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소비생활 실천 ‘제로웨이스트’>

①지구 생명체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하여
②경남 최초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③쓰레기 없는 가게 ‘simplify, simplify’
④지역에서의 비건·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

우리 동네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친환경 생활용품 가게에 대한 갈증 해소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에 위치한 ‘마리앤하우스’는 경남 최초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샵이다.

제로웨이스트란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사회적 실천 및 환경운동을 뜻한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인지하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되도록 적은 쓰레기를 배출하도록 노력하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제로웨이스트샵은 무포장 상품이나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다회용품,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매장이다.

마리앤하우스는 ‘공동의 집 지구, 지구를 지키기 위한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가치 있는 노력’이라는 슬로건으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고 있다. 윤체영 대표는 지난 2020년 2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친환경 매장인 제로웨이스트샵을 열었다. 당시 전국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숫자였고, 주로 수도권에서만 볼 수 있는 가게였다.

평소 사회적 문제와 환경에 관심이 있었던 윤 대표는 서울에 있는 국내 1호 제로웨이스트샵 ‘더 피커’를 방문, 처음으로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해보고 신세계를 접했다. 직접 가져온 용기에 친환경 곡류와 견과류 등의 무게를 직접 달아 구매할 수 있었다. 먹고 난 후에도 포장지나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감탄했다. 세제도 통을 들고 가서 무게를 직접 달아서 쓸 만큼의 양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하게 와 닿았다.

윤체영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샵을 체험해보고 나니까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매번 필요한 것을 구매하러 서울로 올라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쓰기 위한 마음에 단순하게 제로웨이스트샵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남에서 처음으로 생긴 제로웨이스트샵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친환경 가게가 생겼다고 하니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와 매장을 방문한 고객도 있었다. 그만큼 제로웨이스트샵에 대한 갈증이 깊었다는 의미다.

친환경 생활용품 및 세제 리필 스테이션 매장 운영
병뚜껑 수거 ‘플라스틱 방앗간’, 업사이어티 교환소
학교‧도서관‧노인복지관 등 생활환경 교육‧강의 펼쳐

마리앤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용품들이다.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고체형태의 샴푸바, 천연 비누, 스테인리스나 실리콘 빨대 등이다. 또한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등은 리필 스테이션으로 운영, 필요한 만큼 공병에 담아 구매할 수 있다.

병뚜껑은 수거해서 다회용의 물건을 만드는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내고, 고객들이 가져온 종이팩도 10kg씩 모아 공장에 직접 보내고 있다. ‘업사이어티’ 어플과 협업을 통해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매장에서 포인트를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사이어티 교환소’도 운영 중이다.

윤체영 대표는 “세제를 리필하러 오시는 분들은 꾸준히 매장을 찾고 있다. 얼마 전에는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찾아와 기숙사에서 쓸 주방세제를 200원어치 사 갔다. 큰 통에 든 세제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조금씩, 필요한 만큼만 사서 간 거다. 이처럼 마리앤하우스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쓰는 것들이 결국은 썩지 않거나 태웠을 때 유해물질이 나오는 플라스틱이다. 기업이 포장지를 줄이는 것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소비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리배출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매장 운영과 함께 학교, 도서관, 노인복지관 등의 기관에서 쓰레기와 자원순환 등의 생활환경에 대한 강의를 펼친다. 특히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ESD강사로 활동하며 일주일에 두 번 통영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생태 감수성은 어릴 때부터 이뤄지기에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숲길을 산책하고 자연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이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공존이다. 사람도 지구에 살고 있는 생태계의 일부로, 모든 존재와 조화롭게 잘 살아가야 한다. 소비 위주의 생활을 하는 사회 속에서 과잉 생산되고 버려지고 자연이 훼손되는 것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건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폐기되는지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욱 신중하게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소비를 아예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지만, 쓰레기를 덜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비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제로웨이스트샵, 장기적 생존방안 찾기 고심
“환경의 심각성 인식하고 행동하면 변화 가져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면서 곳곳에서 ‘제로웨이스트’ 열풍이 불어왔다. 하지만 고물가와 불황은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자들도 피할 수 없었다. 이제는 장기적인 생존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윤체영 대표도 제로웨이스트샵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가게 수익만으로는 개인이 가게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버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가게 운영 외에도 강의를 나간다든지 나름대로 살아갈 길을 찾고 있다.

