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통합돌봄, 마을에서 움트다>

①“밥 열 술이 한 그릇 되다”
②"동갑내기 세 할머니 한 집 살이"
③“안심마을에서 이뤄지는 통합 캐어”
④“우리는 모두 돌봄 브로드캐스터”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금빛 모래라는 지명을 가진 이곳에 은빛 시니어들이 한 집에 산다. 시니어 공유 공간 ‘노루목향기’의 이혜옥·심재식·이경옥 세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금빛 모래라는 지명을 가진 이곳에 은빛 시니어들이 한 집에 산다. 시니어 공유 공간 ‘노루목향기’의 이혜옥·심재식·이경옥 세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70대 보통 할머니들의 이야기
서로 돌봄 공동체 ‘노루목향기’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금빛 모래라는 지명을 가진 이곳에 은빛 시니어들이 한 집에 산다.

시니어 공유 공간 ‘노루목향기’의 이혜옥·심재식·이경옥 세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노후에 함께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서로 돌봄을 통해 고령화 시대 속 ‘어떻게 노인을 돌볼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세 할머니의 서로 돌봄이 마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명이 함께 산 지 어느덧 6년, 이들은 “아직도 가족이 돼 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보통의 할머니들’이 ‘보통의 노후’를 보내길 희망하는 가운데, 마을을 넘어 지역사회에 끼치는 할머니들의 영향력은 보통이 아니다.

모든 걸 중단시켰던 코로나마저도 주록리 마을공동체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바로 노루목향기의 자랑, 푸른 잔디밭이 빛을 발했다. 이 다목적 야외공간에서 놀고, 배우고, 활동 성과도 나누는 등 주민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모든 걸 중단시켰던 코로나마저도 주록리 마을공동체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바로 노루목향기의 자랑, 푸른 잔디밭이 빛을 발했다. 이 다목적 야외공간에서 놀고, 배우고, 활동 성과도 나누는 등 주민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노루목향기는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 및 문화여가프로그램에 앞장섰다. 이후부터 주록리마을에는 부녀회 전통 간식 만들기, 치매 예방 실버교실, 등산동호회 등 모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노루목향기는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 및 문화여가프로그램에 앞장섰다. 이후부터 주록리마을에는 부녀회 전통 간식 만들기, 치매 예방 실버교실, 등산동호회 등 모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돌봄은 향기를 타고 마을로
노루목에 모인 주록리 사람들

71세 동갑내기 심재식·이혜옥씨는 14년 전, 주록리 노루목에 터를 마련했다. 50년 지기 친구인 두 사람은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하고, 3년가량 집을 가꾸는 데만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행사 때 풍물패 인원을 채워 달라”는 요청에 우연히 참여, 이것이 주록리 주민들과 가까워진 첫 만남이었다.

특히 이혜옥씨는 이때부터 난타 자격증을 취득해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등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 및 문화여가프로그램에 앞장섰다. 6년 전 노루목향기에 합류한 이경옥씨와의 첫 만남도 이를 통해 이뤄졌다. 풍물패밖에 없었던 주록리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노루목향기’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도 마을공동체 활동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18년 마을 행사가 우천으로 취소되자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당시 따복공동체지원센터)를 통해 작은 음악회를 개최, 이때 음악회 주제가 바로 ‘노루목향기에 물들다’였다.

이후부터 주록리마을에는 부녀회 전통 간식 만들기, 치매 예방 실버교실, 등산동호회 등 모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걸 중단시켰던 코로나마저도 주록리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바로 노루목향기의 자랑, 푸른 잔디밭이 빛을 발했다. 이 다목적 야외공간에서 놀고, 배우고, 활동 성과도 나누는 등 주민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21년에는 이웃 동네의 아동돌봄공동체 ‘산북작은놀이터’와 협약을 체결, 마음으로 맺은 세 할머니와 손주들의 아름다운 만남도 매달 이뤄지고 있다.

주식회사 노루목향기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행주·쿠션 등 생활용품, 농촌 민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 제작의 경우, 과거 사회적경제교육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식회사 노루목향기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행주·쿠션 등 생활용품, 농촌 민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 제작의 경우, 과거 사회적경제교육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십시일반 노령연금 모아 살림살이
주식회사 운영 소소한 경제활동

할머니들이 과연 어떻게 살림을 꾸려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첫 번째 비법은 한 푼씩 거둔 노령연금이다. 한 사람당 40만원씩 도합 120만원으로 한 달 살림을 계획한다.

이와 더불어 ‘주식회사 노루목향기’를 통해 소소한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때 노루목향기는 사회적기업에 발을 내딛고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 창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비사회적기업 신청 단계에서 서류상의 문제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혜옥씨는 “사실 발표도 잘했고, 모든 과정이 순탄했는데 법무사의 착오로 사회적기업 정관의 일부가 누락돼 결격사유가 됐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사회적기업 제도권으로 들어가면 행정처리가 많아진다. 70대에 들어선 우리가 굳이 머리 아픈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서로 할 수 있는 일, 소박한 생활을 하자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주식회사 노루목향기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행주·쿠션 등 생활용품, 농촌 민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 제작의 경우, 과거 사회적경제교육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추가적인 행정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경제활동을 이루고, 서로 돌봄을 통해 생활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노루목향기’ 이혜옥·심재식·이경옥씨(왼쪽부터)가 활짝 웃고 있다.
‘노루목향기’ 이혜옥·심재식·이경옥씨(왼쪽부터)가 활짝 웃고 있다.

