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소비생활 실천 ‘제로웨이스트’>

①지구 생명체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하여
②경남 최초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③쓰레기 없는 가게 ‘simplify, simplify’
④지역에서의 비건·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

통영은 수산1번지의 명성을 얻은 수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통영에서의 환경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생활 속 편리함과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된 플라스틱은 직간접적으로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매년 전 세계가 생산하는 플라스틱의 양은 약 3억3천만톤, 연간 버려지는 플라스틱 가운데 1천200만톤은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해양생물의 몸으로 들어간다. 코에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수 톤의 쓰레기를 삼키고 죽은 고래 등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되고 있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친환경 가게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3년 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샵’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며 재활용 및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가게다. 그동안 수도권 위주로 운영된 제로웨이스트샵은 쓰레기 없는 가치 소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많은 지방 시민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누구 하나 가게를 차려주지 않는 한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제로웨이스트샵이 수도권을 넘어 조금씩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친환경 가게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구의 건강이 나의 건강과 직결되는 현재, 한산신문은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을 위해 쓰레기 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일상 속 쓰레기 줄이기 운동부터 개인의 작은 한 걸음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확신하며,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환경’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주변 곳곳에서 환경보호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샵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실을 예정이다.

건강한 지구를 위한 개인의 작은 한걸음이 어떻게 지구를 위한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살펴보고, 제로웨이스트샵을 통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생활 속 실천방안을 집중 조명한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그어웨일(HUG A WHALE)은 친환경 용품 가게다. ‘고래를 품어주다’라는 뜻을 지닌 허그어웨일은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줄이고 건강한 지구의 생태계를 되찾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탄생한 곳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그어웨일(HUG A WHALE)은 친환경 용품 가게다. ‘고래를 품어주다’라는 뜻을 지닌 허그어웨일은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줄이고 건강한 지구의 생태계를 되찾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탄생한 곳이다.

친환경 리빙 브랜드 ‘허그어웨일(HUG A WHALE)’
건강한 지구 생태계를 되찾는 방법‧고민에서 탄생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그어웨일(HUG A WHALE)은 친환경 용품 가게다. ‘고래를 품어주다’라는 뜻을 지닌 허그어웨일은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줄이고 건강한 지구의 생태계를 되찾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탄생한 곳이다.

지난 2020년 허그어웨일 김민수 대표는 당시 다니고 있던 직장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우연히 하나의 책을 발견했다.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라는 환경도서였다. 환경 파괴를 막는 식생활과 제로웨이스트 등의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손에 잡힌 책을 순식간에 읽은 이후 김민수 대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이후 환경에 대한 책을 더 많이 찾아 읽고, 다양한 다큐멘터리도 접했다. 그중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다큐멘터리는 ‘플라스틱 오션’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갔고, 햇빛과 파도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수많은 물고기와 바닷새, 고래가 먹고 목숨을 잃었다.

허그어웨일 김민수 대표가 매장에서 판매되는 친환경 텀블러를 소개하고 있다.
허그어웨일 김민수 대표가 매장에서 판매되는 친환경 텀블러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수 대표는 “죽은 고래의 배를 갈라보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의 6평을 차지할 만큼의 양이 나온 것을 보고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소비로 고래는 뱃속 가득 플라스틱 조각을 품고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고래가 너무 억울해 보였고, 안타까웠다.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일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각심이 생긴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우연히 읽은 책 하나가 환경과 지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환경 다큐멘터리가 한 사람의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했다. 김민수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해 11월 자신의 동네에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HUG A WHALE)’을 열었다.

허그어웨일은 ‘고래를 안다’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상징적인 동물인 고래가 아파하는 것이 고스란히 자신에게도 느껴졌다고 말한다. 고래와 같은 생명체들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 사과하는 마음을 담아 ‘포옹’이란 단어를 붙여 허그어웨일을 상호로 달았다. ‘우리가 개선해 보겠으니 함께 살아보자’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친환경 제품 발굴‧소개
폐자원 수거‧환경교육‧캠페인…소비생활 탐구

허그어웨일이 들어선 곳은 김민수 대표의 부모님이 40여 년간 운영했던 세탁소 자리라 더욱 뜻깊다. 벽을 하얗게 페인트칠한 것 말고는 부모님이 운영했던 자리 그대로 유지‧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의지만으로 가득했었던 것 같다. 처음에 가게에 물건이 고작 5개에 밖에 없었다. 매출을 내고 소득을 올려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생소한 가게가 들어서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셨다가 구매할 것이 없으니 그냥 빈손으로 나가셨다.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함이 생겼고, 제품들을 하나씩 늘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허그어웨일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은 알차고 다양하다. 오랫동안 쓸 수 있고, 수명을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을 발굴·소개하고 있으며, 주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생활용품들이다. 종이 패키지로 돼 있어서 생분해되거나 재활용이 쉬운 제품, 버렸을 때 쓰레기가 남지 않는 제품들, 용기를 들고 와서 필요한 만큼의 내용물을 받아갈 수 있는 세제와 화장품, 면 생리대, 텀블러, 치약, 칫솔, 버려지는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재활용 제품 등 다양하다.

