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수험생…아무래도 힘든 청년 두 번 울리는 사이비
통영시내, 유동인구多 거리…대부분 2인1조로 다니며 전도
사회경험無·경제활동有 젊은이, 고등학생까지 표적 삼는다

"저기요 잠깐만요! 너무 눈에 띄셔서요,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강화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 종적을 감추었던 사이비 전도사들이 다시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통영 시내, 거리 등지에서 활동하며 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교적 사회 경험이 적어 속된 말로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층이 그들의 전도대상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돼있거나 장기적인 취업·수험생활로 고초를 겪고 있는 취준생이나 수험생에게 친절한 미소로 접근, 같이 '공부'를 하자며 다독인 뒤 자신들의 아지트로 끌어들인다. 정보가 전무한 개인에게 치밀하게 파고 든다면 당연히 피해자는 속을 수밖에 없다.

통영 등 타지생활을 하며 사이비 전도사들을 숱하게 봤다는 피해자 A씨는 길거리만 나갔다하면 붙잡히는 통에 이젠 순수하게 길 묻는 사람조차 의심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잠깐만요' 불러 세워선 길을 묻는 척 하다, 갑자기 '대학생이세요?' 물으며 신상조사를 시작한다. 묻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나이, 사는 곳, 하는 일 등등 혼을 빼놓을 정도로 묻는다. 그때 이 사람이 대략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 같다"며 접근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이어 "이젠 사람을 붙잡는 법도 가지가지로 발전했다. 심리검사, 미술심리, MBTI, 사주, 심지어 웹툰·웹소설·웹드라마 등 젊은 사람들이 혹 할만한 소재까지 동원한다"고 덧붙였다.

그 중 제일 악질인 것은 다정함을 가장해 다가오는 위선이 제일 악질이라며 A씨는 꼬집었다.

A씨는 "길거리에서 만난 사이비들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친절하다. '어려보인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조상의 공덕이 보인다는 둥, 착한 심성을 타고났으며 영혼이 맑다는 둥. 밑도 끝도 없이 기분 좋을 칭찬을 해준다.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니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경계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어떻게 심리적으로 파고 드는지 설명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친절은 절대 없으며 쉽게 얻는 인연은 절대 없다는 걸 A씨는 호된 인생 공부를 통해 배우게 됐다.

대학시절, 계절학기로 교양강의를 들었던 A씨는 우연히 마음이 잘 맞는 동생을 만났다. 졸업 후 타지에 남아 공무원 수험생활을 하며 언니 동생으로 의지하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어느 날 우연히 그 동생의 아는 언니를 만나게 됐다. 전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언니라고 소개하더라. 얘기를 해보니 셋이서도 말이 잘 통하고 잘 맞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좋은 친구들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며 말했다.

또 걸치고 걸쳐 독서모임까지 들어가게 된 A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알송달송한 공부' 앞 단계까지 와 있었다. 알고 보니 교양에서 만난 동생부터 카페에서 만난 아는 언니까지 A씨 포섭을 위해 약 5명이 있지도 않은 독서모임을 창설, A씨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정말 충격이었다. 취미가 독서라고 했더니 그날로 자기들끼리 작당을 해서 독서모임을 급조하고 동참을 권유 했던거다. 제가 참여했던 마지막 모임에서는 갑자기 종교와 관련 있는 책으로 주제가 바뀌길래 무언가 이상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제가 당했던 수법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배신감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치가 떨렸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상했던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종교와 관련 있는 책'은 일반인이 읽기엔 어렵다며 지인 강사에게 설명을 부탁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누군가 제안한 것. 강사는 A씨 보다 서너 살 많아 보이는 또래 언니였다. 원래는 돈을 받고 강연을 해야 하지만, 단순히 A씨가 착해서 책에 대한 지도를 해주는 것이기에 주변에 함구할 것을 '필히' 당부했다고 한다.

A씨는 "그때부터 무언가 이상했다. 착하면 착한거지 뭘 공짜로 해줘? 이유가 너무 터무니없었다. 모아놓고 추궁했다. 독서모임은 언제 만들어졌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거짓말만 잘 하더라. 정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할수록 제가 더 이상한 사람이 돼가는 것 같았다. 그 후 추궁을 포기하고 당장 모임도 그만뒀다. 그때 알았다. 쉽게 얻어진 인연이니 이렇게 쉽게 잃어지는구나. 그 사이비들은 대체 뭘 얻기 위해 단체로 절 그렇게까지 속였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진심을 이용해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을까하는 생각이든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믿었던 동생에게 배신까지 당한 A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씨의 경우는 운이 아주 좋은 경우다. 긴 시간, 금전 손해 없이 저절로 손을 털어 나오게 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실제 사이비 종교 전도사들은 20대를 비롯 어린 고등학생들까지 포섭해 미래의 '재원'으로 삼는다고 한다.

A씨는 "3~4년전만 해도 통영에 내려오면 마주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요 근래 사이비 전도사들이 눈에 많이 띈다. 타도시에서 봤던 수법 그대로 쓰면서 사람들에게 전도를 하더라. 당한 게 있어,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떠보며 물어보니 대부분 사이비 종교들은 자기네들의 '공부방' 이라는 게 있고 포섭당한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포섭한 사람 중엔 제 또래도 있고 어린 고등학생까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데, 머리가 아찔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간 애들이 무슨 죈가? 자기들의 종교가 옳다고 그런 전도행위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명백하게 사람을 속이는 행위다. 당당하다면 왜 애초에 종교라고 말도 못하는 건가? 왜 인터넷 검색조차 제한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길거리에서 사이비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A씨는 그저 '상대를 않는 게 상책'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A씨는 "만약 길거리에서 사이비를 만났다면 괜한 아집으로 이겨보겠다고 대화를 이어나가기보다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게 상책이다. 호기심으로 따라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그들이 다짜고짜 대학생이냐고 묻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교적 사회경험이 적은데 비해, 경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취준생, 수험생들은 심리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여서 그런 사이비 종교에 혹하기 쉽다. 단순하게 정말 잘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심리를 이용하기에 더 괘씸하다. 어려울수록 더 혹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더라. 제가 겪어보니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피해를 입게 됐더라도 크게 자책하지 않고 두 번은 사이비에게 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솔직히 말해서 속이는 놈이 잘못이지, 당하는 사람이 잘못은 아니니 말이다. 통영은 비교적 사이비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다녀보니 크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조심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를 아십니까?'는 사이비를 대표하는 시그니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철지난 유행어가 됐다. 젊은 세대 포섭을 위해 사이비 종교들은 더욱 기발한 전도방법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연극판까지 짜고 있으니 말을 다했다.

사람의 진심을 이용해 금전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입히는 이런 악행은 절대적으로 근절돼야 한다. 도를 아십니까? 차라리 모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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