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노(老老)케어’ 주길자·정맹연 어르신을 만나다

“많은 나이임에도 일을 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합니다. 노인이 노인을 챙겨주고, 도와주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노인과 노인의 유쾌한 만남이 시작됐다.

중앙동 골목길 사이 왼편에 위치한 하둘리(84) 어르신 댁 가정집에서는 ‘하하호호’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하둘리 어르신의 둘도 없는 절친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주길자(79)·정맹연(76) 어르신이다.

주길자·정맹연 어르신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노노케어’ 참여자다.

‘노노케어’란 노인들의 주력 일자리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또래 어르신들이 보살피고, 말벗이 돼드리며, 생활상태 등을 점검하는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다.

주길자·정맹연 어르신은 중앙동에서 활동, 한 달에 10번씩 3가정을 돌본다.

하둘리 어르신과는 지난 2월 18일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어르신의 느닷없는 방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하둘리 어르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기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40여 년 동안 쌓아온 봉사경력의 소유자 주길자 어르신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하둘리 어르신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다.

주길자 어르신은 “처음에 찾아뵀을 때 어찌나 어색해 하시던지 아직도 그때가 떠오른다. 어르신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찾아왔는지, 이유가 뭔지, 매우 궁금해 하셨다. 때문에 이분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드려야 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여러 번 방문해서 바깥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이제는 ‘언제쯤 오려나’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에 하둘리 어르신은 “아이고 나도 해야 할 일 많고 바쁜 사람이다. 와이라노. 우리 집에 다짜고짜 사람들이 찾아와서 너무 귀찮았다. 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빨리 하고 가라 그랬지. 내가 언제 기다리고 있었노”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자 옆에 있던 두 어르신은 연신 웃음이 터진다.

정맹연 어르신은 “항상 저렇게 속과 다른 말을 하신다. 우리가 찾아오면 재밌어 하시면서 괜히 부끄러워 그런다. 우리가 어르신 말도 들어주고, 밖에서 세상 돌아가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얼마나 행복해 하시는지 모른다. 수다 떨다가 하루가 다 갈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둘리 어르신은 주길자·정맹연 어르신을 만난 후 삶에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하둘리 어르신은 “며칠 전에 핸드폰 요금이 평소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래서 도움을 청했더니 둘이서 내 손을 이끌고 핸드폰 가게까지 찾아가서 금방 해결해줬다. 어찌나 고맙던지...자식들 다 객지로 내보내고 요즘은 잠이 안 온다. TV 틀어놓고 하루 종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혼자 살면 외로울 때가 많은데 좋은 벗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둘이서 나를 찾아와서 말벗이 돼주고 걱정거리 해결해주고 하니까 너무 고맙다. 안부 전화까지 잊지 않고 꼬박꼬박 해준다. 날씨가 차갑다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걱정도 해주고,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저번 주에는 셋이서 사전투표도 하고 왔다. 참말로 고맙다”며 속마음을 전했다.

정맹연 어르신은 “자주 만나며 일상대화도 나누고 하다 보니 이제는 절친이나 다름없다. 자식이나 친척보다 우리는 더 자주 만나고 서로를 더 이해하는 소중한 존재다”고 말했다.

주길자 어르신도 “시에서 노인들을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줘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몇 십년간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이제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어르신들 찾아다니고 보살펴드리고 움직이니까 내 몸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되고 나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어르신들을 보살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돈을 준다고 해서 돈만 받고 일은 얼렁뚱땅 설렁설렁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다른 시니어 일자리 참여자들도 이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서로 믿고 의지 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진심을 담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돌보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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