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제주해녀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 발굴·보존, 미래세대 전승

기획취재 “살아있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 해녀를 말하다”

<1> 제주도의 또 다른 얼굴, ‘제주해녀’
<2> 콘텐츠로 보는 해녀의 고달픈 삶
<3> 50초의 승부, 일본 ‘아마(海女)’
<4> 해녀 보전과 전승, 어디까지 왔나
<5> 통영 해녀, 그 길을 찾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노를 저어서…어기영차 어기영차 어기영차 노를 저어서, 저 멀리 저 멀리 저 멀리 수평선 너머 저 멀리 바다건너 님 계신 곳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 드넓게 펼쳐진 푸릇푸릇 잔디가 가장 먼저 반기는 제주해녀박물관.

박물관을 향해 걷다 보면 곳곳의 스피커에서는 해녀들의 노래가 쉼 없이 흘러나온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해녀들의 구슬픈 노랫소리가 해녀박물관 방문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제주해녀박물관은 제주해녀문화의 보존·전승을 위해 또 제주해녀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제주해녀의 공동체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됐다.

지난 2000년 해녀들의 제주어촌민속전시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2003년 제주어촌민속전시관 건립공사 착공, 2005년 준공, 제주해녀박물관으로 명칭 확정, 2006년 6월 9일 개관했다.

이후 2015년 해녀박물관 전시실 리모델링에 따른 재개관 이후 현재까지 제주도민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에게 제주해녀의 역사를 소개해오고 있다.

특히 제주 해녀들은 1932년 일제의 수탈에 맞서면서 권익보호를 위해 전국최대규모의 항일운동을 거행, 자존의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역사의 현장에 박물관을 건립, 세계 문화 유산적 가치를 인정받는 해녀 문화를 전승·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관은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로 도서실, 세미나실, 수장고, 영상실, 전시실, 전망대로 구성돼있다.

해녀문화센터는 어린이해녀관과 공연장이 마련, 박물관을 찾는이들에게 다양한 공연들을 통해 해녀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해녀들의 역사, 한 눈에 보다

제주해녀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제1전시실’은 해녀의 집과 세간을 통해 1960~1970년대 해녀의 살림살이를 살펴볼 수 있다. 특시 전시장에는 제주여성의 옷, 애기구덕, 물허벅, 지세항아리 등 고단한 해녀의 삶을 대표하는 유물들과 제주의 음식문화, 영등 신앙 등 해녀들의 의식주 전반을 전시하고 있다.

‘제2선시실’은 제주해녀들의 바다 일터와 역사, 공동체 모두를 총망라 했다.

언 몸을 녹이고 물소중이를 갈아입는 불턱을 중심으로 테왁망사리, 눈, 빗창 등의 작업도구, 물 소중이와 고무옷을 비교 전시했고, 해녀의 역사, 제주해녀항일운동, 해녀공동체에 관한 각종 문서 등과 사회공익에 헌신한 해녀들의 사진과 영상자료를 만날 수 있다.

해녀들의 생애를 전시한 ‘제3전시관’은 첫 물질부터 상군해녀가 되기까지의 모습, 또 출가물질 경험담, 물질에 대한 회고 등 해녀들이 전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물질하며 틈틈이 만든 해녀들의 솜씨와 자랑스러운 해녀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해녀관은 어린이들이 제주해녀 관련 놀이기구를 만지고 놀면서 해녀와 제주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물관 안팎에서 들려주는 제주해녀 이야기

유채꽃 활짝 피는 4월에는 제주도 해녀박물관 안팎에서 다양한 해녀교육들이 펼쳐진다.

‘박물관에서 배우는 제주해녀’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 ‘고등학생이 기록하는 제주해녀 이야기’ ‘제주해녀문화 아카데미’ 등이 대표적 예다.