거창한 비전 No! 희망사항 Yes!
“아프지 말고 이 모습 그대로”

여느 어르신들에게 황혼기 바라는 모습이 있냐고 여쭈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노루목향기 세 할머니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아프지 말고 이 모습 그대로 같이 살아가는 거지. 이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어”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황혼기의 꿈, 건강히 지내는 것.

세 할머니는 “그저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노루목에 터를 세웠고, 우리가 재밌어서 마을 공동체 활동을 활발히 했고, 그 즐거움을 주민들이 함께 공유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솔직히 비전이라고 말할 게 없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삶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무슨 거창한 계획을 세우겠나. 단지 우리의 모습이 마을돌봄공동체 사례로서 조금이나마 도움됐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가지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닥치고 실행! 같이 살아보니 이렇더라”
‘노루목향기’ 이혜옥·심재식·이경옥씨

“일단 살아보세요. 살아봐야 압니다”

노루목향기 건물과 정원은 세 사람이 살기엔 제법 규모가 크다. 이 말인즉, 공간 관리를 생각하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매일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마당 조경, 건물 보수는 이혜옥씨의 역할이다. 과거 공장장을 지냈을 만큼, 궂은일을 도맡는다. 한편 심재식·이경옥씨는 집안 살림에 집중한다. 구역을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각자 잘하는 일을 찾아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간다. 겉으로 보기에 낭만적인 시골 생활도 땀을 흘려야 빛나는 법이다.

노루목에서 퍼진 향기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구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7월에는 ‘제93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이 노루목향기에서 개최, 전국의 마을활동가들이 이곳에 모여 사례를 발표하고, 토의를 펼쳤다.

이후로도 신문·방송사의 취재 요청 등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각 지역에서 시니어 공동생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세 할머니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먼저 함께 살아보고, 이후에 판단하길 권할 뿐이다.

이혜옥씨는 “노인문제는 결국 모든 사회구성원이 맞닥뜨리는 과제, 즉 현재·미래의 자신이 마주할 모습이라 노루목향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우리의 모습만 보면 노인 공동생활이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결심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만큼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나는 ‘닥치고 실행’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일단 한번 살아보길 권한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니, 공동생활이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3명이 함께 산 지 6년째, 우리도 아직 가족이 돼 가는 중”이라고 제언했다.

심재식씨는 “여태껏 나는 인정이 많고 많이 베푸는, 굉장히 부드러운 여자인 줄 알았다. 하루는 경옥이가 나보고 목소리가 딱딱하고 명령적이라며 털어놨다. 아니나 다를까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그렇다더라. 이제껏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던 간 현재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고, 누군가 한 명은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고 설명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불신은 절대 삼가야 한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믿음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옥씨는 “신랑과 사별 후 자식들이 출가하면서 혼자가 됐다. 외로움을 느끼다가 셋이 함께하니 많은 부분이 채워졌다. 아플 때 서로 챙겨주고, 내내 혼자 먹다가 다 같이 웃으며 밥을 챙겨 먹고, 예전엔 엄두도 못 내던 여행도 즉흥적으로 떠나고,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물론 누구든지 다 고집을 가지고 있다. 나와의 다름이 확연한데 각자 어디까지 감수하느냐에 공동생활의 앞길이 달려 있다. 서로를 위한 적정선을 잘 지킨다면 믿음이 생기고, 이것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활짝 웃었다.

오는 9월 세 할머니는 칠순을 맞이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저 먼 유럽 땅에서 또 하나의 인생퍼즐을 맞출 이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특히 실내모임이 중단된 코로나 기간, 노루목향기의 야외공간으로 주록리 마을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실내모임이 중단된 코로나 기간, 노루목향기의 야외공간으로 주록리 마을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2021년에는 이웃 동네의 아동돌봄공동체 ‘산북작은놀이터’와 협약을 체결, 마음으로 맺은 세 할머니와 손주들의 아름다운 만남도 매달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제93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이 노루목향기에서 개최, 전국의 마을활동가들이 이곳에 모여 사례를 발표하고, 토의를 펼쳤다.
지난해 7월에는 ‘제93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이 노루목향기에서 개최, 전국의 마을활동가들이 이곳에 모여 사례를 발표하고, 토의를 펼쳤다.
주식회사 노루목향기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행주·쿠션 등 생활용품, 농촌 민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 제작의 경우, 과거 사회적경제교육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세 할머니와 함께 사는 반려견 초롱이.
세 할머니와 함께 사는 반려견 초롱이.
세 할머니는 유기견들도 데려와 함께 키우고 있다.
세 할머니는 유기견들도 데려와 함께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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