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통영문협 주최, 한글날 기념 전국한글시백일장
통영예술제서 시상, 13일 오후 1시 통영시민문화회관

훈민정음 창시 572주년 한글날 기념 제41회 통영문인협회 전국한글시백일장에서 한호연씨와 이서진·정유진·안세은·김하은 학생이 나란히 장원을 차지했다.

한글날인 지난 9일 오전 10시 세병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100여 명이 참가, 가을 시심을 듬뿍 담아냈다.

시제는 초등부 저학년 매미, 고학년 자전거, 중등부 어머니, 고등부 계단, 대학·일반부 지붕으로 주어졌다.

시상식은 통영예술제 기간인 13일 오후 1시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편 대회 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학/일반부 △장원 한호연 △차상 라찬미 △차하 시지완 △참방 조문자, 염현지, 박현실, 김정옥

■고등부 △장원 충렬여고 이서진 △차상 충렬여고 이가현

■중등부 △장원 충렬여중 정유진 △차상 중앙중 성지윤 △차하 충렬여중 김지안, 충렬여중 이미성 △참방 충렬여중 김인경, 통영여중 유설아, 충무여중 이하영, 둔덕중 정지윤, 통영여중 이수아

■초등부 고학년부 △장원  통영 안세은 △차상 죽림 조윤정, 광도 성시은 △차하 통영 설수환, 통영 김민경, 용남 황자연 △참방 죽림 최가영, 통영 장서윤, 한려 박민준, 한려 김영은, 통영 박시은, 통영 정명준, 용남 손호연, 통영 김솔이, 광주 고실 김한결, 유영 유광민

■초등부 저학년부 △장원 광주 고실 김하은 △차상 죽림 허가원, 죽림 신효주 △차하 죽림 김효빈, 용남 이지윤, 죽림 백세영 △참방 죽림 최민재, 제석 이지윤, 용남 손대현, 통영 김수민, 제석 이유경, 양지 박유하, 유영 성나윤, 통영 김민준, 김해 임호 이예림, 통영 강서현.                               

심/사/평 - 뜻밖의 우연일치 상상력 발견

먼저 지난 10월 9일 제41회 전국 한글 시 백일장대회에 참가하여 입상한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문학예술 중에서도 언어 예술의 핵심이 되는 시 예술은 언제나 용솟음치는 심장입니다. 뼛속에서 만들어지는 핏방울 하나하나가 시어들입니다. 그 시어들은 무한한 상상력의 날갯짓으로 우리의 희망과 꿈을 확확 펼치고 있습니다. 그 후끈거리는 요정들이 꽃망울 터뜨리는 소리가 다시 나를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바로 시詩입니다. 여러분이 낯설게 자기를 우연일치 했을 때 아마도 암 덩어리가 죽는 45.5도 이상의 온도만 되겠습니까!  여러분이 그렇게 찾던 마그마 덩어리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 예술을 통해 생명력을 가꿔야하겠습니다. 뭐? 문학을 하면 모든 희망을 성취 못하고 나약한다는 무식한 네거티브 환자들이 사는 세상으로 만들 때 우리는 어떻게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시는 캄캄한 밤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아름다운 생명의 진액인 DNA를 갖고 있습니다. 참 시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활기찬 응집력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시는 지구의 생명력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폭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온 가족들이 매일 시작품 한편씩을 써서 자기의 시를 낭송하여 화답한다면 정말 더 희망찬 가정이 될 것입니다. 가족 대 가족,  나아가서 마을 단위의 시낭송대회는 어떠신지요? 천지개벽이 되도록 부디 시 쓰기 실천을 소리 높여 제의 합니다.

금번 입상한 많은 분들 중에서도 마음에 와 닿는 시들은 간맞추기에 미흡하지만 앞으로 시를 잘 쓰도록 권장하는 뜻에서 우수작으로 뽑았습니다. 언제나 회의적인 기대에서도 먼 초가집의 등불처럼 나의 눈을 끌던 작품이었지만 볼수록 산도라지 같은 향기를 내뿜고 있어 다행입니다.

구분별로 살펴보면 대학 및 일반부의 시제는 「지붕」입니다. 지붕은 땅 밑에 혹은 바다 밑에 있을지 모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어떻게 보면 윤동주 시인이 노래한 십자가 첨탑인지요? 가장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하는 우리사회의 부모님형제들의 모습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겸허해지고, 그리고 가장 낮아질수록 희생은, 봉사는 더욱 빛납니다. 장원한 호연 씨의 고향인지는 몰라도 그곳 아! 너무도 소담스럽게 사는 구집마을 한씨 집안들은 아직도 건강한 시로 한씨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사는 순리를 보여줍니다. "그 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낡은 지붕을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는 내가 그의 지붕이 되어야겠다" 로 '에스프리'하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성하시기를 빕니다.

고등부 시제「계단」에서 장원한 충렬여자고등학교 1학년6반 이서진 학생의 작품은 직조과정이 치밀성을 보여주고 있어 고맙긴 하지만 너무 현실에 접근하다보면 시의 본성을 놓칠까 염려되는 점도 있어 감성을, 아니 상상력을 펼쳐 낯선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힘을 연마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그럴 경우, 풍부하고 신선한 시어들을 만났을 때 마구 떨림을 느낄 것입니다.

