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통합돌봄, 마을에서 움트다>

①“밥 열 술이 한 그릇 되다”

②“세 할머니의 유쾌한 동거”
③“안심마을에서 이뤄지는 통합 캐어”
④“우리는 모두 돌봄 브로드캐스터”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노인, 장애인, 아동들, 우리 사회에서 손이 많이 가는데, 어디 시설 같은 데 몰아넣어 관리할까?”라는 전통적 복지 아이디어에 “No!”라고 대답하며 출발했다. 타인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민이 지역사회 내지는 마을에서 그대로 거주하며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받는 정책적 패러다임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2019년부터 지역사회통합돌봄을 국정과제로 제시, 선도사업을 실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 예산은 35억원으로, 2020년 177억원, 2021년 181억원, 2022년 158억원 등 최근 3년 예산과 비교하면 80%가량 줄어들었다.

국가 예산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지자체별 사업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공동체로서 자생적인 ‘마을돌봄’을 구현하는 사례들이 있다. 특히 마을돌봄공동체는 돌봄의 수요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된다. 개인을 위한 돌봄은 곧 공동체 모두의 돌봄으로 이어진다. 내가 필요한 돌봄을 공동체와 함께 생산하려는 노력은 아동, 청년, 노인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인들은 외롭고, 청년은 우울하고, 아이들은 사라지는 지역사회에서 자생적인 마을공동체의 돌봄이 움트기 시작한다면 지역소멸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통영시 마을돌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지원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글을 싣는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삭막한 도시 환경 속에서 이웃을 좀 더 살피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탄생했다. 지난 2015년 광주광역시 남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우리 마을 10년 미래계획’을 수립, 엄마들의 원활한 돌봄을 위해 학교 문을 열게 됐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삭막한 도시 환경 속에서 이웃을 좀 더 살피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탄생했다. 지난 2015년 광주광역시 남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우리 마을 10년 미래계획’을 수립, 엄마들의 원활한 돌봄을 위해 학교 문을 열게 됐다.

밥 열 술이 한 그릇 되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2동은 ‘맨발의 성자’라고 불렸던 이현필 선생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전쟁고아와 나환자를 데려다가 한 끼 먹이고, 재워 보낸 ‘십시일반 운동’의 흔적이 동네 곳곳에 녹아 있다.

70여 년이 흘러 이곳은 아파트 비율이 97%가 넘어가는 소위 말해 ‘꽤 잘 사는 동네’가 됐다. 뜨거운 교육열로 즐비한 학원가, 높은 부동산 가격은 복지가 필요 없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각지대가 존재, 큰길 하나를 두고 한쪽은 화려한 모습으로, 반대편은 소외된 이웃이 살아가고 있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이처럼 삭막한 도시 환경 속에서 이웃을 좀 더 살피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탄생했다. 마을연구회, 주민자치위원회, 전문가 단체, 마을주민이 함께 논의하며 조금 더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과거 십시일반 운동에 대한 부흥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2015년 남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우리 마을 10년 미래계획’을 수립, 그 과정에서 ‘십시일반 나눔마을’이라는 브랜드를 공식화했다. 이때 마을주민으로 참여했던 엄마들은 이웃의 아이들을 서로 돌보는 육아 품앗이를 하고 있었고, 주민자치위원회가 엄마들의 원활한 돌봄을 위해 마을학교 설립을 제시, 학교 문을 열게 됐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현재 맞벌이·다자녀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일 양육자의 퇴근 시간까지 돌봄을 제공한다. 이를 공급하는 ‘돌봄주체자’는 모두 동네 엄마들로, 숙제 관리 등 학습과 더불어 놀이, 저녁식사까지 책임진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현재 맞벌이·다자녀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일 양육자의 퇴근 시간까지 돌봄을 제공한다. 이를 공급하는 ‘돌봄주체자’는 모두 동네 엄마들로, 숙제 관리 등 학습과 더불어 놀이, 저녁식사까지 책임진다.
지역주민들의 재능기부도 이들의 돌봄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어린이 요가,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사자성어·속담·바둑 교실, 시 낭송 등 가지각색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지역주민들의 재능기부도 이들의 돌봄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어린이 요가,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사자성어·속담·바둑 교실, 시 낭송 등 가지각색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돌봄주체자로 나선 마을의 엄마들
방과 후 식사·학습·놀이 ‘화기애애’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현재 맞벌이·다자녀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일 오후 4~8시 양육자의 퇴근 시간까지 돌봄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숙제 관리 등 학습과 더불어 놀이, 저녁식사까지 책임진다. 이를 공급하는 ‘돌봄주체자’는 모두 동네 엄마들이다.

