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고려병원 강우혁 신경과 원장

                                                          통영고려병원 강우혁 신경과 원장

오늘날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0만명 이상으로 전체인구의 18%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와 질병으로 고통 받게 된다.

사실 노인이 되면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데 가장 피하고 싶고 두려운 질환은 무엇일까. 개인에 따라 그 답은 다를 수 있으나 ‘치매’가 아닐까 싶다.

통계청 2020년 자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가 84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유병률은 10.3%로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인인구 증가로 향후 우리나라는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치매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치매로 전체의 약 50%~80%를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는 약 10-15%,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약 15%로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란 뇌졸중에 따른 후유증으로 발생하며 뇌졸중을 예방하면 치매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치료가 가능한 치매로 분류하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운동과 식사 등 일상생활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멀리해야 한다. 과도한 운동을 피하고 물을 자주 섭취해 혈액농축을 피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대뇌 피질 세포가 서서히 퇴행하면서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장애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물건을 찾지 못하거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공간 지각장애도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들마저 못 알아본다. 병이 진행돼 전두엽의 기능장애를 수반할 경우 판단력이 떨어지고 사회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대부분 환자가 병원을 찾는 시기가 행동 심리증상을 보일 때이다. 공격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거나 목적 없이 주변을 배회, 불면증과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물건을 훔쳐 갔다고 가장 가까운 가족을 의심하며 괴롭히기도 한다. 이때부터 가족에게 큰 짐이 된다. 결국, 중등도의 치매로 진행되면서 용변, 옷 입기, 목욕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돌보기 힘든 상태가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신경학적 진찰은 환자의 병력을 살피면서 다양한 인지기능 영역에서 발병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악화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치매가 의심될 때 인지기능 평가,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 이상행동 유무 평가, 그리고 치매의 원인질환 평가를 염두에 두고 검사한다. 이를 위해 문진, 설문지 작성, 신경심리검사(LICA, CERAD-K, SNSB), 신경학적 검사, 혈액검사, 그리고 뇌 촬영(MRI) 등을 시행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는 약물 치료를 통한 증상의 완화와 급속한 진행을 억제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 가족 삶의 질을 유지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치매 환자는 안전하고 단순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일과표를 만들어 단순 반복적인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권장된다. 필요할 경우 약제를 투여하는데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는 약제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안은 없을까?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운동 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취미활동도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기를 매일 쓰며 기억력을 유지하는 등, 두뇌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인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외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자.

아직까지 치매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없다. 따라서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고 예방도 가능한 질환이다. 치료제 개발을 위한 많은 투자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임상시험 결과들도 소개되고 있다.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 가족들이 너무 많다. 남의 불행으로만 여겼던 치매가 어느 날 불현듯 나의 문제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피하고 싶은 질병이지만 누구나 운명처럼 만날 수 있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따라서 함께 풀어가는 관심과 배려가 절대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