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제작 의뢰한 남해안 풍경 담은 유화
이명박정부 들어 사라졌다 지난달 22일 원래 있던 본관 인왕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향 통영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한국의 피카소 고 전혁림(1915~2010) 화백의 작품이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 다시 걸렸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 일정과 관련한 게시물을 올렸다.

청와대는 글과 함께 사진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 등이 등장하는 사진은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 속 인왕실 벽에는 대형 유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전혁림 화백의 유화 '통영항'이다.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으로 이름을 알린 그였으나, 예순 살이 넘어 본격적인 조명을 받았다. 2005년 그는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90, 아직은 젊다'라는 신작전을 열며 멈추지 않는 예술혼을 발휘했다.

이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술관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다.

개막식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미술관에 노 대통령 화환이 도착하고, 휴일 비공식 일정으로 점퍼 차림의 노 대통령이 전 화백을 만나러 왔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전 화백을 비롯 개막 축하 공연을 맡은 남해안별신굿팀 등 통영 방문객들과 미술관 잔디밭에서 충무김밥도 나눠 먹으면서 약 2시간 가량을 머물렀다.

노 전 대통령은 전 화백의 작품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을 보고 통영바다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면서 구입을 의뢰했다.

미륵산과 충무운하교, 코발트블루의 바다색과 해안선, 전 화백의 예술혼에 대해 한참을 교감했다.   

노 대통령이 처음 구입하고자 한 기존 작품은 2000호짜리 대작. 인왕실 벽보다 크기가 좀 더  큰 작품이라 청와대는 인왕실 벽 크기에 맞춰 새 작품을 의뢰했다.

전 화백은 4개월 가까이 매달려 가로 7m, 세로 2.8m의 1000호짜리 '통영항'을 완성했다. 미륵산이 가운데 놓인 남해안 풍경을 담은 유화다.

작품은 2006년 3월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 걸렸다. TV에도 자주 등장하고 특히 외국 국빈 등이 청와대를 방문할 때 한국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 자랑했다고 한다.

3년이 흘러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2010년 전 화백이 세상을 떠나면서 작품은 인왕실 벽에서 내려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라졌다고만 알려질 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고, 작품의 행방 역시 당시 청와대 측은 밝히지 않았다.

잊혔던 전 화백의 작품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작품이 다시 걸린 시기는 지난 9월 22일이다.

비서실에서 검토 후 작품을 다시 걸었고, 문 대통령은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