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득 작가 7년 만의 통영 개인전…신앙심 투영·내면 상처 치유
지난 6월 아내 조예린 시인 별세, 이별의 아픔 그림으로 승화

김용득 작가의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 제1·2전시관에서 열린다.
김용득 작가의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 제1·2전시관에서 열린다.

“아내와 함께 6개월간의 투병 생활을 함께했다. 아내는 현대의학의 도움 없이 주어진 삶을 살다 가겠다고 말했다. 진통제 없이 신앙심으로 모든 고통을 감내했다. 평화롭게 천국으로 향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신앙적인 깊은 믿음이 생겼다”

김용득 작가는 3개월 전 아내 조예린 시인을 떠나보냈다. 조 시인은 1968년 통영에서 태어나 1992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바보 당신’, ‘꽃같이 가라’, ‘나는 날마다 네게로 흐른다’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병마와 싸우며 사람과 삶,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했던 그는 지난 6월 세상과 이별했다.

김용득 작가는 지난 3개월 동안 그림 작업에 몰두하며 슬픔을 승화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은 사람들의 내면 상처를 치유해주는 그림으로 탄생했다. 그의 작품은 7년 만에 열린 통영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 제1·2전시관에서 열린다.

김용득 작가의 작가노트 첫 구절은 ‘나는 예수님을 보았다’로 시작한다. 그는 아픈 아내와 함께 투병 생활을 하며, 종교적인 기적을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 작가는 “작가노트에 나오는 ‘예수님’은 아내다. 아내는 자신의 숙명 것 살다 가겠다고 말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듯이 그도 침상에 누워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없이 있었다. 고통을 오롯이 감내하며 믿음을 보여주었는데 마치 예수님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고통 없이 평화롭게 천국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가진 깊은 신앙심이 내게로 옮겨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내가 떠난 후 처음 1개월은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림에 몰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일부러 일찍 전시회 날짜를 잡았다. 2개월째는 그림을 조금씩 그렸다. 나머지 1개월 동안 그림에 몰두해 폭풍처럼 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에 김용득 작가도 놀랐다.

그는 “이전과는 달리 그림을 그릴 때 기도를 하고 묵상했다. 그러자 그림 구상이 저절로 떠올랐다. 이는 하나님이 주신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그렸던 그림들은 나의 가치관, 추억, 멋, 인생을 위주로 그린 ‘내 자랑’이었다. 이제는 예수님의 사랑, 천국, 영적인 세계를 바라보며, 그림의 깊이도 달라졌다. 현재의 그림은 생명력이 짙고, 자유로움이 가득하다.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통영에서의 전시는 신작(2023년) 30점과 통영에서 전시되지 않았던 구작 15점, 총 45점이 전시됐다. 신작 중에서도 가장 근작은 24점이다. 1전시실에는 신작 위주로, 2전시실에는 구작이 전시돼 있다. 김용득 작가가 아내를 떠나보낸 후 그린 그림들은 주제와 표현방법에 있어 이전 그림과의 차이가 확연히 돋보였다.

특히 그는 관람객이 쉽게 구상할 수 있도록 그림마다 각각의 상징성을 담았다.

신작에는 황금빛 수선화, 엉겅퀴, 새 등이 자주 등장한다. 황금빛 수선화는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가수 양희은의 ‘일곱송이 수선화’에서 따왔다. 김 작가는 오직 예수님만이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노란 수선화로 표현했다. 야생화인 엉겅퀴는 고난받는 예수님을 상징했다. 새는 사람을, 새의 날개는 믿음·능력이란 뜻을 담았다.

김용득 작가는 “새의 날개는 일반적으로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 장점을 상징한다. 신앙인으로서 보면 믿음이다. 새는 파도를 박차고 올라간다. 파도가 고난이라고 볼 때, 날개가 있으면 파도가 와도 두렵지 않다. 새에게는 날개가 능력이다. 종교인들은 믿음이 능력이다.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면 두려움이 없다. 우리 사람들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통해 고난을 마주하고,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면 된다. 신은 각자에게 능력을 줬으니 힘들어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작업한다는 의미로 아내가 남기고 간 시를 자신의 그림에 담는 작업과 시화집을 펴낼 계획을 밝혔다.

그는 “아내는 문학평론가들이 높이 평가했던 작가였다. 여러 활동을 하다가 어느 순간 다 접어버리고 종교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와 이별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게 됐다. 아내가 남긴 유고시 50편을 그림에 투영하면서 아내와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또 시화집을 펴낼 계획도 있다. 고향에서 열린 이번 개인전을 통해 그림을 사랑하고 즐기는 분이 꽤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특색있는 그림을 모아 또 다른 그림들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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