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산 향인 이희태 세무사

적지도 않은 나이에 책 읽기에 빠졌다. 노탐이라 해도 좋다. 읽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수필 쓰기를 위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제가 정해지고 재료를 모으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초고를 단숨에 써 내려 간다. 수필의 소재를 찾고, 초고를 정리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이다. 어떤 책이든 읽다가 묵혀 놓은 초고가 생각이 떠오를 때 그 기쁨은 무엇에 비교할 수가 없다. 일물일어 一物一語를 취사선택하기 때문이다.

2015년 말부터 시작한 해파랑길(부산의 오륙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 까지 770km)을 완주하게 된 동기를 얻은 것도 책 때문이다.

부산 대표서점 영광도서에서 매년 책을 많이 읽은 독자들에게 두 권씩의 선물을 보내주는 이벤트가 있다. 내가 선택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 두 권 중의 하나가 'wild'였다.

'wild'. 저자는 셰릴 스트레이드, 우진하 옮김, 나무의 철학 출판.

갑작스럽게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20대 여성이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4285km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wild', 아홉 개의 산맥과 사막과 황무지, 인디언 부족의 땅으로 이루어진 그곳에서 그녀는 온갖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에서 잃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 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일생에 한 번은 모든 것을 걸고 떠나야 할 길이 있다"고 했다.

'wild'에 대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서평을 옮겨 본다. "생기 넘치고 감동이 있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문제들을 헤쳐나가는 데 영감을 주는 책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도 도사리고 있고, 인간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도 있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연민과 웃음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기록한다. '먼 길을 걷는 일은 강력하고도 근본적인 경험이 된다.' 바로 이 경험이 우리가 직면한 인생의 모든 도전을 이겨나가는 길인 것이다."

장장 549 페이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결심을 했다. 한 인간이 남길 수 있는 매혹적인 인생 기록이었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여정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는 770km 해파랑길 국토행군에 도전하고 완주를 했다.

내 인생 중 가장 빛나는 도전과 성공이라 기록될만한 여정이었다. 한 권의 책이 나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 재부산 향인 이희태씨는 오랜 공직 생활을 은퇴하고 현재 세무법인 장전 수정지점 대표 세무사로 활동하면서 글쓰기에도 정열을 쏟고 있습니다. 수필로 '문학도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효원수필문학회, 부산광역시문인협회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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