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대변신, 지역문화 선도 ‘특화도서관’>

1. 숲속 작은 오두막 ‘학산숲속시집도서관’
2. 국학 특화도서관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
3. 70년 만에 다시 문 연 ‘국회부산도서관’
4. 통영 음식을 맛보고 체험하는 곳 ‘꿈이랑도서관’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에서 출발했던 국회도서관이 개관 70주년을 맞아 국회부산도서관으로 돌아왔다.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에서 출발했던 국회도서관이 개관 70주년을 맞아 국회부산도서관으로 돌아왔다.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
작지만 거대한 도서실의 탄생
70년 만에 문 연 국회도서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벌어졌다. 제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5일 만이자, 국회의사당이 세종로 중앙청으로 이전한 지 6일 만이었다. 정부는 이틀 밤새 대전으로 이전했고 수도 서울은 3일 만에 북한군에게 점령당했다. 긴박한 전황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밀려 내려왔으며, 1950년 8월 18일에 부산은 피란수도로 지정됐다. 이후 국군의 반격, 중공군의 개입 등으로 전쟁은 길어졌고, 부산은 1천23일 동안 피란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부산으로 정부 부처와 국회, 대법원, 각국 외교기관 등 주요 기관들이 옮겨왔으며, 피란정부는 경남도청 청사(현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를 임시 수도정부청사로 삼았다. 경남도청 청사 바로 옆에 자리한 무덕전은 1951년 6월 27일부터 국회 청사로 활용됐으며, 이 무덕전에서 국회 도서실이 태동했다.

정부가 부산에 자리 잡으며 국회는 부산문화극장을 임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후 부산극장 등을 거쳐 1953년에 서울로 환도하기 전까지 경남도청 무덕전을 청사로 사용해 국회 의정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전쟁을 종식시키고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다양한 법안이 신속하게 만들어져야 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법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자료를 찾아다녀야 했던 국회의원들에게는 입법을 지원할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모아놓은 국회도서실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국회도서실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1952년 2월 20일 무덕전에 자리잡게 됐다.

국회도서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386권의 책에 1천18권의 도서를 추가로 구입하고 여기에 서울대학교 이하윤 교수가 기증한 1천500권과 함께 존 무초(John J.Muccio)주한 대사에게 700건의 양서를 추가로 빌려왔다. 총 3천604권의 장서가 무덕전 한 켠, 일곱 개의 책장에 자리 잡았다. 사서 1명에 7개의 서가가 전부였던 초라한 도서실이었지만 국가와 국민에 대한 국회의 사명감 위에 세워진 작지만 거대한 도서실이었다.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에서 출발했던 국회도서관이 개관 70주년을 맞아 국회부산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 31일 70년 만에 부산에서 다시 문을 연 국회부산도서관. 국회도서관의 첫 번째 분관이 부산에 탄생한 것이다. 국회부산도서관은 도서관의 르네상스를 선도하고, 서부산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영남권 최초 국가도서관…‘지식문화 공간’
의회도서관 입법·학술자료 쉽게 활용 가능

국회도서관의 첫 지역 분관인 국회부산도서관이 지난 3월 31일 부산 강서구에 개관, 영남권 최초의 국가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국제1로 161에 위치한 국회부산도서관은 지난 2014년 건립을 추진, 지난해 6월 준공됐다. 도서관의 외관은 책을 눕혀놓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연면적 1만3천661㎡(4천132평) 지상 3층 규모로 종합자료실, 의회자료실, 주제자료실, 어린이자료실, 세미나실, 전시실을 갖췄다.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보존서고와 재난·재해 상황에 대비한 디지털 보존실도 갖춰져 있다. 국가 문헌정보 분산 보존차원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의 장서 170만권을 옮겨왔고, 5만3천권은 새로 들였다. 입법·학술관련 자료 또한 3억5천만 쪽이 넘는다.

국회부산도서관은 서울 본관과 협력으로 지방의회정보센터, 의회·법률정보센터 등 의회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국회도서관은 관외 대출 서비스를 하지 않는데 국회부산도서관은 일반 국민을 위해 단행본 대상 관외대출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면 1인당 5권까지 15일간 빌려볼 수 있다. 또한 의회민주주의 체험공간을 운영해 국민 문화 향유권을 높이고 있다.

국회부산도서관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와 의정활동 지원 기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365만권에 달하는 장서를 수용 가능하도록 설계, 개관 이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주제도서를 중점적으로 수집·서비스할 계획이다.

도서관 이용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 주말은 오전 9시~오후 5시다. 매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한다.

국회부산도서관 개관기념 상설전시·기획전시
대한민국 국회의 역사,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

국회부산도서관은 상설전시 ‘국회 나라의 뜻이 모이다’와 ‘시작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이라는 기획전시를 오는 9월 19일까지 도서관 1층 상설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상설전시 ‘국회 나라의 뜻이 모이다’는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소개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1948년 제헌국회부터 현재까지 국회의 역사를 조망하고, 국회의 구성과 활동을 중심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국회를 들여다보다’는 국회 및 국회도서관의 역사가 담긴 연대표 전시 공간으로, 국회사의 주요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국회를 살펴보다’에서는 국회의 구성 및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국회의장 외교선물과 국회의 입법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국회를 만나다’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외부 전경 및 내부본회의장 등 국회의 실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국회의 입법지원기관을 소개하는 ‘입법활동을 지원하다’에서는 국회의 대표적인 의정활동 지원기관인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자료를 디지털서재로 만날 수 있다. ‘국회의 뿌리를 찾다’는 대한민국 국회의 기원인 임시의정원 및 제헌국회와 관련한 유물이 전시된 공간이다.

