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남초 김민정 교육복지사 “얘들아, 아침 먹고 교실 가자!”
결식아동 위한 ‘아침머꼬’ 사업 지원…몸 ‘튼튼’ 배 ‘든든’
교육 프로그램 기획‧사례관리‧공부방 운영 진심 담은 복지

■한산신문 창간 32주년 특별기획- 우리 동네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4

김민정 교육복지사는 3년 내내 진남초 결식아동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아침 일찍 나가셔서 밥을 잘 못 챙겨 먹었는데 친구들이랑 함께 먹으니 기분이 좋아요. 오전 내내 배가 고파 점심시간만을 기다렸는데 이젠 속이 든든해 행복해요”

진남초등학교(교장 황종관) 교육복지실은 이른 오전부터 분주하다. 점심시간도 아닌데 음식이 가득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풍성히 준비된 음식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한 교직원, 그녀의 얼굴엔 기분 좋은 미소가 새어 나온다.

김민정 교육복지사는 3년 내내 진남초 결식아동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적막한 복도 끝에 불이 환히 켜진 교육복지실, 아직 학생들이 등굣길에 나서기 전부터 교실은 음식 온기로 가득하다.

학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하나둘씩 들어오고, 저마다 이름이 적힌 자리에 앉는다.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김민정 교육복지사, 사랑이 가득 담긴 식탁을 맞이하는 소년 소녀들, 옹기종기 모여 나누는 식사의 교제는 마치 한 가족의 모습이다.

김 교육복지사는 결식아동들을 위한 복지를 학교 현장에서 실천, 월드비전에서 운영하는 ‘아침머꼬’ 사업과 연계해 아이들의 든든한 한끼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16년 김해에 있을 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아침밥을 못 먹고 오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학교 전수조사 결과, 아침 결식아동 수는 예상보다 더 많았다. 학교에서 자체 복지 예산으로 빵을 제공하다가 이듬해 월드비전으로부터 ‘아침머꼬’ 사업에 대한 소식을 받았다. 이후 매년 3월마다 공모에 신청해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복지사라는 직업이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교육복지사는 이 길을 어느덧 13년째 걷고 있다. 대학 시절 졸업반을 앞두고 청소년 쉼터 자원봉사에 나섰던 그녀는 집을 떠나 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붙잡고 돌봐줄 수 없을까’하는 고민이 떠나가지 않았다. 내가 직접 학교에 들어가 이들을 돌보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샘솟았다. 원래 노인복지 관련 진로를 생각했지만, 이날 방향을 아동‧청소년으로 재설정했다”며 교육복지사가 된 계기를 회상했다.

타 지역에서 근무하다 지난 2020년 진남초로 발령받은 김 교육복지사는 3년간 38명의 아동들과 함께 든든한 아침을 보냈다. 그들에게 아침밥을 먹이는 일은 가장 힘든 업무이면서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연초와 연말을 비교할 때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게 아침머꼬 사업이다. 한번은 폭력적 성향이 강한 데다가 마음도 잘 열지 않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2년 동안 아침마다 함께 밥 먹고, 머리도 감겨주면서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것이 통했는지 조금씩 밝게 대답해줬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 “내가 근무지를 옮길 때, 방학임에도 이 친구가 장미꽃 세 송이와 편지를 들고 찾아왔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절로 났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은 결국 아이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며 가장 뜻깊었던 순간을 되새겼다.

아침밥을 챙기는 일 외에도 김 교육복지사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 학생‧가정‧지역사회를 연계해 통합 지원하는 사례관리, 1대1 개별적 지원, 기초학력이 저조한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 운영 등 쉴 틈이 없다. 게다가 교육복지사는 교내 1명으로 구성되기에 각종 사업과 관련한 행정사무도 혼자의 몫이라 늘 시간이 모자라다.

그녀는 “학교복지를 직접 지원하는 일과 이에 수반된 사무업무를 전부 도맡다 보니 때때로 지치기도 한다. 통제가 안 되는 아이를 마주할 때 정서적인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땐 내 자신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상담을 받는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금 힘을 얻는다”고 털어놨다.

힘든 순간도 잠시, 이 작고 어린 친구들과의 희로애락 속에서 싹트는 온정은 교육복지사로서 걸어갈 긴 세월의 발자국이 된다.

김 교육복지사는 지긋이 나이가 들어서도 학교복지 현장에 있길 희망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곧 기쁨이 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구 하나 차별받지 않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따뜻하고 포근한 할머니의 품이 생각나는, 100%의 진심을 담는 교육복지사가 되고 싶다”며 소망을 내비쳤다.

이어 “사랑하는 친구들아, 너희는 소중한 존재야. 사랑받기 위해 뭘 따로 하지 않아도 돼. 그저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사랑스럽단다”라며 애정을 가득 표했다.

하루하루 따뜻한 한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김민정 교육복지사, 그녀의 모습엔 참된 ‘복지(행복한 삶)’가 새겨져 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