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해문화재단 이철성 이사장 타계…10일 통영 추도식 거행

풍해문화재단 이철성 이사장이 지난 8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 10일 통영에서 추도식이 거행됐다.
풍해문화재단 이철성 이사장이 지난 8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 10일 통영에서 추도식이 거행됐다.

“객지생활 50년, 당연한 일이지만 고향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향 산천(山川)을 생각하면 어머니의 품속처럼 언제나 포근하고 다정스럽다. 고향을 찾아가면 아직도 가슴이 설레고 그곳을 떠날 때면 마치 다시 못 올 이별이라도 고하듯 마음이 쓰리다. 나의 남다른 고향 생각은 예사로운 사랑과 그리움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하겠다는 감사와 보은(報恩)의 뜻을 간직해온 것이다”

풍해문화재단 이철성 이사장이 지난 8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이 이사장은 평소 ‘통영사랑 1인자’로 불리며 고향을 위한 마음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아왔다.

고향 통영에 다양한 문화사업과 교육사업이 번창하길 바라며 ‘豊海(풍해) 풍요롭고 넉넉한 통영의 바다가 되고 싶다’는 뜻을 품고 2006년 풍해문화재단을 설립, 통영 문화예술사업 지원 및 육성사업에 앞장섰다. 2018년 추석을 앞두고는 사재 200억원을 털어 재단의 기금을 늘렸다. 어머니와 고향사랑의 일환으로 통영문화 육성과 인재양성에 매진하고자 하는 이 이사장의 진심이 담긴 기금이었다.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사랑을 주었던 그 마음으로 어렵지만 씩씩하게 자라나는 지역 인재를 위해 더욱 열심히 후원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1969년 국유지였던 남망산을 통영시 재산으로 전환하고, 모교인 통영초교와 통영중·고교 매년 장학금과 도서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 이것이 어머니에 대한 나의 작은 보답”이라고 말한 이철성 이사장.

생전 그의 남다른 고향사랑은 식지 않고 꾸준히 이어졌다. 한산신문과 함께 손을 잡고 펼친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랑의 릴레이 사업은 물론 꽃시비 문화운동, 초정 김상옥 기념사업회, 옻칠미술관, 극단 벅수골 등의 문화 지원은 물론 통영독립운동사 및 통영 관련 학술 총서도 연속적으로 발간하는 등 어머니와 자신이 행복했던 고향 통영의 후세를 위한 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어머니가 나에게 사랑을 주었던 그 마음으로 어렵지만 씩씩하게 자라나는 지역 인재를 위해 더욱 열심히 후원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는 이철성 이사장.

통영의 별, 별의 고향에서 영면에 들었다.

10일 통영 추도식 거행

지난 10일 오후 1시 풍해문화재단 이철성 이사장의 추도식이 항남동 한산대첩광장에서 엄수됐다.

추도식은 장영미 승전무 전수교육조교의 위무춤을 시작으로 약력보고, 묵념, 추도사, 회고사, 유족대표 인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안휘준 통영시체육회회장, 풍해문화재단 이사의 약력보고
안휘준 통영시체육회회장, 풍해문화재단 이사의 약력보고

강석주 통영시장은 “박사님은 이제 우리 곁은 떠나지만, 박사님이 걸어오신 길은, 두고두고 지역사회에 아름답게 회자될 것이며 우리는 오랫동안 박사님을 기억하며 그리워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슬픔을 가슴 깊이 담으며 박사님이 남긴 고귀한 뜻을 잊지 않고 통영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묵묵히 나아가겠다. 박사님에 대한 존경과 간절한 추모의 마음을 모아, 통영시민의 이름으로, 평온한 안식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추도했다.

손쾌환 통영시의회 의장은 “이철성 이사장님께서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도움을 주었던 이웃과 고향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원대한 뜻을 품고 재단을 설립하시어 우리 통영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고인께서는 각종 학술연구 및 문화예술사업에 대한 지원과 장학금 지급, 복지시설 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향 사랑을 실천하셨기에 우리 통영에는 이사장님의 고귀한 정신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는 먼저 가신 이사장님의 깊은 뜻을 받들어 그 의지를 이어나가며 고인께서 지키고자 하셨던 가치를 후대에도 계속하여 전달하도록 하겠다. 평온한 안식을 마음 깊이 기원한다”고 고인을 기렸다.