기획전시 ‘시작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은 국회도서관 개관 70주년을 맞아 국회와 함께 성장해 온 국회도서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주요 전시유물로는 임시정부의 1934년 10월부터 1935년 8월까지의 결산보고가 있다. ‘수입’ 항목은 총성금, 애국금, 인구세 등이고, ‘지출’ 항목은 군무비, 비품비, 소모비, 통운비, 잡비, 보조비, 용인급, 선전비, 여비, 교제비, 도서비(圖書費)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도 ‘도서비 2원’을 책정했음과 임시정부의 지출 총액(약 1천31원) 대비 도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0.2%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제헌국회 의사록이 눈에 띈다. 제헌국회 최봉식 의원(울산군 갑, 무소속)이 보유하던 기록을 2004년 후손이 부산광역시 교육청에 기증했고, 이를 다시 2010년 국회기록보존소가 교육사료보관소 측으로부터 인수해 보존 중이다. 오늘날 임시회의록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국회 회의록 관련 연구의 기초가 되는 귀중한 사료이다.
이밖에도 임시의정원 관인이 주목할만하다. 이 유물은 오늘날 국회에 해당하는 임시의정원의 각종 공문서에 찍었던 국새(國璽)격의 관인으로 인면에는 ‘임시의정원인(臨時議政院印)’이라고 각인돼 있다. 이 관인은 임시의정원 의장을 역임한 홍진(洪震, 1877∼1946)이 1945년 해방 후 그해 12월 1일 환국할 때 국내로 가지고 왔다. 홍진이 별세한 이후 유족들이 보관하다가 2019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국회도서관에 기증했다.

국회도서관에서 보존 중인 임시의정원 문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임시의정원 잠행조례안 통과 고함(1925), 원비 결산서 제출에 관한 건(1943) 등의 문서에서 실제 날인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임시의정원 잠행조례안은 임시의정원의 운영법에 준하는 것으로 의원 선거 및 원구성과 회의절차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공개된 유일한 임시의정원의 관인이 날인됐다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회부산도서관은 매년 주제와 연출방식을 변경해 기획전시를 할 예정이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에서 탈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국회의 역사를 배우고 의회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목록함

“이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목록함을 매개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십시오. 국회부산도서관에 거는 기대를 적어 목록함에 넣어주세요. 여러분들의 바람이 모여 국회도서관 미래 70년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의 도서관 이용자는 도서관 자료의 제목, 저자 등 키워드를 검색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PC와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도서목록 카드만이 정보를 찾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과거 도서관에서 사용하던 목록함은 저자 제목, 주제별로 구분됐으며, 열람자들이 자료의 위치를 확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회도서관도 카드 목록함을 사용했다. 당시 목록함이 놓여진 중앙홀에는 항상 이용자들로 북적거렸다. 이후 정보화 요구에 따라 전자도서관이 구축, 목록함의 역할은 온라인을 통한 검색 및 열람으로 대체됐다. 이제 도서카드 목록함은 부정할 수 없는 과거의 유산이다. 하지만 목록함은 소장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노력한 사서들의 열정과 이용자들의 지적 호기심이 어우러진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과거의 카드목록함이 전자도서관으로, 1952년 무덕전 한 켠의 국회도서실이 2022년 국회부산도서관으로 이어졌다.

기획전시장 끄트머리에 자리한 목록함. 목록함을 열어보니 도서관 방문객들이 펜으로 직접 소망을 담은 글귀들이 적혀있다. 이는 이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목록함이 될 것이다.

테마코너, 부산출신 작가 도서 선별
국회부산도서관이 만들어 갈 미래

국회부산도서관은 북큐레이션을 통해 주목할 만한 주제분야의 도서를 선별, 제공하는 테마코너를 만들었다. 이용자가 새로운 도서를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책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6월의 테마코너는 ‘반려동물’이다. 서울시는 ‘동물 공존 도시’를 선언하고,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람과 함께 유구한 시간동안 인식의 변화를 거쳐 이제 애완을 넘어 반려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동물. 반려인구 천만시대, 사람과 공존하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이웃들’인 부산 출신 작가들의 책들도 볼 수 있다. 김금희, 김진명, 고금란, 구소은, 김동식, 김민혜, 김언, 김영래, 김종철, 김하나, 박주영, 이미예, 정광모, 정우련, 허택, 안지숙, 유익서, 이미욱, 정미형, 조갑상, 오선영 등 작가들의 책이 소개됐다.

어린이자료실 또한 여의도 본관에는 없는 시설이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상과 좌석은 안락한 느낌을 준다. 신발을 벗고 이용하는 공간과 전시관도 마련됐다.

의회민주주의 소양을 고취하고 문화·예술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문화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특강, 독서토론 등 어린이·청소년·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들이 펼쳐진다.

국가 문헌의 보존공간을 확보하고, 지식과 문화의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는 국회부산도서관. 의회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 지역주민 복합문화향유권 제고로 시민들의 지식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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