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 “합주할 때 가장 행복해”
체험형 예술교육 지원, 전문가 지도…실력 ‘쑥쑥’
졸업 후 학교 찾는 아이들, 열정 이어갈 여건 필요

한산신문 창간 32주년 기획 – 지역의 미래 꿈나무들을 만나다 47

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그중 공통된 한 가지, 팬플룻을 쥐고 연주하는 모습은 이들의 상상 속 한편에 있다.
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그중 공통된 한 가지, 팬플룻을 쥐고 연주하는 모습은 이들의 상상 속 한편에 있다.

“제가 이렇게 아름다운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지 생각지도 못했어요.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 완주할 때마다 엄청난 쾌감을 느껴요, 중학교 가서도 팬플룻을 연주하는 게 소원이에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던 한 주간, 주말을 맞아 학교도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텅 빈 운동장과 복도를 보며 적막함과 평화로움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 저 멀리서 악기소리가 살며시 들린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 마치 자장가를 들려주듯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학교를 감돈다.

제석초등학교(교장 박주희) 팬플룻 오케스트라는 토요일에도 교실 문을 연다. 노란색 단복으로 맞춰 입은 꼬마 연주가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팬플룻을 쥐고 있는 모습이 깜찍하다. 왁자지껄 산만한 분위기도 잠시, 연주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음을 내는 데 집중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주법이지만, 이들의 연주엔 순수함이 가득 묻어있다.

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9년 예술드림거점학교 사업의 대표 프로젝트로 창설돼 첫 하모니를 울렸다. 체험형 예술교육을 추구했던 제석초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혜정 팬플루이스트의 지도가 곁들여져 3년간 거듭 성장해왔다.

초창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행사에서 첫 공연을 펼쳤던 팬플룻 오케스트라는 지난 2020년 제10회 경남학생합창제 무대에 올라 도내 우수 학예팀으로서 면모를 보였다. 이어 (재)통영국제음악재단 주관 ‘거리의 악사’에 선정, 초등학생 신분이지만 아름다운 팬플룻 연주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통영’을 알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사)통영연예인협회 주관 토요정기공연에도 다수 출연하며 실력과 무대경험을 동시에 쌓았다.

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에 이끌려 팬플룻과 첫 만남을 갖게 됐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악기라 신기해서”, “연주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멋져 보여서” 등 여러 대답이 나왔지만, 공통으로 외친 하나의 이유가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처음 들었을 때 소리가 정말 예뻤다. 가만히 듣고 있는데 나도 몰래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숲속에서 새가 지저귀는 듯한 자연의 소리로 들렸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천상의 소리로 불리는 팬플룻이지만, 하나의 곡을 완주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주법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더욱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이혜정·정지민 단원은 “악기를 불 때 기술적인 면에서 힘들 때가 많다. 특히 관 하나하나마다 호흡을 불어넣어야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흡이 길어야 연주를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는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 꼬마 팬플루이스트들은 그저 팬플룻이 좋다. 고생 끝에 완주를 이뤄내며 맛보는 성취감은 덤이다. 어느새 개구리 노총각, 섬집 아기 등 동요를 비롯 민요와 번안곡까지 20여 개 곡을 소화한다.

최근에는 라틴음악 명곡 ‘엘 콘도 파사’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명곡답게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만큼 완벽한 연주를 위해 연습 또 연습이다.

팬플룻을 사랑하는 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 단원들. 실력을 쌓으며 무대에 오를수록 악기를 향한 애정이 더해지지만, 이들에겐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통영 관내 초·중·고교 중 팬플룻 오케스트라가 있는 학교는 제석초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6학년 단원들은 내년이 되면 작별의 인사를 나눠야 한다.

졸업을 앞둔 박진현·이정진 단원은 “중학교 가서도 무조건 팬플룻을 연주하고 싶다. 기회만 된다면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마음 100%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팬플룻을 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혜정 연주자는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며 함께 호흡한다. 더욱이 이혜정후원회 주관으로 개최되는 ‘KOREA 팬플룻 페스티벌’ 특별무대에 아이들을 세우며 값진 경험을 선물했다.
이혜정 연주자는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며 함께 호흡한다. 더욱이 이혜정후원회 주관으로 개최되는 ‘KOREA 팬플룻 페스티벌’ 특별무대에 아이들을 세우며 값진 경험을 선물했다.

아이들이 꾸준히 연습하고 행복하게 연주하는 데는 제석초의 든든한 지원과 훌륭한 지도자의 몫이 컸다.

특히 팬플루이스트 이혜정 연주자는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며 함께 호흡한다. 더욱이 이혜정후원회 주관으로 개최되는 ‘KOREA 팬플룻 페스티벌’ 특별무대에 아이들을 세우며 값진 경험을 선물했다.

이 연주자는 “주말에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텐데 최고의 출석률로 모이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공연을 앞두고 있으면 나보다 먼저 연습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어엿한 연주자의 태도를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자랑스럽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학생들이 졸업하면 팬플룻을 연주하러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악기를 향한 이들의 열정과 맥이 끊어지는 게 정말 아쉽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제석초 팬플룻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그중 공통된 한 가지, 팬플룻을 쥐고 연주하는 모습은 이들의 상상 속 한편에 있다. 고운 소리를 흘려보내며 해맑게 웃는 꿈나무들의 앞날은 분명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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