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소비생활 실천 ‘제로웨이스트’>
①지구 생명체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하여
②경남 최초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③쓰레기 없는 가게 ‘simplify, simplify’
④지역에서의 비건·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

단절된 것들과 ‘연결’ 책임감 있는 지구 구성원

쓰레기 없는 가게 ‘simplify, simplify’(이하 심플리파이)는 지난 2021년 6월 부산광역시 남천동에서 문을 열었다.

‘모른다는 이유로 생명을 해치는 삶의 방식이 과연 온전하고 건강한 삶일까’, ‘우리가 남기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하는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 심플리파이는 생산과 유통, 포장을 비롯 폐기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서 환경오염과 쓰레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가게다.

김상원 대표는 “빠르고 편리한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더 많은 물건을 쉽게 사고, 더 쉽게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노동하는 사람을 지워버린 오늘날 제로웨이스트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단절된 것들과의 ‘연결’에 있다. 우리에게는 다른 삶의 방식와 속도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는 궁극적으로 세상과의 연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권하는 생활양식”이라고 제언했다.

소비가 미덕으로 권장되는 시대에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내가 소모할 수 있는 분량인지를 한 번 더 돌이켜보길 제안하며, 책임감 있는 지구의 구성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도 포함했다. 김상원 대표는 “세상의 어떤 물건도 함부러 쓰레기가 되지 않고, 그 어떤 생명도 수단으로 여겨지지 않는 사회는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다. 함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나누는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자랑스러운 자연의 일부로 아름다운 지구에서의 삶을 만끽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물품 판매‧자원순환‧리필스테이션
‘지역성’에 중점, 우리 동네 물품 소개 및 판매

제로웨이스트샵 심플리파이에서는 포장지가 없는 물품 판매, 리필스테이션 운영, 자원순환과 더불어 기후와 쓰레기에 관련된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활필수품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거나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생필품을 판매한다. 또 리필스테이션을 통해 다회용기에 세제나 탈취제, 곡물 등 생활에 필요한 내용물을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우유팩과 멸균팩, 플라스틱 뚜껑, 아이스팩을 수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자원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김상원 대표는 오프라인 친환경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지역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부산진구 전포 카페거리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제품, 영도에서 지역 막걸리를 만들고 나오는 찌꺼기로 만든 비누, 광안리에서 직접 만드는 비누, 비 전력 햇빛 건조기로 만든 말린 과일과 차, 양파‧마늘 껍질을 발효시켜 만든 세제 등 여러 가지 친환경 제품을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역성을 드러내고자 고심했다. 우리 지역에서 만들어서 우리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물건들을 찾고, 소개하고자 한다. 결국에는 물건들이 옮겨 다니는 것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김상원 대표가 알려주는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여느 제로웨이스트샵들이 그렇듯 심플리파이 김상원 대표도 여러 환경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강의를 나가는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함께 환경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강의를 나간다.

쓰레기를 줄인다는 것에 거창함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목표를 정했다는 김상원 대표. 그가 알려주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남기지 말자’다. 김 대표가 식당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밑반찬을 다시 반납하는 것이다. 애초에 먹을 만큼만 받아서 남기지 않고 먹는다.

김상원 대표는 “처음에는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나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물건을 소비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것이다.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두루뭉술한 표어가 아닌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일회용품을 쓰는지를 생각해보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자취를 하면서 물티슈를 많이 썼다. 왜 걸레를 쓰지 않고 물티슈를 쓰는지 생각해보니 적은 양을 닦기 위해 걸레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그래서 걸레를 손바닥만 사이즈로 8등분 했더니 물티슈를 쓰지 않게 됐다. 오히려 걸레를 사용하니 편하고 좋았다. 내가 잘 쓰는 일회용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왜 쓸까를 고민해보면 나만의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환경에 관한 다양한 의견 교류하는 ‘사랑방’
판매했던 물건이 다시 돌아오는 순환의 공간

심플리파이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생활용품을 구매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김상원 대표는 자신의 가게에서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것을 대환영한다.

김 대표는 “환경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아오시는데 여기서 만나시는 분들끼리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고, 아이디어도 교환하신다. 의도치 않은 사랑방이 된 것 같아 아주 뿌듯하다. 소통의 장이 되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던 찰나였는데 심플리파이가 자연스럽게 의견을 공유하고 연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김상원 대표는 심플리파이가 단순히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순환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물건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 쓰레기가 되지만 순환하면 새로운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쓰레기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물건들이 버려지고 난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한 물건이 나에게 쓸모를 다했고, 고장이 나고, 쓸 수 없을지라도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물건이 순환돼야 쓰레기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된다. 이 공간이 물건을 판매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했던 물건이 다시 돌아오는 공간, 순환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simplify, simplify’ 김상원 대표

“내 삶을 심플하게! 간소하게 살고 싶어요”
‘simplify, simplify’ 김상원 대표

김상원 대표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쓰레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면지를 활용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의지에 상관없이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것이 힘들고 속상했다.

그러던 차 2019년 집 근처 서점에서 공동체 상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를 본 김 대표는 깊은 울림을 받았다. ‘미래를 위한다고 하는 모든 일들이 결국 죽음으로 미래를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강렬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영화였다. 무인도에 살고 있는 새들이 바다로 떠내려오는 쓰레기와 플라스틱으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새의 배를 가르자 플라스틱이 한가득 나왔다. 나름대로 환경에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던 김상원 대표는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방문해보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었던 김상원 대표는 직접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 제로웨이스트샵을 차리자고 결심했다. 서울과 전주, 제주도 등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방문해서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환경과 관련된 책과 영화를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란 책은 가게의 이름을 짓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라고 하는 ‘simplify, simplify’의 문구를 모티브로 가게 이름을 정했다.

김상원 대표는 “나에게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그 물건들도 점차 줄여서 내 인생이 심플해지고 간소해진다면 그만큼 자연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진정한 친환경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가게 이름은 내 삶을 심플하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아 자연스럽게 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환경보호라고 생각하면 비싸고, 귀찮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멋지고 재밌는 일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그릇을 씻는 데 사용되는 수세미는 식물 수세미를 말린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 수세미를 썼기 때문에 현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나온 수세미도 모두 수세미라고 불린다. 저는 이런 숨겨진 이야기들이 재밌다. 환경 강의를 나가면 어르신들은 천연 수세미를 보고 굉장히 반가워하신다. 환경은 옛날의 지혜와 연결되고 오늘날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랑 연결된다. 결국 환경은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일”이라며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천연 수세미를 들어 보였다.

김 대표는 “환경은 지역의 문제, 여성, 노인, 노동 등의 문제와 이어진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도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느라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일자리를 잃는다고 나와 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 이건 맞고, 이건 틀리다고 할 수 없지만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통해서 사람들이 이러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우리 환경은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원 대표는 부산 곳곳에 제로웨이스트샵들이 생겨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환경운동은 우리가 다 함께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환경운동이나 제로웨이스트 등 생활운동이 우리가 겪고 있는 거대한 환경문제나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쓰레기를 줄이며 조금씩 변화한다면 그 노력은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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