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초 홍수희 전담사서, 또 다른 세상 연결하는 안내자
복합문화 도서관 기획…독서‧학습‧휴식 편안한 쉼터 역할
홍 사서 “평생 친구 되는 책을 찾아주는 것은 큰 행운”

한산신문 창간 32주년 특별기획- 우리 동네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5

홍수희 전담사서는 죽림초 도서관의 네비게이터다. 그녀는 도서관 앞에서 꿈나무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이들의 책 속 여행을 안내한다.
홍수희 전담사서는 죽림초 도서관의 네비게이터다. 그녀는 도서관 앞에서 꿈나무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이들의 책 속 여행을 안내한다.

“책은 또 다른 세상, 사람, 시간과의 만남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책 속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살아보지 못했던 역사 속 시간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입니다. 도서관이 교내에서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길 바라봅니다”

죽림초등학교(교장 홍은표) 도서관은 이른 오전부터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도서관 선생님이 언제 오시나 기웃거리길 반복,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루의 첫인사가 정답게 복도를 울린다. 문이 열리자 너 나 할 것 없이 서가로 뛰어가 책을 고르는 아이들, 기특한 모습에 선생의 입가에서 절로 미소가 새어 나온다.

홍 전담사서는 죽림초 도서관의 네비게이터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는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위한 책을 구비하는 일, 이들의 희망도서를 일순위로 구입하는 게 홍 사서의 몫이다.

그녀는 “교과연계자료, 베스트셀러, 세계 유명 수상작, 유익한 학습만화, 다양한 서평지에서 검증된 도서들을 찾아 구입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누군가가 읽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게 된다. 단 한 명이라도 구비한 책을 읽는다면 그 선택은 성공한 것이다. 책이 서가에서 사장되지 않고 선택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사서의 시간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바삐 흘러간다. 내년 3월 도서관 연간 운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점검해야 할 일이 한가득이다. 교육청 지침을 반영해 학교 특성 및 교과와 연계한 독서 지원, 방학 도서관, 독서토론, 독서동아리, 학부모 봉사자 운영 등 숱한 행정 업무를 하나씩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 학부모까지 생각해야 하는 홍 사서, 도서관과 관련된 일은 모두 도맡고 있어 때론 힘이 부치지만, 이 업무들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그녀는 “특히 ‘생일 기념 책 나눔운동’을 소개하고 싶다. 이 기획 프로젝트는 학생, 학부모, 학교가 연계해 생일의 기쁨을 나누는 운동이다. 학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면 학생은 책을 읽은 후 다시 도서관으로 기부한다. 가정에서 책을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과 더불어 전교생이 책을 나누는 아주 좋은 취지를 담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 2007년부터 학교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한 홍 사서는 어느덧 10여 년 넘게 학생들과 함께 책을 펴고 있다. 잠시 휴직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책이 주는 특별한 경험으로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아왔다.

죽림초에서 근무한 지는 3년, 아쉽게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려 아이들과 대면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제한됐었다. 홍 사서는 아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책 꾸러미를 만들어 학급에 제공, 학생들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요즘은 자유롭게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직접 안내하며 소통할 수 있음에 매일매일이 감사하다.

그녀는 “예전 학교에서 독서동아리 학생들과 문학기행을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됐던 곳, 작가의 문학관을 찾아다니며 함께 웃고, 때론 각자 사색에 잠기곤 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문학관과 강원도 봉평의 메밀밭 전경, 비 오는 날의 장터국밥, 이렇듯 몸으로 경험했던 책들은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 죽림초 아이들과도 훗날 아름다운 추억이 될 문학여행을 떠나고 싶다. 독서동아리는 평생 친구를 만들어주는 장이 되기도 한다. 매주 모여 책으로 이야기하고, 도서관 봉사도 하고, 문학여행도 다니면서 인생친구가 맺어진다. 졸업하고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들을 보면 참 흐뭇하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죽림초 도서관은 책 읽는 공간과 더불어 쉼터로서 역할도 한다. 홍 사서가 고심 끝에 기획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이들을 맞이한 소중한 장소다.

교내 전담사서로서의 바람은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생 도서관과 친구 맺는 것, 홍 사서는 이들이 어려운 문제를 만나거나 힘들 때 위로받는 곳이 도서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평생 친구가 돼 줄 책 한 권을 찾아주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책으로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볼 때, 이들의 추억 한 편에 내가 있다면, 도움을 준 인연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할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이 잘 성장하려면 사서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모두의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우리 학교 도서관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죽림초 도서관은 책 읽는 공간과 더불어 쉼터로서 역할도 한다. 홍 사서가 고심 끝에 기획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이들을 맞이한 소중한 장소다. 이곳에서 책을 읽고, 공부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아이들, 홍수희 전담사서는 오늘도 도서관 앞에서 꿈나무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이들의 책 속 여행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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