풍해문화재단의 후원을 받고있는 통영유소년요트장학생 대표 류동우 학생은 “저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이렇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항상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운동이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도 나중에 이철성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시 또 이겨내고는 했다. 할아버지께서 평소에 ‘통영은 풍요로운 바다가 생명이고 통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요트다’라는 말씀을 항상하셨다고 들었다. 할아버지의 깊은 뜻을 우리들 모두의 가슴에 새기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철성 할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허도명 한산신문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통영을 사랑하시고, 생각하시고 마음속에 품고 계셨던 분이었다. 서울에서 통영을 간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시며 항상 기쁘게 고향을 방문했다. 매년 명절이 되면 고향을 내려오시고 한산신문사에 방문해 좋은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통영을 가슴 속 깊이 사랑했고 그 마음을 베푸신 분이다. 박사님은 우리가 정말 존경해야 하는 분이다. 우리들도 박사님의 마음을 잘 받들어 세계 속에 빛나는 통영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박사님의 평온한 안식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회고했다.

이지연 풍해문화재단 통영주재이사는 “박사님과 저의 인연은 200만원으로 시작됐다. 2007년 김춘수 선생님 꽃 시비 건립 시민 모금 운동을 할 때 꽃 한 송이에 만원으로 시작을 했는데 어떤 분이 통장에 200만원을 입금했었다. 그래서 돌려드리려고 했더니 박사님께서는 돌려받지 않겠다고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화를 내셨다. 융통성 없는 인간이라고 꼭 만원만 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리고 그다음 만남은 통영 초등학교 100주년 기념행사 때였다. 우리 학교를 빛낸 선배님이셨다. 2018년 풍해문화재단 재단에 박사님께서 추가로 유산을 기부하시면서 통영의 주제 이사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한산신문 김영화 문화부 기자가 저를 추천해 다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1월 4일날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박사님께서 사령장을 1월 2일자로 써가지고 오셨다. 저를 뭘 보고 미리 사령장을 써가지고 왔냐 여쭤보니 ‘융통성 없는 인간이라서 그랬다’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어 “일을 하면서 제가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너무나 힘들게 단련하셨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셨다. 그때는 너무 섭섭하고 힘들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 뜻을 알겠다. 고향 사랑이 남달랐던 박사님은 노래방에서 늘 고향이 들어가는 노래를 부르셨다. 오늘 여기에 박사님이 아는 모든 분들이 다 모여 계신다. 박사님만 안 계신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너무나 그립다.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눈물로 회고했다.

이철성 이사장의 아들 이문호씨는 “풍해문화재단은 선친이신 이철성 박사님이 고향인 통영을 사랑하고 통영을 위한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드신 재단이다. 풍해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이철성 박사님의 뜻을 굳건히 받들고 그 뜻을 이어가는 헌신을 다할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또 한편으로 동시에 아버님께서 하늘나라에 계시면서 이제 더 자유롭게 통영에 주유하실 수 있다는 소망과 믿음을 갖고 있다. 지금 이자리에 함께 계시리라 저는 확신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고향사랑 1인자 각별한 고향사랑 실천
풍해문화재단, 문화예술·장학사업 지원

이철성 이사장은 한려수도 항구도시 통영시 항남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아버지를 잃고 5남매 생계를 위해 쌀가게를 하는 어머니 품에서 꿈을 키웠다. 그는 어려운 어린시절을 딛고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경제 관료에서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로 정년을 맞이하고 2006년 사재로 재단법인 통영 풍해문화재단을 설립, 고향 문화예술사업 지원과 장학사업에 여생을 보냈다.

매해 각종 교육사업 지원과 장학금, 1969년 국유지였던 남망산을 통영시 재산으로 전환한 것 역시 어머니를 향한 그의 작은 보답이다.

지난해 11월 통영을 방문한 이 이사장은 지역 체육인재 발굴육성 여건 조성과 지속적인 통영체육 발전 도모한 공로로 경남도체육회장 감사패를 수상했다.

이철성 이사장은 “고향의 체육인재 발굴육성을 통해 지속적인 통영체육 발전을 도모하는데 풍해문화재단의 장학사업이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 먼 훗날 이철성이라는 사람을 통영사람 중 가장 고향사랑과 부모사랑이 훌륭했던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산신문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이철성 이사장은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고향 통영에 대한 나만의 사랑법이다. 고향 통영의 풍요로운 바다가 되고 싶다”고 고향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냈다.

통영의 별 이철성 이사장은 이제 별의 고향에서 잠들었다. 통영시민들은 고향 통영을 위해 모든 마음을 쏟아낸 이 이사장의 마지막에 마음을 담아 영면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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