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초등학교 6학년 정윤 선수, 씨름판 일약 스타
신장 23cm, 체중 61kg 체급차 극복 대반전 승리
목표는 프로 태백장사…“씨름할 때 가장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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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은 지난 1~3일 열린 ‘제14회 전국어린이씨름왕대회’에서 단체전 1위, 개인전 3위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개인전 8강에서 신장 23cm, 체중 61kg 체급차를 극복, 승리를 따내며 화제를 모았다.
정윤은 지난 1~3일 열린 ‘제14회 전국어린이씨름왕대회’에서 단체전 1위, 개인전 3위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개인전 8강에서 신장 23cm, 체중 61kg 체급차를 극복, 승리를 따내며 화제를 모았다.

모두가 놀랐다. 신장 23cm, 체중 61kg 체급차를 극복한 대반전의 승리였다.

선수는 예상치 못한 승리에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고, 눈물을 훔쳤다. 스승은 대견한 마음으로 제자를 다독였다. 중계석에서는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대회는 3위로 마무리했지만, ‘작은 거인’이 보여준 투지는 ‘어린이씨름왕’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충분했다.

“씨름할 때 제일 행복합니다. 목표는 프로씨름 장사,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갈 것입니다. 지금도 걸어가고 있는 제 꿈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언더독의 반란은 세간을 뒤흔들었다. 충무초등학교(교장 구인회) 씨름부 정윤 선수는 씨름판 일약 스타가 됐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최고의 경기에 유튜브 조회수는 2주 만에 290만 뷰를 기록, 3천5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연이어 요청되는 인터뷰와 주변의 관심으로 어깨에 힘이 실릴 법도 한데, 정윤은 아직도 얼떨떨한 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수줍어하면서도 진솔한 그의 눈빛엔 씨름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껏 묻어 나왔다.

정윤은 2년 전 4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했다. 첫 1년은 씨름이 마냥 좋진 않았다. 씨름에 대한 매력을 덜 느끼기도 했고, 기량이 부족한 면도 있어 때때로 그만두고 싶었다.

“내가 씨름에 재능이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샅바를 내려놓진 않았다. 부단한 노력은 값진 성적으로 되돌아왔다. 정윤은 지난 5월 펼쳐진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해 3위를 수상, 쾌거를 이뤘다. 이어 5개월 후 일을 냈다.

정윤은 지난 1~3일 열린 ‘제14회 전국어린이씨름왕대회’에서 단체전 1위, 개인전 3위의 영예를 안았다.

대회의 화제는 온통 개인전 8강에 쏠렸다. 정윤은 하루 전 온종일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따내 8강에 안착했지만, 이튿날 너무나도 큰 산인 한도경(대구매천초) 선수를 만났다. 가장 높은 체급(장사급)에 이미 전국구로 이름을 알린 상대, 원래 두 선수는 만날 일이 없지만 1년에 한 번 열리는 어린이씨름왕대회 특성상 이날 체급과 관계없이 맞붙게 됐다.

관중, 중계진, 시청자 모두가 한도경 선수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하던 찰나, 정윤이 들배지기 수비에 이은 되치기로 첫째 판을 가져왔다. 기선제압을 한 정윤은 두 주먹을 불끈, 충격적인 결과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둘째 판은 한도경 선수의 연이은 들배지기에 무너지며 아쉽게 한 점을 내줬다.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판, 상대는 밀어치기에 이어 다시 들배지기 공세를 퍼부었다. 정윤의 등이 모래에 닿으며 경기를 내주는 줄 알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상대가 손을 먼저 짚은 것으로 판정됐다. 말 그대로 대이변, 짜릿한 승리였다.

비록 연승은 4강에서 멈췄지만 3‧4위 전에서 승리해 3위를 차지, 단체전 우승에 이어 기쁨을 만끽했다.

아버지와 함께 수상을 기념하는 정윤 선수.
아버지와 함께 수상을 기념하는 정윤 선수.

정윤은 “그저 기쁘고 행복했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상대가 힘이 정말 쎄 계속 들렸지만, 최대한 버티며 기회를 엿봐 첫판을 따낼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승리라 놀라기도 했고 기분이 좋아서 눈물을 흘렸다. 잘 지도해 주신 감독님 덕분”이라고 수줍게 웃음 지었다.

이어 “개인전 3위도 물론 의미가 크지만, 단체전 우승이 더 값졌다. 함께 땀 흘려 이룬 성취는 기쁨이 배가 된다. 합숙훈련 하며 더욱 친해진 동료들, 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윤의 일주일은 바삐 돌아간다. 매일 오전 8~9시 학교에서 기초체력훈련을 실시, 수요일을 제외하고 방과 후 충무중학교로 이동해 오후 2시간가량 씨름훈련에 몰두한다. 저녁 운동으로 근력운동까지 하며 기량 향상에 여념이 없다.

고된 훈련에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휴식할 때도 씨름 생각뿐이다.

정윤은 “좋은 성적을 거둬서 그런지 씨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개인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계속 씨름을 찾게 된다. 요즘은 프로 씨름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공부를 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실제 훈련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며 씨름 사랑을 드러냈다.

이어 “김대현 감독님과 노범수 선수를 닮고 싶다. 감독님께서는 항상 열정적으로 우릴 지도해주셔서 감사하다. 노범수 선수는 투지 넘치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대단하다. 이 두 분이 지금 내 롤모델”이라고 마음을 표했다.

정윤이 건강하게 훈련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데는 지도자의 몫도 크다. 충무초 김근표 지도교사와 김대현 감독은 제자와 함께 호흡하며 길을 닦아 나간다. (우측 김근표 지도교사)
정윤이 건강하게 훈련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데는 지도자의 몫도 크다. 충무초 김근표 지도교사와 김대현 감독은 제자와 함께 호흡하며 길을 닦아 나간다. (우측 김근표 지도교사)

정윤이 건강하게 훈련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데는 지도자의 몫도 크다. 충무초 김근표 지도교사와 김대현 감독은 제자와 함께 호흡하며 길을 닦아 나간다.

김근표 지도교사는 “지금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충분히 열정을 가지고 씨름에 임하고 있다. 때때로 다른 길로 나가고 싶은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지금의 열정, 성취를 이뤘던 감정을 기억하며 일어서길 응원한다. 윤이가 말했던 대로 태백장사, 나아가 천하장사에 등극해 우리나라를 빛내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김대현 감독은 “윤이는 초등학생 같지 않게 운동을 찾아서 하는 선수다. 보통 운동을 시키면 힘들어하고 쉽게 의욕을 잃는다. 하지만 윤이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주어진 훈련에서 나아가 10~20% 더 열정을 쏟는다. 중‧고등학교 진학해서도 지금처럼만 하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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