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고 2학년 그룹사운드 ‘그루잠’…학생 자체 결성 밴드
출중한 보컬‧연주 실력, 폭발적 퍼포먼스‧무대매너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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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동원고 2학년 최도영(기타‧드럼), 김선주(리더‧기타), 이정민(보컬), 차주광(기타) 학생.

어스름 낀 평일 오후, 죽림 통영시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다채로운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방과 후 학생들이 댄스, 노래, 연극, 밴드 등 다양한 동아리 문화활동을 누리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삼삼오오 모여 취미를 즐기는 청소년 문화의 장,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모습을 뽐내는 가운데 방음벽을 뚫고 강렬한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마치 프로의 손길이 닿은 듯한 록 사운드는 공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나고, 몸을 들썩이게 한다.

“‘젊음’ 그 자체를 무대에서 보여드립니다. 멤버 전원이 밴드 활동을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우리의 무대는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연주 실력, 퍼포먼스, 호응 유도 그 어느 것 하나 손색없다고 자부합니다”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소년들은 자신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원고 2학년으로 구성된 ‘그루잠’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모여 결성한 밴드다. 학교에 속한 교내 정규동아리가 아니라 학생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총 멤버 8명 중 김선주(리더·기타), 이정민(보컬), 차주광(기타), 최도영(드럼·기타) 학생을 만나 그들의 당찬 음악세계를 들어봤다.

그루잠은 지난 3월 동원고 8교시 방과 후 수업을 계기로 결성됐다. 이들이 모이게 된 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리더 선주는 “중학교 때 밴드 활동한 경험이 정말 좋아 고등학교 들어 와서도 꼭 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방과 후 수업으로 통기타 반을 신청했는데 이미 수준급의 기타 실력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추구하는 음악도 비슷해서 먼저 3명이 모였고, 6명으로 늘었다. 이후 부재한 드럼, 키보드 자리를 채우기 위해 교내 실력 있는 친구들을 찾아 영입에 나섰고 총 8명인 지금의 그루잠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깨었다가 다시 든 잠’이란 뜻을 지닌 그루잠, 이름 정하는 데만 15일이 걸렸다. 멤버들은 들국화처럼 우리말로 된 밴드명을 원했고 처음엔 ‘흑삼릉’이 될 뻔 했다. 그러던 중 김현우(베이스) 학생이 꽤 분위기 나는 그루잠을 제안, 그 의미까지 몽환적이라 멤버 전원이 동의해 최종 결정했다.

그루잠은 지난 7월 8일 통영리스타트플랫폼에서 '리타의 밤' 공연을 펼쳤다.
그루잠은 지난 7월 8일 통영리스타트플랫폼에서 '리타의 밤' 공연을 펼쳤다.
그루잠은 지난달 6일 통영리스타트플랫폼 아트홀통에서 '2022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젊은 열정을 맘껏 뽐냈다.
그루잠은 지난달 6일 리스타트플랫폼 아트홀통에서 열린 ‘2022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에 초청 받아 경남·부산 유명 인디밴드와 함께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그루잠은 결성 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법 많은 무대에 섰다. 첫 공연이었던 동원고 체육대회부터 감성조례, 리스타트플랫폼 리타의 밤,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공연까지 하나하나 저마다 행복한 추억으로 새겨져 있다. 공연뿐 아니라 나날이 즐기는 마음으로 합주 연습을 했던 시간들도 이들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도영(드럼·기타)은 “각자 사는 동네도 전부 다르고 서로 일정이 있는데도 불구, 약속을 하고 시간을 정하면 다 모인다. 이 자발적인 모임에서 자유롭게, 때론 진지하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악기에 대한 지식적인 부분을 서로를 통해 습득하고, 악기 외적으로도 그룹 내 소통 방법, 의견 공유 등 유의미한 배움이 있다. 특히 그루잠에서 경험한 또래 간 상호작용은 훗날 다른 모임에서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을 내비쳤다.

그루잠은 ‘젊음’과 ‘열정’을 무대에서 최우선으로 보여주는 그룹답게 강렬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단순히 에너지 넘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교하면서도 빈틈없는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지난달 6일 리스타트플랫폼 아트홀통에서 열린 ‘2022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에 초청 받아 경남·부산 유명 인디밴드와 함께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교내에서도 자유로운 음악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그루잠은 ‘그대에게-넥스트’,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잔나비’, ‘밤이 깊었네-크라잉넛’, ‘고백-델리스파이스’ 등 다양한 곡을 들려준다. 유명한 곡들도 원곡대로 연주하기 보다는 그루잠의 색깔대로 편곡해 신선한 재미를 더한다.

주광(기타)은 “학교 체육대회 날이 우리의 첫 공연이었다. 친구들이 관객이 돼 야외 조회대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긴장돼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관객들의 호응을 맛보며 즐기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특히 그날은 멤버들 중 몇몇에겐 더욱 특별한 날이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라는 노래를 정성스레 준비해 들려줬는데 실제로 공연 이후 세 친구의 사랑이 이뤄졌다”고 웃음 지었다.

함께 하다 보면 갈등도 생기기 마련, 매번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공연을 앞두고 좀처럼 연습에 참여하지 않아 다투기도 했고, 자그마한 오해가 생겨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또 교내 정규 동아리가 아닌지라 여건 상 어려움이 늘 뒤따랐다. 연습실이 마땅치 않아 이곳저곳 옮겨가며 연습 시간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 그루잠에게는 멤버들끼리 어울리는 그 자체가 행복이다.

정민(보컬)은 “지금은 청소년센터에서 종종 모이지만, 한 때 학교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우리가 정규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여건 상 어려움이 있어 학교에 섭섭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연습 공간이 바뀌면서 불편한 점도 물론 있었지만,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웃었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연습이든 공연이든 합주할 때마다 행복하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밴드 그루잠은 고3이 되는 날 정식으로 해체한다. 올해 초 그룹을 결성할 때부터 이미 내린 결정으로, 각자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학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해체가 4개월가량 남은 시점 벌써부터 아쉬움이 남을 터, 멤버들은 “정식으로는 해체하지만, 고3이 돼서도 밴드 활동을 이어 가고 싶은 멤버들이 있다면 개인 자유에 맡기기로 했다. 졸업 후에는 각자의 길을 걸어갈 텐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1년에 1~2번 정도는 함께 모여 합주도 해보고 밥도 먹고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 밴드로서는 해체되겠지만 멤버간의 유대감은 성인이 돼서도 유지될 것”이라고 아름다운 우정을 보였다.

올해 남은 기간 그루잠은 2~3번의 공연을 계획 중이다. 어느 밴드와 견주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그들, 치솟는 자신감만큼 출중한 무대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2022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그루잠 공연(10분 17초부터)

'2022 동원고등학교 감성조례' 그루잠 공연(1시간 10분 20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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