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소비생활 실천 ‘제로웨이스트’>

①지구 생명체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하여|
②경남 최초 제로웨이스트샵 ‘마리앤하우스’
③쓰레기 없는 가게 ‘simplify, simplify’
④지역에서의 비건·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비건 베이커리 카페&친환경 생필품 편집숍

‘달팡이상점’은 지난해 10월 죽림에 문을 연 통영의 제로웨이스트샵이다. 비건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카페이면서 친환경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달팡이상점을 운영하는 박지영 대표는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지역에 확산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달팡이상점은 채식과 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아지트처럼 모이는 곳이자 비건 빵과 음료를 즐기며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다. 박지영 대표는 자신과 같은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고객들을 ‘달팡이’라고 칭한다. 달팡이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편안하게 머물다 간다.

박 대표는 아직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통영을 위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실천할 수 있는 대중적인 친환경 상품을 소개한다. 일종의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이다.

대나무 칫솔, 고체 세제부터 주방이나 욕실에서 사용하는 생필품, 종이 패키지에 담긴 비건 립밤, 고체향수, 핸드크림, 선크림 등 화장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상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제품들은 모두 박지영 대표가 직접 사용해 본 만족스러운 제품들이다. 상품별 각각의 브랜드에 박 대표가 직접 연락을 취하고, 물건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박지영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쉽고, 간편하게 사용해 볼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한다. 제가 피부도 예민하고, 면역력 문제가 있어 물건을 고르는 데 되게 까다로운 편이라 판매하기 전에 항상 직접 사용해 본다. 무조건 저렴한 상품보다는 훌륭한 상품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가격을 지니고 있는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처음 사용해 보는 분들에게 비건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NO 달걀‧버터‧우유‧비건 베이커리
화학첨가물 없는 건강한 재료 사용

환경을 위한 생활에는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일상에서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도 환경을 위한 실천이 될 수 있다.

달팡이상점은 제로웨이스트와 함께 환경을 위한 비건 베이커리도 알차게 준비한다. 박지영 대표는 신선한 비건 빵을 굽고,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오늘의 빵’을 SNS에 올려놓는다. 머핀, 소금빵, 크림빵, 크로와상, 식빵 등 빵 종류도 다양하다. 다른 빵보다 크기가 작아 보이지만 화학첨가물로 부풀리지 않고 밀가루 없이 오트밀과 아몬드 가루,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또한 단호박, 바나나, 두부 등을 갈아 넣어서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유기농 비정제 설탕과 인산가 죽염 등 몸에 좋은 재료도 듬뿍 사용한다. 비건 빵은 맛이 없다는 인식과는 달리 맛도 좋아서 빵 때문에 달팡이상점을 찾는 이도 상당하다.

빵과 음료의 경우는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일회용 포장재 없이 담아갈 수 있다. 음료 테이크아웃의 경우 텀블러를 챙겨오면 500원을 할인해 주고, 텀블러가 없는 경우 달팡이상점에서 제작한 수거용 텀블러를 이용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비’건의 줄임말 ‘제로비’
텀블러, 다회용기…포장재 줄이는 방법

달팡이상점은 ‘제로비’를 실천한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의 줄임말인 ‘제로비’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 실천을 뜻한다.

박지영 대표는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챙겨 다니는 것이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을 최소화하고 매장에서 먹고 오거나 포장해오는 것도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는 방법이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미리 ‘빨대는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리거나 이를 잊어버리지 않게끔 카드에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도 좋다.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집에서 분리수거를 할 때 보면 가장 많이 플라스틱이 나오는 곳이 욕실이다. 샴푸, 바디워시 등 모든 제품이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으니까 비누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고,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비누 향과 알록달록한 비누 컬러로 기분도 좋아진다”고 친환경 제품 사용을 추천했다.

'달팡이’들이 모이는, 모두에게 열린 상점

달팡이상점의 ‘달팡이’는 달팽이의 방언이다. 달팡이상점은 풀을 먹고 사는 달팽이처럼 채식을 지향하고 환경 실천을 노력하는 ‘달팡이’들이 모이는 상점이라는 뜻이다. 달팡이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박 대표는 “처음 비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이 서울의 비건 카페인 ‘플랜트’를 방문했을 때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공간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마치 초식 동물들이 모여 있는 평온한 초원 같았다. 달팡이상점도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힐링이 되는 곳,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 반려견이 동반되지 않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달팡이상점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아이들과 반려견 그리고 장애인분들도 편하게 오실 수 있도록 문턱을 만들지 않았다. 힐링되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달팡이상점 박지영 대표
달팡이상점 박지영 대표

“조금씩, 천천히 ‘그냥 한번’ 해보세요”
달팡이상점 박지영 대표

통영이 고향인 박지영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에서 생활하다 ‘쉼’을 위해 통영으로 다시 내려왔다.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 지향 생활을 했는데, 통영에서는 비건 음식을 판매하는 곳도 없고,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빵을 만들어 굽기 시작했다.

달팡이상점 운영 전에는 달팡이점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먹을 빵을 만들면서 비건 빵이 필요한 사람들에 한해 예약 주문을 받아 빵을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빵을 만들고 포장‧판매하면서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 박지영 대표는 자연스럽게 비건 문화에 확산과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박 대표는 “비건 지향을 하고 있는 이유는 환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해서 시작했는데 빵을 포장하면서 또 다른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이 옮겨갔다. 단순한 빵집이 아닌, 비건 빵도 포장 없이 사갈 수 있는 보다 큰 개념의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이는 달팡이상점이 생겨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달팡이상점을 이용하는 손님 가운데는 아이 손을 잡고 오는 부모들도 많다. 이곳에서는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직접 빵을 담아 주는 ‘용기내챌린지’를 진행한다. 아이들이 챌린지를 체험해보면서 포장 쓰레기 줄이는 일을 실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고, 이를 통해 환경 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달걀 알레르기가 심해 태어나서 한 번도 빵을 먹어보지 못했던 아이가 달팡이상점을 통해 처음으로 빵을 먹을 수 있었다는 소식은 박지영 대표를 더욱 보람있게 만들었다.

그는 “아직은 혼자 빵을 만들고 커피도 내리고 있다. 카페와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1인 매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비건 쿠킹클래스나 업사이클링과 같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달팡이상점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로컬브랜드를 발굴해 협업을 통한 굿즈 제작,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영의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전국의 달팡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몰 운영, 나아가 달팡이상점의 프렌차이즈화를 꿈꾸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청년 창업가들은 인건비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채용할 여유가 없다. 이런 부분에서 항상 갈증이 있다. 지역사회의 친환경 생활 실천을 위해 배달 다회용기를 수거·세척하는 시스템, 수거용 텀블러 제작, 샴푸나 세제 리필샵 운영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주시면 좋겠다. 환경에 대한 작은 관심과 꾸준한 행동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 대표는 “저는 환경을 전문으로 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일반 시민이다. 환경을 생각하면 어렵고, 귀찮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신다. 저처럼 가볍게 하시면 된다. 일단 한번 시도해 보시길 추천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셨으면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slow & steady’ 달팡이처럼,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소 지었다. <끝>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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