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항해荒天航海'…죽음본능 관통 삶의 본질 형상화
'바다에 쓰는 시'…바다를 통한 빛의 굴절 양면성 역설

요동하는 바다

저 금은 빛 부끄러움들 보라카이
바다나비 더듬이가 바다 속으로
휘어질 때마다 갯지렁이처럼
몸통 비틀다 스스로 토막 내는 파도
보이지 않는 깊이에서 발버둥 치면서
도돌이표로 변신하고 있어 갑자기
복어 한 놈이 뛰어올라 저 회귀하려는
나비날개를 통째로 삼켜버리는 순간
처절한 쾌감만큼이나 내뿜어 올리는
물방울 감탄사들이 줄줄이 번뜩이고 있어
저만치 어디서 본 미망인의 물방울다이아에
아까 그 나비가 마지막 죽음과
입맞춤하다 다시 날아오르고 있어
대왕문어처럼 아름다운 시체가 꿈틀대기
시작 했어 무지개를 끌어당기면서
원시눈깔들이 바다날씨를 질투하고 있어-

왕성한 창작열의 대명사 차영한 시인이 최근 '황천항해荒天航海'(현대시 刊)와 '바다에 쓰는 시'(도서출판 경남 刊)를 연달아 출간, 화제다.

월간 현대시 기획선에 선정된 차영한의 제12시집 '황천항해'는 60편의 장중한 시편들로 엮어져 있다.

제13시집 '바다에 쓰는 시'는 경남대표 시인으로 선정, 5부 65편의 연작시로 구성돼 있다. 

지난 6월 출간된 제11시집 '거울 뉴런'에 이어 불과 3개월도 안 된 사이에 출간, 강인한 시 창작력을 높이 살만하다.

특히 이번 시집들은 모두가 바다와 연관돼 있다. 시인의 성장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통영수산고등학교 어로과를 졸업한 차 시인은 어선을종 항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다. 대양을 향한 꿈을 실현시키고자 결심한 그는 푸른바다를 청년의 바다로 인식했다.

매료된 것은 움직이는 바다를 현재진행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그곳에서 원대한 포부와 푸른 낭만을 꿈꾸었다. 야망에 불타는 청년은 청동 빛 근육을 자랑하는 바다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2등 항해사로 승선했지만 3개월 동안 뱃멀미로 하선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차시인은 바다와 공감할 수 없었다. 특히 고향사람들의 눈총을 피할 수 없어 패배감에 빠져 있었다. 그때부터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학문에 매진했으나 첫 사랑 같은 바다가 되묻고 있는 트라우마는 떨칠 수 없었다. 현장체험들이 팡토마스 기억으로 떠돌던 어혈들이 터져버렸다는 것이다. 시의 그릇에 담아 보지만 현장감은 곶감처럼 쭈그러진 상태로 보이는 것 같다고 시인은 말한다.

제13집 시집인 '바다에 쓰는 시'에서는 그 트라우마를 당당히 극복하고 있다.

시인은 바다의 궁금증을 오히려 바다에 던져 채낚시해 빗금진 물방울 그대로 받아들인다. 바다의 굴절된 모호한 빛깔 역시 유연성으로 인정하고 역설적 진실 또한 꿰뚫어 본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시어로 그 촉매제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인은 결국 냉철한 시각으로 가상세계의 허구적인 오인들을 걷어내고, 65편의 연작시로 삶과 시의 본질을 바다 속에서 한없이 길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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