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기획연재 1회] 전주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기획 : 공공도서관, ‘책 읽는 도시’를 그리다

1회 : ‘책읽는도시 전주’와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2회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공공도서관, 광진정보도서관
3회 : 도서관이 된 도시 부천, 부천시립도서관과 도서관 네트워크
4회 : 공공도서관의 본질을 돌아보다. 군포시립 중앙도서관과 파주 교하도서관
5회 : 테마에 특화된 도서관, 파주 가람도서관과 전주 농업과학도서관
6회 : ‘로컬 아카이브’ 지역 문화와 역사를 담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제주한라도서관
7회 : ‘책읽는도시 통영’은 어디쯤인가. 통영시립도서관의 오늘과 내일

'책읽는도시 전주'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한산신문이 지난 2015년부터 진행 중인 통영시민독서캠페인의 제목은 ‘책읽는도시 통영’이다. 그런데 이 ‘책읽는도시’라는 슬로건은 사실은 이미 임자가 있다고 해야 한다. 게다가 한두 곳이 아니다.

경남 김해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군포시, 파주시, 부천시, 강원도 강릉시, 전북 전주시, 완주군, 제주 서귀포시, 서울특별시 광진구, 성북구, 송파구 등 전국 많은 지자체가 ‘책읽는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지자체들이 ‘책읽는도시’로 자처하는 근거는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독서진흥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처럼 독서진흥사례가 우수한 지자체 중 한곳이 선정되어 매년 9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개최된다.

4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6곳 지자체가 독서대전 유치를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지난 3월 전북 전주시가 개최지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독서대전, ‘책읽는도시’ 공인받은 지자체에 개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주시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으로 마련된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을 주제로 전주 한옥마을과 경기전, 한국전통문화전당 일원에서 지난 1~3일 사흘간 개최됐다.

1일 개막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은 “질문하는 능력은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고, 사랑하는 힘은 인류 공동체를 유지해 온 원동력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은 책을 통해 길러진다”며 “독서를 통해 다른 처지의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사랑하는 힘이며, 책을 통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고 세상과 우주를 탐험하는 것이 질문하는 능력이다”라며 생활 속의 독서문화로 개인은 물론 사회가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대전은 고은, 김용택, 안도현, 정도상, 성석제, 강원국, 정혜신 등 국내 유수 작가들의 강연 및 북토크 프로그램을 필두로, 책 관련 기획전시와 체험활동, 80여개 출판사 상설 부스 등으로 전주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독서문화체험을 제공했다.

'책오래읽기 대회'를 주관한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 사무총장과 통영에서 찾아가 참가한 이병진씨

특히 한국도서관협회가 기획한 ‘책 오래 읽기 대회’에서는 참가자 50명 중 무려 34명이 24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책을 읽어 34명 공동우승이라는 진풍경을 연출했으며, 통영에서 달려가 참가한 이병진(30)씨도 34명 중 1인으로 상품을 받았다.

또한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 뿐 아니라 공공도서관 협력 워크숍, 한일 도서관 관계자 국제교류회, 독서컨퍼런스, 지역서점 아카데미 등 출판, 서점, 도서관 종사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공유와 협업의 장이 되었다.

한편 독서대전 참가 일부 출판 관계자들은 ▲책읽는도시로서 전주시 공공도서관과 지역서점 활성화 내용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부산시 등 광역지자체 자체 주관 독서진흥 행사가 독서대전과 같은 시기 열렸는데 참여율 제고를 위해 일정 조정 ‘교통정리’ 필요하다 ▲80개 출판사 부스 중 70%가 아동도서 및 교보재 업체로 문학 전문 출판사들 참여가 저조하다는 등 개선점도 제시했다.

주 행사장 경기전 내 마련된 출판사 부스

전주시내 동네책방 7곳을 소개한다는 ‘동네방네 구석구석으로 떠나는 책방여행’은 독서대전 홍보책자에 참여 방법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며, 내용이 행사 개최 직전에야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사전 예약 안내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전주 공공도서관을 알리는 내용도 전라북도작은도서관 운영협의회의 ‘작은도서관 한마당’ 부스가 설치되었을 뿐, 이외에 시립도서관의 현황과 성과를 시민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은 없어 세부적인 기획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북 작은도서관 운영협의회 부스

 

 지방분권시대 지자체 독서진흥 정책과 ‘책읽는도시’

지자체 독서진흥정책과 공공도서관 이슈는 독서대전 이틀째 주요 프로그램인 ‘독서컨퍼런스’와 ‘한일 도서관관계자 국제교류회’에서 다루어졌다.

2일 오후 전통문화전당 교육실에서 열린 ‘2017 독서컨퍼런스’는 “독서의 확장이 필요하다 : 생활 속 책읽기의 모습들”을 주제로 진행됐다.

