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74세 어르신, 관내 어린이집 16곳 방문 프로그램 수업
동화책 읽어주기·구연동화·인형극·마술·동요 등 구성, 호응 “최고”

도남사회복지관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 1-3세대 강사파견 사업단으로 활동하는 어르신들은 관내 어린이집을 방문해 프로그램 수업을 진행,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도남사회복지관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 1-3세대 강사파견 사업단으로 활동하는 어르신들은 관내 어린이집을 방문해 프로그램 수업을 진행,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분홍색 조끼, 가슴에는 뽀로로와 루피, 크롱, 포비, 패티 등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와 친구들’의 얼굴이 큼직하게 달려있다. 양손에는 호랑이, 원숭이, 토끼 등의 동물 인형을 끼고, 환한 웃음 지으며 즐겁게 동요를 부르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안성국(84)·이문순(75)·이명희(76)·김숙례(76)·김순선(72)·박명덕(69)·박행남(75)·신정숙(75)·이계영(68)·이경애(72)·이복혜(73). 평균나이 74세인 11명의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뽀로로와 친구들’로 통한다. 이들은 도남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 1-3세대 강사파견 사업단으로, 통영 관내 어린이집 16곳에서 영·유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9년에 시작돼 14년간 운영되고 있으며, 경남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교육형 공익활동 사업단이다. ‘뽀로로 할아버지’라 불리는 안성국 어르신은 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14년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놀이수업을 직접 구성·기획하는 열정 넘치는 조장이다. 안성국 어르신을 필두로 어르신들은 5명씩 2개 조 나눠 한 달에 어린이집 8곳을 찾아가 열강을 펼치고 있다.

동화책 읽어주기·구연동화·인형극·마술·동요·놀이게임 등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이목을 집중시킨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며, 공연을 위한 소품준비 및 공연 프로그램 구성을 위한 연구모임 활동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잠잘 때까지 구연동화 대본을 외우고, 각자 맡은 역할을 위해 온 시간을 쏟는다.

어느 어린이집 선생님 못지않은 노래 실력과 춤, 연기력을 자랑하는 어르신들. 어린이집 방문 수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의 호응은 어르신들을 춤추게 한다. 어르신들은 매달 다른 주제를 정해 동화책과 동요를 구성해 매번 신선한 수업으로 아이들과 교감에 나선다.

안성국 어르신은 “우리는 영·유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며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가득 전하고 있다. 3~4세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시기다. 자동차 장난감 하나로 하늘과 바다, 땅속 등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창의력이 발달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매달 우리 선생님들이 모여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고, 각자 집까지 가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집중하고 재밌게 노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큰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매 순간 더 알찬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명덕 어르신은 “많은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키워본 지 오래됐고, 옛날의 교육 방식과 지금의 교육 방식은 매우 다르다. 아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동심의 세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항상 보고 싶은 우리 손주들을 보러 가는 마음이 들어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즐겁고, 어린이집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의 노년 생활도 행복해 졌다”고 덧붙였다.

이문순 어르신 역시 “우리의 수업을 듣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새로운 수업을 개발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위해 대본을 외우면서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짐을 느낀다. 어린이집 수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순수하고 밝고 맑은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아이들이 가진 폭발적인 기분 좋은 에너지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미소지었다.

이명희 어르신은 “길을 걷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된 아이를 마주했다. 저를 보더니 어릴 적에 수업을 해주신 선생님이라고 알아보는 것이었다. 당시 수업에서 만들었던 편지를 아직도 집에 붙여놨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너무 반가웠고, 고마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한 아이에게는 추억이 됐다는 것에 전율이 느껴졌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만나기에 앞서 누구보다 많은 노력과 준비의 땀방울을 흘린다. 동심의 세계 속에서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 의지하며 즐거운 노후 생활을 함께하는 11명의 어르신들.

이들은 “안성국 조장님의 열정과 사랑, 잔소리 한 스푼은 우리를 더 열심히 하게끔 하는 원동력이다. 또 배은영 관장님, 유동익 과장님, 김혜지 선생님 등 직원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격려, 칭찬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즐겁고 재미난 수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항상 너희를 사랑한다. 건강하게 자라다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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