년의 그 시절, 한산대첩축제는 온 나라가 떠들썩한 문화행사였다. 이제 우리는 56회의 축제를 맞이하고 있다. 다시 한번 온 시민과 관광객이 나라가 떠들썩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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