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절멸종’ 민물고기 참쉬리와 꺽저기 표본 확인
故 최기철 박사 기증 표본 37만점 정리하다 ‘발견’
국립중앙과학관 지난 24일부터 개방형 수장고 전시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발견된 거제도 꺽저기 표본.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발견된 거제도 참쉬리 표본.

“거제도는 원래 육지였다. 빙하기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는 한반도 남부와 일본 서남부가 육지로 연결돼 있었다”

이 사실을 생물학적으로 증명하는 물고기 표본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거제도의 ‘참쉬리’와 ‘꺽저기’ 표본이 그 주인공이다.

생물학자들은 기록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을 대개 야외에서 현장조사를 하면서 발견한다. 그러나 종종 이미 채집됐지만, 의미를 모른 채 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표본 가운데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고 최기철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증한 어류 표본을 정리하던 과학유산보존과 홍양기 박사도 그런 발견을 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연구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최기철 박사는 1990년 평생 전국에서 수집한 민물고기 표본 37만여점을 국립중앙과학관에 기증했다.

홍 박사팀은 이번에 과학기술자료 표준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수장고에 보관 중이던 최 박사의 기증 표본 가운데 특별한 것들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거제도의 참쉬리와 꺽저기 표본이다.

이에 국립중앙과학관은 수장고에서 보관중인 과학기술자료 중 거제도에서 서식하다 절멸된 것으로 보이는 참쉬리와 꺽저기 표본을 지난 24일부터 창의나래관 3층 개방형 수장고에 전시하고 있다.

참쉬리는 남해로 흐르는 하천의 중·상류 여울에 분포하는 한국고유종 민물고기이다. 애초 최 박사가 채집한 것은 쉬리였지만 2015년 서해로 흐르는 물줄기에 사는 쉬리와 남해 수계의 참쉬리로 종이 구분됐다.

거제도의 참쉬리가 중요한 까닭은 과거 빙하기 때 거제도가 육지와 연결됐다는 생물학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섬 하천의 여건상 참쉬리가 살기는 힘들지만, 거제도는 과거부터 분포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제도의 참쉬리는 1997년 손영목 서원대 명예교수가 한 마리를 채집한 것을 끝으로 지역적으로 절멸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참쉬리가 사는 섬은 남해도밖에 없다.

쉬리와 참쉬리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1속 1종의 어류이며, 한반도에서 살아온 역사가 가장 긴 민물고기의 하나로 꼽힌다. 쉬리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서식한 민물고기의 하나다. 참쉬리는 소백·노령산맥이 솟으면서 서해로 흐르는 하천에 살던 쉬리와 분리돼 새로운 종으로 분화했다.

거제도의 꺽저기도 참쉬리 못지않게 학술적으로 중요한 종이다. 꺽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이 물고기는 애초 탐진강과 인근 수역, 낙동강, 거제도 일부 하천에 분포했지만, 현재는 탐진강과 인접 하천을 빼고는 모두 사라졌다.

이 물고기는 일본 서남부에도 분포, 빙하기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 한반도 남부와 일본 서남부가 육지로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나 거제도의 꺽저기는 1997년 조사 때 한 마리가 채집된 것을 끝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홍 박사팀은 “거제도의 참쉬리와 꺽저기는 육지와 분리돼 고립된 이후 독자적인 진화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포르말린 표본이어서 유전자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표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전적 변화를 확인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지역 절멸종 표본이 과학관 수장고에서 발견됐음은 생물표본이 교육과 전시는 물론 연구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 ““국립중앙과학관이 보유중인 과학기술자료의 체계적 관리 및 활용을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수장고 보존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연구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故 최기철 서울대 명예교수의 생전 모습.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수장고에서 발견된 상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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