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보내며, ‘우리글의 수난시대’에 대한 소고(小考)

우리말·우리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한글날이나 특별한 행사의 경우 자부심이 넘쳐나지만, 평소에는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훈민정음(訓民正音)’,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가진 한글은 날이 갈수록 그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본래 뜻을 저버리고 외국어와 외래어를 난잡하게 사용하는 것이 자랑인 양, 한글은 그 우수성을 찬양받기는커녕 수난시대를 겪는 중이다.

심지어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자세를 고수해야 하는 언론도 외국어와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글이 많다. 굳이 사용해야 한다면 외국어 글자를 그대로 쓰든지, 말은 외래어로 표현하고 글자는 한글로 적는 것은 국어 사랑이 아니다.

각 방송에서 ‘우리말 겨루기’, ‘안녕 우리말’, ‘우리말 나들이’, ‘세종학당’ 등 프로그램으로 우리말·우리글 사용을 권장하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외 신문·방송에서 이미 너무 많은 외국어·외래어 사용이 스며들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심각성은 거리의 옥내·외 간판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일일이 상호명을 거론하기 어렵지만 통영시내만 봐도 읽기에 어려운 간판들이 난무한다.

‘국민이 모국어를 사용할 때 가장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문화 역량이 가장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한 나라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이 모국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는 한글은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말과 글이다. 모든 국민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고, 소중히 여기며, 잘 가꿔나가도록 함께 힘써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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