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8일 한산도 죽도마을별신굿, 300년 전통 통영 현존 마지막 동제
‘고종황제가 허락한 굿’ 좌우밥상, 지동궤, 마을 화폐…살아있는 문화유산

마을의 대소사를 기록한 문서를 담은 지동궤

흘러갈세라 기억을 동여 둔 시간의 닻이다.

머나먼 섬 죽도의 300년 궤를 열고

한려수도의 마지막 세습무 정영만 일행이

통영 유일의 당골판 댓섬에서 판을 벌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치 하나로 통영 제일의 부자였던 금수호, 운성호, 동성호, 남진호, 부용호 선왕님들, 우짜든지 만선하게 해 주시고 마을사람 모두 건강하게 해 주이소!"

통영 삼현육각의 연주에 따라 무녀의 수준 높은 사설과 춤이 어우러진 3백년 전통의 한산도 댓섬(竹島) 동제가 올해도 음력 정월 초사흘과 나흘(2월 7일과 8일)에 열린다.

통영 현존 마지막 동제인 한산면 죽도의 굿판은 한산섬 죽도마을회(이장 정지홍)가 주최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82-4호 남해안별신굿보존회(보존회장 정영만)가 주관, 바다를 생계 수단으로 살아온 마을 주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이다.

삼치 하나로 통영 제일의 부촌이었던 댓섬의 동제는 신에게 굿을 예고하는 위만제를 시작으로 일월맞이, 들맞이 당산굿, 골매기 굿, 제석굿, 선왕굿, 부정굿, 가망굿, 용왕굿, 고금역대, 열두축문, 마을의 동태부 신령을 위무하는 큰굿 등으로 굿판을 진행하는 어촌굿판의 원형이다.

또 우리 민족 고유의 전승신앙인 동제인 당산굿의 일종으로 부락 공동체의 화합과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 신앙의 재조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술적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아 죽도 별신굿을 연구한 논문도 여럿 나왔고, 남해안별신굿의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심포지엄이 지난 연말 개최, 세계적 문화콘텐츠 임을 증명했다.

굿이 열리는 해에는 마을사람 보다 학자와 취재진이 더 많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하다.

매년 열리는 동제는 일정이 결정되면 주민들 모두 행동조심은 물론 부정 타는 일은 금하고 임신한 부녀자들이 임시 마을을 벗어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한해는 큰 굿을 하고, 또 한해는 굿의 규모를 좀 축소하는 등 융통성 있게 진행되고 있다.

별신굿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마을 수호신인 서낭신, 마을입구를 지키는 장승, 손님(마마신), 제석 등 신령과 원령, 잡귀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러서 제물을 진설하여 오신(娛神)을 베풀어서 마을 최대 축제의 장으로 승화한다.

특히 댓섬 굿판에서는 환갑잔치처럼 부모님과 마을 어른들을 위한 큰상을 따로 차리고 술잔을 부어 조상과 웃어름들을 대접하는 '좌우밥상' 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접목돼 있다.

고상밥에다 떡을 얹은 숟가락이 꼿꼿이 서 있는 자태하며, 집마다의 큰 고기(생선)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밥상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하나의 잔치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굿판이 열리는 날 이 마을 화폐가 발행, 통용되는 재미난 일도 있다.

이 동제에 대한 기록은 '죽도 마을 지동궤' 문서를 보면 굿장을 본 기록과 행사 내용, 그리고 고종황제가 굿을 허락한 문서, 나라에서 쌀을 지원한 내력 등 3백년 전통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도서지역 젊음이들의 이탈과 고령화로 2000년대 초반 가구수가 예전의 절반 수준인 40여 호에 60·70대가 대부분이었다.

경제력 능력 또한 떨어지게 돼 굿을 준비할 예산이 부족, 한 때 존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섬사람들과 남해안별신굿, 행정이 힘을 합쳐 2003년 다시 회생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다.

올해 역시 섬 사람들과 남해안별신굿 회원들이 힘을 합쳐 굿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월 초사흘 2월 7일 굿은 마을 자체에서 엄숙하게 진행되고, 초나흘 8일 굿은 일반인들에게 공개,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남해안별신굿의 놀이문화 인 중광대놀음과 할미광대놀음, 적득이놀음, 용선놀음, 띄배놀음 등도 함께 열려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 정영만 회장은 “몇 남지 않은 당골판인 죽도 별신굿은 통영의 음식과 문화유산의 총집결체이다. 삶의 터전에서 바로 펼치는 통영 굿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황금 돼지해인 기해는 한해는 아픈데 없이, 슬픈데 없이 죽도마을 별신굿을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소원 성취한는 기원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바랬다.

죽도마을 정지홍 이장 역시 “죽도마을은 예부터 풍어와 해상 안녕, 마을을 태동시킨 선대선친을 위무하며 안가태평을 위해 1년마다 별신굿을 하며 맥을 이어오고 있다. 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터전과 마을축제문화를 고스란히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별신굿을 준비했다. 마을 화합과 축제의 장에 여러분을 기쁜 마음으로 모신다”고 말했다.

죽도별신굿판에서 그야말로 살아있는 문화재 굿도 보고 맛난 음식도 먹고, 기해년 희망찬 소원도 함께 빌어보자.

죽도마을 배편은 하루 2회이며, 서호동 통영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죽도에 들어가는 배시간 오전 7시, 오후 2시 30분. 죽도에서 나오는 배시간 오전 8시 30분, 오후 4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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