그는 “2년 동안 가게 운영을 하고 난 후 매장 계약을 다시 연장해야 할지 여기서 그만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주변에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없으니까 발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사명감까지는 아니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강의를 하면서 가게 유지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지역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니까 저처럼 강의를 나가거나 카페를 겸해서 가게를 운영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제로마켓’이라는 사업으로 제로웨이스트샵의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이러한 사업들을 진행해서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생활용품이라는 것이 교체 주기가 빠른 것이 아니고 슈퍼마켓처럼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제로웨이스트샵을 어떻게 지속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오래도록 동네를 지킬 수 있도록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윤체영 대표.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찾아낸다.

윤체영 대표는 마리앤하우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그는 “앞으로 마리앤하우스가 잘 버텨서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한 저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이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환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강의나 교육을 통해 알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윤체영 대표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윤체영 대표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편안히 들러주세요”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윤체영 대표

윤체영 대표는 기본적으로 분리배출을 성실히 했던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 플라스틱 용기가 재활용된다니까 열심히 씻어 말려서 분리배출 표시대로 구분해 배출하면서 스스로의 뿌듯함을 느꼈다.

윤 대표는 “그저 맹목적이었다. 분리배출을 위해서 더 많은 세제를 썼고, 그 세제를 씻기 위해 더 많은 물도 썼다. 부모님께서는 ‘물이나 아껴 써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홈쇼핑도 자주 했고, 필요치 않은 세제도 저렴하게 팔면 여러 개 묶음으로 구매했다. 물건을 사면서 포장지가 왜 이렇게 많은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사회에 관심이 많았지만,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지금만큼 인식하지 못했던 시절의 윤체영 대표였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지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책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환경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행동을 촉구하며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에 대한 생태론에 관한 이야기다. 윤 대표는 이 책을 읽고 환경에 관한 관심과 큰 깨달음을 얻었다.

또 한 번 환경에 대해 경각심을 느꼈던 것은 ‘코에 빨대가 끼인 채 고통받는 거북이’의 모습을 봤을 때였다. 코에 꽂혀있는 빨대를 빼면서 피를 철철 흘리는 거북이의 모습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체영 대표는 “당시 저는 분리배출도 열심히 했고, 빨대도 구멍에 맞춰서 씻었는데 그 빨대가 왜 바다로 흘러가서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우연히 접한 책과 영상은 윤 대표가 환경에 대해 더욱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가치 있는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으로 가게의 문을 열었고,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한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지역 주변 곳곳에 더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제로웨이스트샵이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편의점처럼 곳곳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체영 대표는 “가게를 열고 얼마 안 있어서 코로나19가 터졌고,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우리 동네에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있는지 검색해보고 찾아와 주셨다. 또 다른 손님은 서울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을 다녀왔는데 동네에 친환경 매장이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조금씩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제품을 구매할 때 포장이 나오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강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교육을 하는데 항상 마지막에는 변화된 사례를 보면서 공유한다. 쓰레기 문제나 기후위기에 대한 부분에 대해 비관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행동한다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환경교육을 통해 함께 방법을 찾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기에 실천에 앞서 교육도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체영 대표는 “마리앤하우스가 별 것 아닌 가게였으면 한다. 우리 동네에 있으니까 슬리퍼 신고 편하게,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듯 들려주시길 바란다. 우리 지역에 제2의, 제3의 마리앤하우스가 생겨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함께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웃음 지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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