지역주민들의 재능기부도 이들의 돌봄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어린이 요가,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사자성어·속담·바둑 교실, 시 낭송 등 가지각색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 정선영 사무국장은 “사실 코로나 전에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대학생, 시니어까지 결합된 마을교육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운영했다. 일주일에 한 번 중·고등학생들이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대학생들도 자원봉사를 통해 양육자들을 위한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 줬다. 또 어르신들도 사회참여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어 돌봄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기간에는 외부 학교와 연계된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 공백을 엄마들이 채워가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 요리·공예·교과목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나갔다. 이에 부모가 주체가 돼 마을돌봄을 꾸준히 이어오는 점을 광주시로부터 인정받아 지역사회통합돌봄 세미나에서 우수사례로 초청받아 왔다”고 말했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처음 시작했던 공동육아, 마을 품앗이에서 발전해 중·고·대학생이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2019~2020년 광주광역시 마을학교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지자체의 지원도 뒤따랐다. 십시일반은 코로나 기간동안 멈췄던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에 다시금 시동을 건다.

다시 꿈꾸는 마을교육공동체
아동·청소년이 행복한 봉선2동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는 처음 시작했던 공동육아, 마을 품앗이에서 발전해 중·고·대학생이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펼쳐왔다. 중·고교, 대학과 연계해 청소년마을기획단을 구성, 매주 모여 마을을 알아보고 남구 최초로 마을방송국을 개국하는 뜻깊은 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 2019~2020년 광주광역시 마을학교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지자체의 지원도 뒤따랐다.

십시일반은 코로나 기간동안 멈췄던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에 다시금 시동을 건다.

정선영 사묵국장은 “광주대, 조선대 학생들과 자원봉사센터, 우리 마을학교가 연결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활동이 끝나도 아이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고 말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또 돌봄을 받았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돼서도 동생들과 놀아주고, 밥도 먹는 모습을 보면 감동이 밀려온다. 다시 마을교육공동체로서 움직일 생각에 가슴이 뛴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모든 주민이 마을돌봄에 참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본다. 아동들이 건강히 성장하는 마을, 청소년·시니어까지 협력해 이를 일구어가는 봉선2동이 될 수 있도록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을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 정선영 사무국장.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 정선영 사무국장.

“우리 마을의 10년 미래 계획…돌봄 내비게이션”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 정선영 사무국장
정선영 사무국장은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마을의 첫 변화를 줬던 마을연구회, 주민을 먼저 생각했던 주민자치위원회,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이웃의 자녀도 챙기던 마을주민, 세부적인 기획을 제언했던 전문가 단체까지 말 그대로 ‘십시일반’의 모습으로 마을공동체가 이뤄졌다. 세 아이의 엄마인 정선영 사무국장도 처음엔 마을주민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물론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숱한 어려움에도 직면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사무국장이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자립 가능한 마을학교’가 되는 것이었다. 학교 문을 열고 이듬해 ‘공하나 협동조합’을 설립해 수입을 창출하려 했지만, 첫 6개월간 소득이 정말 적었다.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한 돌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쌓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수입을 창출하자”는 뜻이 모였다. 엄마들은 ‘학교로 가는 마을 놀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자동차 폐가죽을 이용한 공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뛰어다녔다. 정 사무국장은 공동체가 지혜를 발휘해 공하나협동조합에서 얻은 수입으로 우리의 모태가 되는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영지역의 마을돌봄을 활성화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은 정선영 사무국장.

그는 “사람들의 욕구가 모여 있다면, 모임을 많이 가져서 ‘마을주민이 바라보는 미래 10년 계획’을 그려보면 좋겠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도 때때로 방향성에 혼돈이 왔을 때, 초창기 세웠던 의제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다시금 힘을 얻는다. 바로 이 계획 속에 마을학교의 자립을 위한 ‘협동조합 설립’도 있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들이 언젠가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으로 계획을 실현해 가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몇 명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핵심 인원이 끈끈하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 또한 한준수 학교장께서 방패막이 돼주고 밀어주지 않았다면, 진작 포기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무너지려 할 때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기다려주고, 보살피는 게 마을 공동체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십시일반 나눔마을학교가 학교 문을 연 지 6년이 지났다. 지난해 말 가족정책 유공자로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 공하나 협동조합은 지난 19일 행정안전부 마을기업 우수사례로 선정, 그동안의 노력이 값진 결실로 돌아왔다.

정 사무국장은 “여전히 돌봄주체자들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들이 버틸 수 있게 지지하고, 안정적인 기반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더 많이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려 하고,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성과도 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옆에 있는 엄마와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발을 내딛는다”고 활짝 웃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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