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로스에 반해 해양대 지원, 벌크선·탱커선 승선경험
‘금녀의 벽’ 넘고·깨기 위해 남몰래 피나는 노력 엿보여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 현재는 육아에 도전 중”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지사 운항관리센터의 이주영 운항관리자는 바다에서의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해 항상 남몰래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도전했다. 지금은 운항관리자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라는 두가지 역할에 도전 중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지사 운항관리센터의 이주영 운항관리자는 바다에서의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해 항상 남몰래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도전했다. 지금은 운항관리자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라는 두가지 역할에 도전 중이다.

■ ‘여객선 안전지킴이’ 이주영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지사 운항관리자 

지난 추석명절 17일에서 22일까지 총 6일 동안 통영항을 통해 육지와 섬을 이동한 귀성객 수는 4만6천여 명에 이른다. 또한 장기간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을 해소하고자 나홀로 섬 여행이 각광 받으면서 통영항은 때아닌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 1건의 여객선 사고가 없는 것은 이용객들의 안전항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도 생소한 운항관리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통영센터를 비롯 거제, 삼천포 등 14개 항로, 24척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지사 운항관리센터를 찾았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객선들이 드나드는 통영항구와 잔잔한 바다에 비친 윤슬에 시선을 빼앗길 찰나 한 여성분이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객선 안전지킴이’ 운항관리자 이주영 과장입니다”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서 느꼈을 고독과 거친 바다를 뚫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거리가 먼 차분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이 편견은 크나큰 착각이었으리라, 이주영 과장은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세상의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속이 단단한 외유내강형이었다.

운항관리자는 쉽게 말해 여객선 점검, 사업자·종사자 교육, 운항 중 여객선 모니터링 등 여객선 안전운항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운항관리자의 하루는 여객선 첫 출항에 맞춰진다. 첫 여객선이 새벽 6시 15분에 출항하면 적어도 1시간 전까지 출근해 매뉴얼에 따라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그렇다면 이주영 과장은 왜 운항관리자가 됐을까? 이주영씨는 “먼저 운항관리자가 될려면 3급 이상의 항해사, 기관사, 운항사 자격증을 소유하면서 3년 이상의 승선 경력이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고향이 경북 포항인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보고 자라 바다와 친숙했다. ‘바다는 내 운명’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지만 이씨는 손사래 친다. 이씨는 “운명적으로 이끌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 마도로스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여성 마도로스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자연스럽게 관련 학교를 지원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사람은 항상 처음이라는 것이 존재, 그 처음의 기억은 강렬하다. 이주영 운항관리자에게도 처음 승선 기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이씨는 해양대 3학년 시절 실습으로 벌크선(석탄 등을 선적 운반하는 화물선)에 승선했고 이후 학교 졸업 후 모 상선회사의 탱커선(석유를 선적하는 화물선)에 올라탔다. 이씨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학교생활 할 때도 해양대 내에 여학생수는 많지 않았다. 실습했을 때도 그렇고 취업했을 때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 아닌 주목 받은 것이 사실이다. 배 승선을 위해 첫 계단을 밟았을 때의 설레임 반, 두려움 반도 있었지만 ‘금녀의 벽’이라는 현실과도 마주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내 전체 직원 중 여성 운항관리자는 이주영 운항관리자 포함 단 3명뿐이다. 이씨는 “당시 해운업계에서 항해사를 30명 채용하면 여성 항해사는 1~2명 채용할 때다. 당시 승선하는 선박마다 상위 사관들로부터 자격여부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당당히 항해사관으로 인정받기 위해 여자라는 생각을 내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탱커선에 승선하던 당시 메이저 검사 수검 통과가 주요 화두였는데 나는 높은 검사 기준에 맞춰 체크리스트 300개를 준비해 하나하나 따져보며 지적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십번 체크했다. 단편적인 예지만 현재도 모든일에 대해서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수십번 반복 검사를 한다. ‘내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은 절대 믿지 않겠다’라는 나와의 약속을 한번도 어긴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통영항을 드나드는 여객선의 안전을 책임지면서도 현재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 가정의 안전을 책임을 지고 있는 이씨는 “육아를 병행하면서 하는 업무가 때로는 벅찰 때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탄생한 이래 바다를 정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항상 도전만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바다가 두려워 노를 젓지 않았다면 현재 바다로부터의 풍요로운 삶도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항해사에서 여객선 운항관리자가 되기 위해 도전했고 이제는 육아에 도전 중이다. 인생은 항상 도전의 연속인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끝으로 이씨는 “나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소속된 모든 직원들은 안전한 바닷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영 관내 여객선을 탑승하는 이용객께서는 여객선 이용시 주의사항 및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관련 종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이용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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