컨퍼런스 첫 발표자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은 ‘주권자민주주의와 지역문화의 핵심은 독서문화’ 주제 발표에 나섰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먼저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개최 의의에 대해 소개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

참여정부 기간인 지난 2005~2006년에 기존 ‘도서관및독서진흥법’을 분법(分法)하여 ‘도서관법’과 ‘독서문화진흥법’이 제정됐다. 특히 ‘독서문화진흥법’은 독서 기반 조성을 위해 최초로 제정된 법률로는 건국 이래 최초로 제정됐다.

이후 정부는 독서문화진흥법과 동법 시행령에 의거해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1차 2009~2013, 2차 2014~2018) 시행해오고 있다.

안 사무처장은 “정부는 지역별 독서진흥 활동이 지자체의 의지와 역할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수 사례를 발굴해 전파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매년 지자체 중 한 곳을 선정해 ‘대한민국 책 읽는 수도’를 지정하고 각 지자체 중심의 지역 단위 독서진흥정책 추진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이러한 구상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 2007년부터 경남 김해시가 ‘책읽는도시’를 만들기 위한 종합 계획을 자체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었으며, 또한 김해시의 선례를 바탕으로 경기도 군포시, 파주시 등 여러 지자체가 추진한 ‘책읽는도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소개했다.

김해시는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책읽는도시’를 시정 방향으로 선포한 곳이다. 김해시는 일찍부터 통합 도서관 모바일 서비스를 도입해 관내 모든 도서관의 검색과 대출을 일원화하고, 작은도서관 36개소와 학교도서관 31곳의 활성화를 지원했다. 특히 매년 ‘김해의 책’을 선정하고 독서 릴레이를 펼쳐온 것은 전국적으로 롤모델이 됐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김해시 등의 사례에서 보듯 ‘책읽는도시’란 한 지자체가 한두가지 독서프로그램을 펼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책읽는도시의 정책은 지자체가 시민들을 위한 독서 정책(조례, 조직, 예산)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안 사무처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지난 2014년부터 군포시, 인천시, 강릉시, 그리고 오늘 이곳 전주시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이들 지자체는 각기 뚜렷한 ‘책읽는도시’의 정책을 전개하는 곳들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독서진흥에 대한) 자치단체장들의 리더십”이라며 “강연 전시 공연 체험활동 이외에도 독서대전을 통해 우리가 공유해야 할 것은, 지자체가 어떤 독서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장점이 무엇인가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안 사무처장은 ‘책읽는도시’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독서정책 법적 기반이 되는 조례 제정 ▲독서정책을 위한 전담부서 조직 ▲독서진흥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 수립 ▲독서정책을 펼치기 위해 적정한 예산 책정 ▲독서정책을 펼치기 위한 민관협력 추진기구 조직 ▲도서관 등 독서문화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 ▲생애주기별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노력 ▲학교 직장 등 대상별 독서문화 진흥방안 마련 ▲시민참여형 독서운동의 유무 ▲독서동아리 활동 활성화 ▲독서소외인을 위한 서비스 확대 노력 ▲다양한 매체 협력을 통해 독서문화 캠페인 전개 등 12개 항목이다.

즉, 이 12개 항목 중 다수가 충족되어야 ‘책읽는 도시’라고 부를만 하다는 이야기다.

안 사무처장은 “평가가 가능한 ‘지자체 독서진흥지수’를 개발해 도입하고자 하는 구상도 있으나, 아직 실행 단계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위 항목들 중 특히 조례 제정 여부를 통해 각 지자체의 독서진흥정책 여부를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2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4~2018) 수립 당시인 2013년 기준 독서문화진흥 조례 제정 비율은 41곳으로 16%였으며, 올해 8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총 89곳의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 시행한 것으로 나타나 37%로 4년 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전주시의 경우 지난 2011년 ‘전주시 독서문화 진흥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조례 제3조(시행계획)는 정부의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에 따라 전주시가 매년 ‘독서문화진흥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시행계획에는 정책 방향과 목표, 도서관 등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시설의 개선과 독서자료 확보, 소외계층 독서환경 조성, 재원 조달, 독서문화진흥 조사 연구, 협의 추진 등을 명시했다.

 전주시의 도서관 현황, 그리고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

'책나라 군포' 경기도 군포시 부스. 군포시는 '대한민국 독서대전' 제1회 개최지다.

독서대전 행사장에 군포시 책읽는사업본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완주 공공도서관, 책마루 작은도서관 등 도서관 부스들이 마련되었으나, 정작 전주시 주관 행사임에도 전주 시립도서관 부스가 없어 의아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전주시 공공도서관 현황은, 2일 오전 전주시와 일본 가나자와시 도서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 일 도서관관계자 국제교류회’ 세미나에서 소개되었다.

전주 관내 공공도서관은 완산도서관을 본관으로 11개 시립도서관에 장서 총 1백9만1,976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2017년 7월 기준 대출권수 70만5,011권, 대출자수 33만7,302명, 일 평균 이용자 수 1만1,238명으로 집계됐다.

