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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어머니 박경리와 고향 통영 ⑤하동에 살아 숨 쉬는 소설 '토지'문학수도 하동 악양 평사리 너른 품, 문화를 품다
   
 
   
 
   
 

198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인사도 하기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 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 놓은 새 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대하소설 토지의 첫 대목이다.

지리산 거대한 능선의 남으로 가지를 친 남부능선의 대미에 해당되는 형제봉 아래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미점리 아미산 아래에서 동정호까지의 넓은 들판. 만석지기 부자를 서넛은 낼만한 악양 '무딤이들'이 그것이다.

평사리 논길을 따라 들어가면 우뚝 서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정겹게 맞이하고 언덕에는 초가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언덕 중턱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최참판댁이다.

역사에 남은 대하소설 때문에 없던 마을이 생겨난 것이다. 실재하지 않았던 마을을 소설 속에 나온 배경을 그대로 본떠 지은 가상 속의 마을인 셈이다.

동학혁명에서 근대사까지 우리민족의 한 많은 삶을 그린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이곳 평사리에 소설속의 최참판댁은 한옥 14동으로 조성돼 있다. 조선 후기 우리민족의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은 토지 세트장도 잘 조성돼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전통 한옥과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매년 가을이면 문학축제인 토지문학제가 개최돼 문학마을로써 자리매김 했다. 최참판댁은 2001년에 완공했으며 2004년에 방영된 대하드라마 토지의 세트장으로 이용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 했다.

박경리가 '토지'의 주무대로 이곳을 택한 것은 우선 경상도에 흔치 않게 만석지기에 어울리는 넓은 땅이 있다. 그리고 얘깃거리 풍성한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으며, 경상도 사투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작가의 사상을 널리 알리고 그 뜻과 유지를 기리기 위해 작가의 유품 41점과 초상화, 영상물, 토지 속 인물지도 등을 전시한 박경리 문학관을 개관, 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하동 최참판댁 공연은 찾아오는 관광객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소가 비좁아 앞마당을 넓히고 문학관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잔디 등도 조성했다.

또한 지난 8일 고품격 한옥스테이도 신설, 풍경에 빠지고 문학에 빠진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위대한 문학가 박경리 세계를 살찌운다"

최참판댁 정상욱 명예참판

비가 오는 최참판댁 사랑채에 들어서자 한 선비가 경문을 독음하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이곳 최참판댁의 경암 정상욱(72) 명예참판이다.

정 명예참판은 "오늘 비가 오는데도 풍경이 너무 멋있다. 8경으로 8가지 경치가 한시로 표현되어 소상팔경이 내려오고 있다"면서 "소상은 강 이름을 말하고 중국에 있는 악양과 산세가 너무 흡사해 같이 쓰고 있는데, 소상이 여기서는 섬진강을 비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궁금해 하는 것을 해설하기도 하고, 예절교육도 담당한다. 소설 이야기와 박경리 선생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게 한다.

정 참판은 "소설 토지는 최참판댁의 가족사를 중심축으로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삶의 파란과 격동의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이다. 박경리 작가는 무려 25년 동안 이 소설을 집필했다. 한국 근현대사에 걸쳐 여러 계층 인간들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경리라는 단 한명의 문학가가 고향 통영과 원주, 소설 속 배경인 하동 등에 미친 영향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정말 복 받은 것"이라며 "선생의 생명 사상이 담긴 토지를 읽노라면 마치 추사 김정희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소설 배경은 물론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이 지리산의 품처럼 다들 행복했으면 한다. 한해 50∼60만명의 관람객들을 맞이하면서 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  dal3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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