박물관에서 배우는 제주해녀는 어린이 단체를 대상으로 박물관 현장에서 이뤄지는 제주해녀 교육으로 학교 현장학습 및 소풍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은 해녀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단체들을 찾아가 해녀에 대해 교육한다. 소중이, 빗창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옷과 도구들을 입어보고 만져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특히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 ‘해녀의 날’을 기념하는 제주해녀축제는 국내 유일의 여성 중심 해양축제로 올해 열한 번째 축제를 준비 중이다. 제주도 내 전 해녀들을 비롯 최대 4만 5천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축제로 치러진다.

‘잠수여왕 선발대회’ ‘해녀노래자랑’ ‘해녀복 패션쇼’ ‘제주 잠수굿 용왕맞이 공연’ ‘해녀물질대회’ ‘해녀의 책 읽어주는 라디오’ ‘해설이 있는 해녀굿’ ‘관광객 보말까기 대회’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한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해녀박물관 및 해안 일원에서 열린다.

이는 대상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구성의 교육을 운영해 해녀 가치를 홍보하고 기획전시, 공연 등 흥미로운 문화행사 개최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의 이미지를 탈피, 제주해녀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삿기(자식)위해 일햄수다’

“결혼 후 늘어난 식구를 책임지기 위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물질밖에 없었다. 물질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뇌선을 먹었다. 뇌선은 서너 시간 동안 수심 10여 미터를 오르내리면서 울렁거리는 파도에 대비하기 위해 먹는 두통약이다. 물질을 하고 난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오고 나서 또 성게미역국, 고동무침, 소라산적으로 저녁을 차린다. 이렇게 번 돈으로 삿기(자식)들 키워냈다.”-서귀포 남원읍 위미리 이복선 해녀

“저번 물질 때 파도에 휩쓸려 돌에 부딪혔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막둥이 넷째가 아직 고등학교 재학 중이고, 아픈 첫째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아무리 몸이 아프더라도 돈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물질을 한다. 어느 날 넷째가 ‘엄마! 엄마는 물질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바다가 좋아, 밭이 좋아?’ 묻더라. 그래서 내가 ‘너 대학 보낼 때까지 할 생각이여, 그리고 당연히 바다가 좋지’라고 답했다”-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부미숙 해녀

제주해녀 한 명을 잃으면 박물관 하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제주도민들.

그들은 해녀 한 분 한 분이 거쳐 온 삶의 여정과 생생한 경험은 바로 제주의 역사이고 문화라고 말한다.

제주해녀문화 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미래 세대들에게 사라지는 제주해녀문화를 알리기 위해 추진 된 ‘고등학생이 기록한 제주해녀 이야기’ 속에는 제주해녀들의 생생한 역사가 담겨있다.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이어져 온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온 해녀들의 삶과 문화는 우리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 됐다. 이런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제주도 내 9개 고등학교 27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약 5개월 간 해녀들의 말로 풀어내는 생애사를 기록했던 경험은 미래 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보전·전승작업이었다는 의미에서 제주의 미래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제주해녀박물관 이지은 학예연구사

“강인한 어머니, 제주도민의 정신적 기둥”

-제주해녀박물관 이지은 학예연구사

제주해녀박물관에서 박물관 교육 운영, 상설전시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지은(30)학예연구사.

그녀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2년 전 박물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제주해녀 공동체의 삶은 인류가 지향해야할 모델’이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제주해녀는 능력위주의 공동체를 구성하면서 토론을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노약자들을 배려하고 물질 수익으로 기금을 마련해 마을과 학교 등 사회에 공헌했다”며 제주해녀에 대한 가치와 우수성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이지은 학예사는 “저 역시 제주도민으로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들을 박물관 근무를 시작하며 제대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해녀의 생애부터 출가해녀로 활동하기까지 과정,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제주해녀박물관이 친절히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교육과 전시 담당자로서 어떤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또 제공해야하는지 늘 고민이다. 특히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일정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을 지급하는데, 교육생들이 너무 좋은 교육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일화도 전한다.

특히 “특색 있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해 역사와 문화의 산교육장이 되겟다”며 “찾아가는 박물관 같은 경우 교육학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된다. 또 ‘하도해녀합창단’도 상당히 호응도가 높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관광문화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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