중등부 시제 「어머니」에서 장원한 정 유진은 충렬여자중학교 3학년으로 한창 상상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대로의 대상물을 흔들어 움직이는 힘을 분출하고 있어 마음에 뭉클 와 닿았습니다. 일상적인 우리 '어머니'는 단어자체는 부정할지 몰라도 '어머니…!'라고 외쳐 부를 때의 소리는 진행형입니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무조건 진행형으로 받아들여야 간이 맞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행에서 "나를 감싸 안아 따뜻한 온기를 맴돌게 해 주었다"에서 '(…)해주고 있다'라고 했더라면 멱살이라도 안 잡힐 시시비비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지윤(중앙중학교 2년)의 만만찮은 작품을 놓고 내가 내 멱살을 겨우 놓았습니다. 아주 잘 직조되었고 이성적(理性的)인 어머니의 유리벽에 부딪쳐 머뭇거리다 나는 성지윤 학생을 더 키우고 싶어 차상이라는 계단에 모셨습니다. 너무 성숙했고, 자라는 시어들이 바람에 흔들려도 감성으로 나부꼈으면 말입니다. 특히 "웃음이란 벽을 만들어 주겠습니다"에서 역시 '어머니'는 진행형인데, 그것도 "주겠습니다."는 양쪽 모두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그때 자라는 감성이 풍부한 쪽으로 심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초등부 고학년 시제 「자전거」에 입상한 통영초등학교 6년 안 세은 학생 시작품도 우수했고, 저학년 시제 「매미」를 두고 쓴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고실초등학교 3학년 김하은 학생 작품을 만약 지도 선생님 없이 본인이 썼을 경우, 앞으로 대성할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주 정직한 시작품입니다. 끝으로 모든 입상자들의 꾸준한 정진을 부탁드리면서 심사평에 갈음하겠습니다.

심사위원장 차영한

장원/대학일반부 - 한호연(통영시 광도면)

지붕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리 세찬 비가 내려도
아무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그저 묵묵히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낡은 기와 지붕을 보았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미웠다
낡은 기와 지붕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내가 온몸으로 그 세찬 비를 견뎌야겠다
이제는 내가 그의 지붕이 되어야겠다


장원/고등부 - 이서진(충렬여고 1학년)

계단

어느 목적지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반드시 올라가야만 하니까

올라가라고, 올라가라고 남이 떠밀면 턱에 걸려 넘어지고
빨리 가라고, 빨리 가라고 재촉하면 숨이 너무 차 무너지고
어차피 올라가는 거 그렇게 올라가야 할까?
조금만 천천히.

빛이라고는 전등빛 뿐인 빌딩 안의 계단이라면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가슴 속 고동을 느끼며 천천히.

새가 울고 바람이 불어오는 산 속의 계단이라면
그들의 수다를 들으며 꽃과 나무의 춤을 감상하며
가슴 속 고동을 느끼며 천천히

어느 계단을 올라가든 가슴 속의 고동을 느끼며
내가 살아있다, 여기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천천히.

다시 내려 갈 때는 가슴속 고동을 생각하며
즐겁게

남이 떠민다고, 심장소리를 못 느끼며 빨리가기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느끼며 천천히 가서
내려올 때도 즐겁게 돌아가자
웃으며.


장원/중등부 - 정유진(충렬여중 3학년)

어머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며 괴롭히는 날에
무심코 길을 걸으며 발견한 나무 한 그루
그 나무 한 그루에 기둥을 보자 큰 나이테와
크고 작은 상처들과 곧 쓰러질 듯 하면서 버티는 모습
그 눈길을 먼저 주었지만 위를 올려다 보자
나무 기둥과 달리 줄기와 잎은 푸르고 풍성하였고
그 모습을 보고 알게 된 나의 깨달음

그 나무 한 그루의 기둥이 줄기와 잎을
지키기 위해 버티며 생긴 상처들이 있던 것처럼
우리의 어머니 또한 자식이 상처 받을까
대신 상처를 받아주고 마음에 금이 가고

그 나무 한 그루의 기둥이 줄기와 잎을
오랜 세월 동안 지키므로써 큰 나이테가 생긴 것처럼
우리의 어머니 또한 자식에 대한 걱정과 근심
자식에 대한 마음이 쌓여 이마에 주름도 쌓여가였다

그렇게 나무 한 그루에서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를 감싸 안아 따뜻한 온기를 맴돌게 해 주었다


장원/초등 고학년 - 안세은(통영초 6학년)

자전거

특별한 아이가 있어요

그 애는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달리기를 하다 넘어져도 괜찮아요
아주 튼튼 하거든요

그 애는 비 오는 날  밖에 있으면 안 돼요
조금이라도 비 맞으면
살이 까맣게 돼요

그 애는 목욕할 때 꼭 기름으로 해야 돼요
물에 닿으면 안 되니까요

그 애의 몸에 힘이 없을 때
공기를 넣어주면
날아갈 듯 힘차게 달려요

그 애는 누구일까요?
그 애는 '자전거'예요


장원/초등 저학년 - 김하은(광주고실초 3학년)

매미

맴맴맴
매미가 운다

여름이 왔나보다
여름에는 정말 덥지만
매미는 그래도 맴맴맴
언제나 운다

오늘도 울겠지? 에휴
어? 오늘은 매미가 안우네?
아~가을이 왔나보구나~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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