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Retro, 복고풍), 빈티지 열풍이 심상치 않다.

복고란 그동안 케케묵은 먼지와 함께 고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그 오명의 녹을 차차 벗으며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과 하나의 감성테마로,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선물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디어와 SNS의 영향으로 옛 노래, 패션, 인테리어까지 즐길 거리로 공유되며 '유행은 돌고돈다'는 불변의 진리 앞에서 레트로와 빈티지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SNS를 통해 일명 '레트로풍'으로 통하는 식당이나 카페 등을 방문한 후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 도시 통영에도 빈티지 혹은 레트로풍을 만끽해볼 수 있는 장소가 적지 않다.

 

뜨끈한 국수와 먹는 추억, 7080 레트로풍
명정동에 위치한 '서피랑국수'(대표 김세헌)는 소소하고 정다운 외관과 더불어 가게 내부는 레트로한 분위기가 여기저기 가득 배어있다.

가게 안 곳곳엔 노란 조명이 밝혀져 있어 따뜻한 분위기가 풍겨옴과 동시에, 1인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바엔 다닥다닥 붙여진 옛날 고전영화 포스터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 비스듬히 놓여진 통기타와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만화책들이 식탁 옆 책장 속에 꽂혀져 있어 흡사 시간여행을 온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김세헌 대표는 "가게는 알던 지인을 통해 인수를 해 열게 됐다. 전체적인 레트로한 분위기는 지인이 꾸몄고 그 외 가게 곳곳은 제가 손보게 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사실 제가 인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이 가게의 옛날감성 컨셉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성향 자체가 옛날감성, 레트로와 상당히 잘 맞는 것 같다"며 설명했다.

'옛날감성'이 그의 가게 인수 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 셈이다.  

이어 "우리 가게가 통영 시내에 있었다면 이런 레트로한 분위기와 굉장히 언밸런스 했겠지만 서피랑에 있어 동네와 어울리는 느낌이다.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도 꾸민 인테리어에 대해 긍정적으로 많이 말씀해주신다"고 덧붙였다.

SNS의 활성화로 지역 내 카페, 식당 등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손님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가게를 방문해 정보를 재공유, 입소문 겸 SNS는 그야말로 취향공유의 장이 된 셈이다.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옛것을 찾는 분위기, 레트로를 즐기는 분위기에 대해서 가게의 주인은 어떻게 생각 하고 있을까. 복고 감성인 국숫집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좋다. 너무 새로움에 앞서 가는 것보다, 옛날을 돌아보게 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라며 레트로 열풍에 화답했다.

 

동서양의 조화, 커피와 즐기는 노블 빈티지
문화동에 위치한 카페 '마당'(대표 강봉석)은 100년이 넘은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가게로 카페 이름에 걸맞도록 들어서면 바로 원목 테이블이 놓인 야외 마당을 볼 수 있다.

드러난 엔틱한 대청마루와 짧은 나무계단을 오르면 실내 카페에는 빈티지한 액자부터 원목 가구, 꾸며진 소품들이 한 가득 눈에 들어온다.

여행을 다니며 손수 모으고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찻잔들과 소품들엔 노블 빈티지를 추구했다는 강봉석 대표의 말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정성담긴 고집까지 담겨있다.

강 대표는 "가옥의 외부는 동양, 내부는 서양의 느낌이 나도록 꾸몄다. 동시대 동서양 조화를 추구했다. 처음엔 샹들리에와 적산가옥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나중엔 두 문화가 잘 조화된다는 걸 알게 됐다"며 빈티지 카페의 탄생비화를 풀었다.

인테리어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도 쉽지만 강 대표는 카페 곳곳에 무조건 제 손길이 닿도록 욕심을 냈다.

그는 "욕심이 많아 벽돌도 직접 하나하나 날랐다. 제가 원하는 디자인과 설계가 정해져 있다 보니 그랬다. 물론 제가 할 수 없는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맡겼지만 저는 진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셀프 인테리어에 임했다"며 카페 구석 구석을 짚었다.

또 "가옥이 현대식 구조가 아니다보니 개조가 더 힘들었다. 비용과 시간이 배로 들었다. 지어진 나무가 백두산 적송이다 보니 세심한 개조를 위해 양산 통도사 문화재 복원팀까지 불렀다"며 설명했다.

100년이 넘었다는 적산가옥은 그렇게 그의 손에서 빈티지풍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카페에 손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대 손님 A씨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물론 꾸며진 빈티지 소품 하나하나도 감탄스럽다.  어떻게 다 구하시고 설계하신건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대표는 "오래된 가옥인 만큼 제 나름대로 공간에게 덜 미안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100년 넘은 기와를 살리기 위해 비오는 날 사다리를 짚고 올라가 방수천도 여러 번 덮었다. 손님들의 반응에 감사함과 동시에 인테리어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드는 비용과 시간은 물론, 고생까지 수반하는 빈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손이 많이 가는 빈티지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 대표는 "빈티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참 많지만 제가 추구하는 건 노블 빈티지다. 저는 단순히 세월만 흘렀다고 해서 그걸 빈티지라고 보지는 않는다. 빈티지는 그 시대의 오브제, 즉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예술"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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