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읍 세포마을 ‘편지 쓰고 문구 사는 작은 가게’
‘쓰는마음’ 지난 6월 오픈…책·엽서·편지·필사·문구
소설가의 책상, 시인의 책상, 음악가의 책상 기획

“여행 중에 편지 쓰고 문구 사는 작은 가게입니다”

‘쓰는마음’ 명함 뒤에 소개된 문장이다. ‘여행 중에 편지를 쓴다는 것, 그런 장소를 마련해 준다는 것일까?, 어떤 곳일까?’ 머릿속에 여러 물음표가 떠다녔다. 일렁이는 호기심은 이곳을 꼭 가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통영시 산양읍 세포마을.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지나면 한적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 골목길을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쓰는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쓰는마음’은 지난 6월 문을 개업했다. 봉평동에 위치한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장혜원씨는 초록색 지붕을 가진 자신의 집 바로 옆에 ‘쓰는마음’을 열었다.

들려오는 소리 없이 고요한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비한 공간이 나타난다. 정말로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들이 각자의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책장에는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 책들이 있고, 연필과 샤프, 볼펜, 만년필, 엽서, 편지지 등 다양한 문구류들이 자개 서랍장 위에 펼쳐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쓰는마음’에는 3개의 방이 있다. 방마다 이름 붙인 책상은 ‘쓰는마음’의 재미를 더한다. 장혜원 대표는 이 공간에 ‘소설가의 책상’, ‘시인의 책상’, ‘음악가의 책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쓰는마음’에는 3개의 방이 있다. 방마다 이름 붙인 책상은 ‘쓰는마음’의 재미를 더한다. 장혜원 대표는 이 공간에 ‘소설가의 책상’, ‘시인의 책상’, ‘음악가의 책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쓰는마음’에는 3개의 방이 있다. 방마다 이름 붙인 책상은 ‘쓰는마음’의 재미를 더한다. 장혜원 대표는 이 공간에 ‘소설가의 책상’, ‘시인의 책상’, ‘음악가의 책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소설가의 책상’은 소설가 박경리의 책상을 모티브로 한 글쓰기 공간이다. 소설가의 글을 읽고 필사하거나 타자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박경리 원고지에 글과 편지를 쓰며 고요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시인의 책상’에서는 김춘수, 백석, 유치환, 정지용이 시로 노래했던 아름다운 도시 통영에서 시인의 마음으로 편지를 쓸 수 있다. 사각거리는 만년필로 시인의 언어를 필사할 수 있다. 아늑한 책상과 필기감 좋은 종이와 필기구가 마련, 도톰한 엽서에 진한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음악가의 책상’은 아내에게 수백 통의 사랑의 편지를 썼던 음악가 윤이상의 책상을 모티브로 했다. 항공 비용을 아끼기 위해 편지지를 빼곡하게 채우고 무게를 재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편지를 쓴 후 왁스 실링으로 마무리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쓰는마음’ 장혜원 대표가 소설가 박경리의 책상을 모티브로 한 글쓰기 공간 ‘소설가의 책상’ 앞에서 환희 미소 짓고 있다.
‘쓰는마음’ 장혜원 대표가 소설가 박경리의 책상을 모티브로 한 글쓰기 공간 ‘소설가의 책상’ 앞에서 환희 미소 짓고 있다.

장혜원 대표는 “기념관이나 전시장을 가면 작가들의 책상에 눈이 갔다. 늘 그런 책상들을 보면 ‘그 사람이 바라보는 시야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 책상에 앉으면 작가, 예술가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 그 예술가가 된 것처럼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상마다 이름을 붙이고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소설가의 책상에 있는 타자기다. 흔히 사용해 볼 수 없는 타자기로 편지를 쓰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타자기의 소리는 문장을 쓰는데 더욱 집중력을 높여 주고, 타자기로 쓴 편지를 받은 사람도 좋아한다고 한다.

장 대표는 “통영이 가진 예술자산이 많다. 다양한 문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예전에는 여행 가면 친구와 가족들에게 편지, 엽서를 써서 보내곤 했다. 여행이란 것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 글쓰기와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쓰는마음’은 이러한 아날로그적 경험들을 여행자들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문예창작과를 나오고 편집자로 일하면서 장혜원 대표 주변에는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것이 좋았다는 장 대표.

장 대표는 쓰는마음을 통영의 문화예술과 아날로그적 경험들을 여행자들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장 대표는 쓰는마음을 통영의 문화예술과 아날로그적 경험들을 여행자들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작가들의 마음을 뒤에서 응원해주고, 가끔은 목소리를 내고, 끌어내어 주는 역할이 편집자의 일인 것 같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람들 곁에서 편집자 역할로 도와드리고 싶다. 필사하거나 누군가에게 엽서 한 장을 쓰더라도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마음’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의 순간, 육아, 퇴사, 부모님의 투병 등 삶을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장 대표는 이런 순간들을 모아 개인 출판물로 만들어 언제나 펼쳐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또 통영 전통공예 등 통영이 녹아있는 제품 개발에도 뜻을 내비쳤다.

장혜원 대표는 “가족, 부부, 연인들도 오시지만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이 방문해주신다.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책을 읽거나 필사하거나 엽서, 편지를 쓰거나 저와 수다를 떨러 오신다. 혼자 보내는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이 준비돼 있다. 나를 위한 편집자가 있는 곳, 인생에 쉼표 하나를 찍고 싶은 순간에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여행자들이 여행시간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곳, 통영 문화예술을 진하게 만나고 직접 경험하며 예술가가 돼보는 경험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영 생활 11년. 장혜원 대표는 서울보다 통영이 삶의 속도와 밀도가 자신과 맞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통영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다고 말하는 장 대표. 섬처럼 떨어져 이를 관찰하는 성격인 그는 통영이 가진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 예술가의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쓰는마음’은 색다른 즐거움과 평온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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