허그어웨일은 온라인 판매도 겸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에서 판매되는 물건을 모두 다 구매할 수는 없다. 택배로 인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판매 제품 항목에 제한을 뒀다. 그럼에도 온라인 판매를 하는 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싶지만 제로웨이스트샵이 없어 지역적인 제한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다.

허그어웨일에서는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환경 캠페인, 플로깅 활동, 재활용이 잘되지 않는 폐자원 수거, 환경교육 등으로 기후위기 시대에서의 소비를 탐구하고, 생활에 대한 문제해결과 지금부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냥 버리지 말고 자원순환’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폐자원 수거는 플라스틱 병뚜껑, 플라스틱 빨대, 폐건전지 등의 품목을 모아 가져오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제도다. 지구 환경에도 좋고, 포인트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플로깅 활동과 환경 그림 전시회, 쓰레기 사진 전시회, 재활용 히어로를 뽑는 캠페인, 플라스틱 없이 살기 및 친환경 제품 써보기 프로그램,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활동 등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을 직접 하고, 주변에 알리고 있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어택’ 활동은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제품을 선정해서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덜 사용할 수 있는 경각심을 주는 강력한 캠페인이다. 이는 전국 제로웨이스트샵, 환경연합 등과 함께 활동하는데 배스킨라빈스, 브리타 정수기 등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배스킨라빈스의 핑크색 스푼은 소비자가 플라스틱으로 분리 배출해도 너무 작아서 선별장에서 그대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미사용 플라스틱 스푼을 모아 택배로 20박스를 본사로 보냈고, 다회용으로 쓸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이후 다회용으로 바뀌었고, 스푼의 수량도 정해졌다. 브리타 정수기도 마찬가지다. 정수기 필터의 플라스틱 안에 활성탄이 들어있는 형태라 다른 나라에서는 수거·재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거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이에 정수기 필터도 모아서 본사로 보냈고, 지금은 브리타 코리아는 전국 제로웨이스트샵의 요청에 따라 수거를 하고 있다. 획기적으로 확 바뀌지 않지만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한다든지 기업 차원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활동의 거점을 꿈꾸다

김민수 대표는 허그어웨일이 환경을 위해 생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친환경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 활동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

그는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알리기 위해 강의도 나간다. 강의를 듣는 분들이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지금이라도 지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미래상이 뚜렷하게 없지만 지속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판매한다고 해서 지속되지는 않는다. 저도 환경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야 하고, 그러한 노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지구는 하나로 연결돼 있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다. 모두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고래를 살리고 보듬는 허그어웨일의 여정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 김민수 대표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 김민수 대표

“나의 조그마한 부지런함, 더 나은 환경 만들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 김민수 대표

김민수 대표가 제로웨이스트샵을 열게 된 계기에 조카도 있었다. 조카들을 사랑하니까 지금의 지구를 물려주기엔 미안함이 있었다. 어린 친구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조금이라도 노력을 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지구가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제로웨이스트샵. 김민수 대표는 2020년 6월에 우연히 발견한 환경도서를 읽고, 5개월 만에 제로웨이스트샵을 열었다. 김 대표의 실행력으로 한 동네가 지구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됐다.

“제가 바보라서 책에서 나온 것들을 바로 실천할 수 있었어요”고 말하는 웃음기 있는 말투 속에서도 눈빛은 뚜렷하게 빛났다. ‘억울한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그에게 플라스틱을 가득 삼키고 죽은 고래가 얼마나 억울해 보였을까.

환경을 살리고자 몰두했던 제로웨이스트샵은 이제 동네에서 꽤 자리를 잡았다. 특히 주 고객층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방문하는 엄마들이다.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게를 자주 찾는다. 허그어웨일은 생활용품 가게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환경교육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세제를 용기에 보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물건을 사는 방법도 알려주는 교육의 장이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도 가게를 견학하겠다는 요청의 연락이 오곤 한다. 김 대표는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위해 환경교육을 펼친다.

김민수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꼭 실천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잘 와 닿지 않는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실천하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 이것도 아니다. 불편하다는 것 자체가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이 불편함을 거꾸로 말하면 ‘나의 조그마한 부지런함으로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환경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 말하고 싶다. 매장에서 책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는데 책을 빌려 가서 읽기만이라도 해주셨으면 한다. 책을 읽고,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제로웨이스트다. 관념이 있어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의 부지런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만이라도 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로웨이스트샵에서 하는 노력은 환경을 빼는 작업이다. 초기 제로웨이스트샵은 환경의 메시지를 부여하고 환경을 위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요즘은 ‘그냥 편하게 가게에 와서 예쁜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했는데 환경에도 도움이 되네?’라는 마음이 생기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을 활용하는 것이다. 친환경 제품들이 일상 속에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주변에 알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환경 관련 이슈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미래의 지구를 위한 대안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생각 하나가 누군가에게 전달됨으로써 엄청난 큰 힘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지구를 지키는 데 동참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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