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객들의 추억과 행복을 기억하는 공간 ‘그러나’
통영 풍경 담은 엽서·마그넷 등 손수 만든 공예품 판매
예술가 장명환 대표 “여행객들의 추억을 간직하는 공간”

■한산신문 창간 33주년 특별기획 -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⑥

통영 여행객들의 추억과 행복을 기억하는 공간 ‘그러나’를 운영하는 장명환 대표.
통영 여행객들의 추억과 행복을 기억하는 공간 ‘그러나’를 운영하는 장명환 대표.

구불구불한 동피랑 마을 언덕을 오르자 통영 대표 절경인 강구안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자 ‘남쪽빛 감성 여행 창작소’라고 적힌 핑크빛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통영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추억과 행복을 선사하는 기념품 가게 ‘GEURONA’다. 영문 ‘GEURONA’로 표기된 말을 그대로 읽으면 ‘그러나’다. 이곳 기념품 가게의 주인이자 그림을 사랑하는 예술가 장명환 대표는 자신의 애칭이자 그림을 그릴 때 쓰는 호를 ‘그러나’로 정하고, 가게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장 대표는 통영에 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통영과의 인연은 2014년 동피랑 마을의 벽화를 그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영상편집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그는 “길을 가는 중에 어떤 분께서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에 빠져 있던 터라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그분께서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통영 동피랑 벽화 축제에 가보세요’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찾아보니 당시 동피랑에서 벽화를 그리는 축제가 진행 중이었고, 운명에 이끌린 것처럼 통영에 내려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슬이 별처럼 빛났던 2014년 5월, 동피랑 벽화 축제 참여를 위해 서울에서 통영으로 내려온 장명환 대표는 통영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태어나서 처음 방문한 통영의 모습은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동피랑 마을 꼭대기에 올라 통영의 항구와 오밀조밀한 시가지를 바라볼 때마다 예술적인 심상이 절로 떠올랐다.

장 대표는 “문득 이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화를 그리던 일주일 동안 동네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동피랑 마을에 빈집이 있는지 여쭙고 다녔다. 그렇게 지금의 공간을 만났다. 곧바로 서울에 가서 짐을 챙겨 일주일 만에 통영으로 아예 이사를 왔다”고 동피랑에 정착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기념품 가게 ‘그러나’에는 장명환 대표가 직접 만든 공예품을 비롯 다양한 기념품이 자리하고 있다.
기념품 가게 ‘그러나’에는 장명환 대표가 직접 만든 공예품을 비롯 다양한 기념품이 자리하고 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간을 혼자 힘으로 치우고, 기념품 가게 ‘그러나’도 그해에 문을 열었다. 그는 직접 만든 공예품을 진열했다. 통영의 풍광을 그림으로 그린 엽서와 마그넷을 만들어 진열대에 추가했다. 가끔은 바닷가도 갔다. 이쁜 돌을 주워 자신의 예술작품으로 완성했다.

장 대표는 “통영에 내려와 나만의 공간을 얻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이곳은 여행객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나의 작업실이자 놀이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림가게’라는 이름도 붙였다. 즐겁게 작업한 결과물을 소품들 사이에 진열해 놨는데 뜻밖에도 이를 좋아해 주시고 구매를 원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는 동피랑에 들어선 많은 가게 중에서 사장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동안 통영에 내려오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추억을 많이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영 곳곳을 다니며 그림의 영감을 받고, 시상을 떠올린다. 요즘은 유튜브 활동도 시작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또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줍킹’ 활동도 한다. 이는 3~4년 전부터 장 대표가 해온 취미생활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오전 시간을 활용한다. 그동안 바다에서 소라와 조개껍데기 등을 주워 작품을 만들었던 그는 매번 바다에게 받아만 가는 자신을 반성하고, 바다를 위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장명환 대표는 "아름다운 동피랑 풍경과 통영에서의 좋은 기억을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명환 대표는 "아름다운 동피랑 풍경과 통영에서의 좋은 기억을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작품에 쓰일 소라 껍데기를 주울 때는 그런 것들만 눈에 보였었는데, 이제는 쓰레기만 눈에 보인다. 준비해 간 20L 쓰레기봉투는 1시간 만에 가득 찬다. 쓰레기를 주우면 기분이 상쾌하고, 행복하다. 유튜브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끄럽지만, 영상을 통해 통영에서의 생활, 예술 활동 등을 담아내 구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명환 대표는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통영 여행객들과 대면으로 소통했다. 엽서 그리기와 자석 만들기 등의 체험활동 ‘나도 작가다’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여행의 묘미를 선사한다는 것에서 꽤 인기를 얻었었다. 그는 재정비 시간을 마련, 또 다른 체험활동을 준비 중이다.

장 대표는 “기념품은 여행자들에게 방문했던 곳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뜻깊은 물건이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동피랑을 여행하는 분들이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 ‘그러나’에 와서 구매해 간 기념품을 보면서 아름다운 동피랑 풍경과 통영에서의 좋은 기억을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러나’는 통영을 방문한 여행자들께서 머무는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있겠다”고 미소지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