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여성 어업인 백지윤씨…아픈 남편 대신 굴 양식어업 도전
남편 몰래 배 구입, 선박조종면허 자격증 취득 후 수산업 일궈
굴에 대한 열정·끈기 ‘현재 진행형’ “자랑스러운 엄마 되겠다”

38세 백지윤씨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무작정 수산업에 도전, 혼자서 굴 양식어업을 일구고 있는 3년차 여성 어업인이다.
38세 백지윤씨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무작정 수산업에 도전, 혼자서 굴 양식어업을 일구고 있는 3년차 여성 어업인이다.

“많이 울었어요. 바다에 가서 울고, 육지에 와서 울고. 남편이 아프고 나서 제가 어장을 팔지 않고 일궈가는 것이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어요. 백지상태였던 저를 도와주는 주변 삼촌들이 있었고, 일을 배우고 알아가는 즐거움도 생겼어요. 굴은 내게 힘이고 자존심이에요. 요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눈에서 눈물과 웃음이 교차한다. 눈물은 지난날 막막했던 상황과 무작정 수산업에 도전하고 혼자 헤쳐가야 했던 상황이 떠올라서였고, 웃음은 고생했던 자신을 격려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의미였다.

38세 백지윤씨는 혼자서 굴 양식어업을 일구고 있는 3년차 여성 어업인이다. 그는 결혼 후 남편이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굴 어장을 혼자서 관리하고 있다. 굴 양식에 쓰이는 부이가 어떻게 바다에 매달려 있는지도 몰랐던 지윤씨가 어떻게 굴 양식업을 할 수 있었을까.

15년 동안 바닷일을 해온 남편에게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이명이란 병은 지윤씨의 삶을 예상치 못한 길로 안내했다. 남편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으로 병원 신세를 여러 번 졌고, 집 한 채의 비용을 병원비로 소진할 만큼 아팠다. 남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는 어장을 팔라고 했다. 어장을 사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윤씨는 남편 대신 자신이 일(굴 양식업)을 해보겠다고 용기를 냈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하지만 수산업에 대해 백지상태였던 그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수협에는 왜 가야 하는지, 가서 어떤 서류를 떼와야 하는지 주변에 묻고, 귀동냥으로 들어가면서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는 “무작정 도남동으로 가서 레저선박조종면허 교육을 이수했다. 남편이 아프니까 알려줄 사람도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도와주셨다. 산양읍 수월에 있는 김평도 사장님께서는 굴 어장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 배와 뗏목이 없는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셨고, 그렇게 배도 융자받아 살 수 있게 됐다. 아주버님과 주변 삼촌들께서 많이 도와주신다”며 주변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수산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아내가 굴 양식을 한다고 하니 남편도 적잖이 놀랬고,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불안하기도 했을 것이었다. 지윤씨는 이를 알기에 남편이 걱정하지 않게끔 다부지게 배우고 일했다. 남편 몰래 융자를 받아 배를 샀고, 이를 2년 만에 갚았다.

굴 양식에 쓰이는 부이 다는 법부터 배를 운전하는 법, 수하시키는 법 등을 배워서 직접 시도했다. 5분 거리 어장이 있는 곳까지 배 운전을 연습하고, 바람이 모질게 부는 날에는 일부러 배를 몰고 바다로 향했다.

레저선박조종면허 교육을 이수한 후 매일 바다에 나가 배를 운전하는 지윤씨. 그는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레저선박조종면허 교육을 이수한 후 매일 바다에 나가 배를 운전하는 지윤씨. 그는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윤씨는 “다른 공장에서 굴을 따러 오는 데 바람이 부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고 배를 못 몰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니까 혼자 헤쳐나가야 했다. 지금도 저는 배우고 있다. 채묘 난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365일 중에 300일은 바다에 나가 있는 지윤씨의 얼굴은 바다에 내리쬐는 햇볕으로 검게 거슬렸다. 고된 일로 인해 60kg이었던 몸무게는 48kg까지 빠졌다. 많이 먹어도 바다만 나갔다 오면 8kg가 빠졌다. 새벽에 일어나 9살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곧바로 바다로 출근하는 지윤씨는 어장에 가서 잔일을 한다. 부이를 달고 굴이 잘 크고 있는지 보고 굴 성장을 위해 부산물을 제거한다. 성장 과정 일지도 작성한다. 굴 수확 철이 되면 새벽 3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고, 집에서는 가족들을 돌본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의 몸무게가 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지난해에는 뗏목에서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수영을 못해 겨우 망에 매달려 무사히 올라왔지만 자칫 목숨을 잃을뻔한 큰 사고였다.

지윤씨는 “바다에 빠지면 무게가 있는 장화와 슈트를 벗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알려주셔서 그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덕분에 무사히 뗏목으로 올라왔다. 그래도 제가 할 일은 제가 해야 한다. 저밖에 할 사람이 없으니까. 새까맣게 탄 얼굴 덕분인지 저를 외국인 노동자로 오해하는 일도 허다하다. 요즘은 젊은 여성이 바닷일을 하지 않으니까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이해한다. (웃음) 열심히 일해서 주변 어장들보다 우리 어장의 굴이 빨리 팔리고, 값을 잘 받을 때 내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 보람이 있다. 몸은 힘들지만 굴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지윤씨는 “굴에 대해 알아가야 할 것은 수없이 많고, 배움도 끝이 없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굴에는 찬란한 희망, 눈부신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지윤씨는 “굴에 대해 알아가야 할 것은 수없이 많고, 배움도 끝이 없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굴에는 찬란한 희망, 눈부신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까지 이 일로 성공하고 싶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돼야 아이도 자기가 어렵고 힘들 때 잘 견뎌 낼 것이다. 바닷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이다.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목표했던 일들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바다에서 남편이 사고가 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럴 때는 여성분들이 어장을 경영하기 어려워 어장을 팔 수밖에 없다. 저의 경우처럼 남편이 아프거나 할 때 여자들도 배워서 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 그러면 여성 어업인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굴에 대한 열정,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고 있는 지윤씨는 “굴에 대해 알아가야 할 것은 수없이 많고, 배움도 끝이 없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굴에는 찬란한 희망, 눈부신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지윤씨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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