더불어 관내에 공립작은도서관이 28개이며, 사립작은도서관 77개로 인구(65만1,403명)와 면적(206.22㎢) 대비 도서관 수가 많은 지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전주시립도서관 2017년도 중점사업으로는 우선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이 상호대차서비스 시스템을 추진, 내년부터 시행해 시민의 도서관 접근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또한 ‘책읽는도시’ 구현을 위해 독서동아리진행자 양성, 도서관 공간나눔, 독서토론도서 구입 지원 등 독서동아리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일 도서관관계자 교류회. 전주시와 일본 가나자와시가 각각 도서관 현황과 어린이독서문화정책을 소개했다

2일 ‘한일 도서관관계자 교류회’는 어린이 독서문화정책 우수사례를 중점으로 사례발표가 있었는데, 전주시립도서관에서는 전국 최초로 제정(2012.12)된 ‘전주시 유아를 위한 도서관교육 권고 조례’와 함께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을 소개했다.

그런데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시립 공공도서관이 아니라 롯데마트가 짓고 전주시에 무상임대해 비영리민간단체 ‘도서관을 사랑하는 책마루동무들’이 위탁운영하는 곳이다.

지난 2006~2007년 롯데마트는 전주시 송천동 입점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에 밀리자 전주시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가 취하한 뒤, 도서관 설립을 비롯해 지역사회 상생방안을 제시하고 2008년 12월 오픈했다.

이어서 2009년 7월 롯데마트 송천점 뒤 주차장건물 2층에 전주의 첫 전용 어린이도서관인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이 개관했다.

대기업 마트는 전주지역에 도서관을 짓고 나서야 진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이 선례가 되면서 이후 홈플러스도 어린이도서관을 지으면서 전주에 입점하게 됐다.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

독서대전 마지막 날 3일, 행사를 뒤로 하고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을 찾았다.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조용하지 않은 도서관, 아이들이 자유로운 도서관”이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그림책 읽어주는 소리, 기자의 허리를 스치며 동화책을 들고 휙휙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이의 목소리다.

그리고 한쪽 창가에서는 10대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책상 앞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고 있다. 아이들의 요란한 책놀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김경희 도서관장은 “책놀이터 같은 도서관, 누구나 오는 도서관, 꿈을 키우는 도서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커가는 도서관, 함께 누리고 만들어가는 도서관을 추구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이용자인 어린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도서관 운영에 반영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에서 안전을 위한 부분을 제외하면 제한이나 제재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도서관 프로그램을 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부터 시민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도서관에 사서가 몇 명입니까?”라는 질문

그런데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응원을 받고 전주시가 우수사례로 국제 세미나에서도 소개하는 곳이지만, 전문 사서가 2명에 불과하다.

김경희 관장은 “전문 사서가 부족하다 보니 날마다 책읽어주기, 책 동아리 활동, 1박2일 프로그램, 작은음악회, 전문가 초청강연, 북스타트 프로그램까지 수많은 기획사업을 진행하려면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에는 자원활동가이자 후원인인 ‘책마루 동무들’의 힘이 크다”고 소개했다.

도서관 사서가 몇명인가의 문제는 2일 열린 ‘한일 도서관관계자 교류회’에서도 거론됐다.

이날 전주시는 물론 가나자와시도 도서관의 현황 또는 ‘스펙’을 알리면서 인구 대비 많은 도서관 숫자와 장서 수를 내세웠으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인력 중 ‘사서’가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객석의 참석자 한사람이 손을 들어 “가나자와 도서관에는 직원과 사서가 몇 명 배치돼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일본 가나자와시 우미미라이 도서관 와리타 타카유키 관장, 다마가와 도서관 야마모토 마리코 도서관 관장보좌

이에 가나자와시 측은 “4곳 공공도서관 합쳐서 150명 직원이며, 전문 사서는 20명이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4곳 도서관에 사서 20명은 어느 정도로 많거나 적은 것일까.

독서대전 행사장에서 나온 “그 도서관에 전문 사서가 몇 명인가”라는 질문은 일본 가나자와시립도서관이 아니라, 사실은 국내 모든 공공도서관에 던져야 할 질문이다. 사서는 도서관 운영의 핵심이며, 최근 국내 도서관계의 ‘핫 이슈’가 바로 사서 숫자이기 때문이다.

(다음 회로 이어짐)

 

독서대전 첫날 1일 열린 전라북도 공공도서관 직원 워크숍
작은도서관 홍보부스
경기도 군포시 홍보부스
지역서점 아카데미
오래 책읽기 대회
독서사진 전시

 

경기전 안에 마련된 출판사 부스
멀리 전동성당이 보이는 출판사 부스
한일 도서관 관계자 국제교류회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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