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의 새로운 해석 수산물 가공식품회사 ‘웰피쉬’
창업 3년 차 정여울 대표 “수산물 주목·새로운 변화”

정여울 대표가 웰피쉬에서 판매되고 있는 통영 수산물 가공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통영시청을 찾아갔어요. 의장실을 방문했더니 의장님께서 관계 부처 국장님 및 담당자분들을 불러주셔서 그 자리에서 바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2019년 창업에 대한 열정에 부푼 29살의 한 젊은이는 자신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들고 서울에서 통영으로 곧장 내려왔다. 아무런 연고지가 없었던 그는 통영이 수산물로 유명하다는 것 하나만 믿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통영을 기반으로 한 수산물 가공식품회사 웰피쉬 정여울(33)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 시절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던 시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아버지를 뒤이어 기자가 돼 세계 CEO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자신이 CEO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창업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당시의 그의 눈은 창업을 위한 아이템 찾기에 반짝였다.

창업 아이템은 2016년 일본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편의점 가판대에서 수산식품을 진열해 놓은 것을 본 그는 모험정신으로 문어 숙회를 구매했다. 별 기대 없이 먹었던 문어 숙회의 맛은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다. 그의 머릿속에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도 수산물을 많이 먹는데 문어 숙회처럼 수산물 간편식을 만들어 팔면 잘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단순한 생각이 수산물 가공업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일본의 활발한 수산식품 유통·소비 사례가 창업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수산물 가공식품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한 웰피쉬는 이렇게 탄생했다. 2019년 1년간 개인 사업자로 창업을 한 정여울 대표는 이듬해 통영에서 ‘잘 만들어진 수산물’이라는 뜻을 지닌 웰피쉬를 설립했다.

정 대표는 “시청을 방문했던 당시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무대포 정신’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그런 마인드로 통영시청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서울에서 온 젊은이가 갑자기 좋은 아이템이 있다고 찾아와 발표를 하니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다. 당시 통영은 창업에 대해 열려있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감사하게도 수산과 팀장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활용방안을 제시해주시고, 지원책들을 알려주셨다. 아무것도 몰랐던 제게 수산업을 하시는 분들과의 연결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회상했다.

의미 없는 도전이 아니었다. 그는 2019년 해양수산부 창업 콘테스트에 참가, 2등을 거머쥐며 해수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판매되지 못한 잉여 수산물을 활용해 가공식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정여울 대표는 장관상을 받고 창업 아이템에 확신을 얻었다.

웰피쉬의 주력상품은 바다장어를 활용한 가공식품이다. 정 대표는 민물장어가 익숙한 내륙지방 사람들에게 바다장어를 알리고자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100% 통영 바다장어로 만들어낸 장어포는 단연 인기가 최고다. 근해통발수협, 바다장어자조금위원회 등을 통해 믿을 수 있는 바다장어를 공급받아 부드러운 식감, 담백한 맛을 그대로 담아낸 장어포는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신선도를 구분할 줄 몰라 사기도 많이 당했다”는 정 대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에 다녀보지 않고 창업을 하다 보니 사업 운영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품개발, 위탁생산, 유통 등 모든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지금까지의 실패를 되새기면서 앞으로의 한 발을 내디디고 있다. 웰피쉬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산물을 고부가가치로 창출할 수 있는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 통영에 와서 바다장어로 포를 만들어 보겠다고 업체분들께 자문을 많이 구했다.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들이 도리어 전화를 주셔서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웰피쉬를 보면서 그분들이 뭔가를 도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신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그분들은 저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내가 사업구상을 잘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하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또 다른 발전적인 수산업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정여울 대표는 수산물을 활용한 청년 사업가들이 많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수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수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옆에서 지켜봐 주고 끌어주지 않으면 청년들은 도전할 수 없다. 청년들은 희망이 있는 곳에 도전한다. 수산업과 관련한 청년들의 성공사례가 몇 군데 더 나온다면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통영으로 모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웰피쉬는 수산물 발굴, 제품 생산, 판로 개척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자 및 푸드크리에이터들과 더 나은 레시피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한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어촌과 상생, 세계에 수산물을 알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6개월 동안 미국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아마존에 입점해 3만불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또 지난달에는 캐나다 한인마트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정여울 대표는 “통영이라는 도시를 수산강국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 대한민국을 떠올렸을 때 수산물의 도시가 통영이라는 것이 바로 생각날 수 있도록 웰피쉬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장어포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며, 멸치를 활용한 소스를 기획하고 있다. 웰피쉬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통영시를 비롯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웰피쉬가 수산물을 통한 창업의 성공적인 사례가 돼 더 많은 청년들이 통영에 유입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겠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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