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에세이집…따뜻·섬세함 깊어진 사유
딸 김희준 시인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 담아

강재남 시인이 첫 번째 시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을 출간했다.

“자장가는 단순하게 아기를 재우는 게 아니란 걸 아이를 보내고 알았습니다. 청년이 된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도 모르게 자장가를 불렀습니다. 자장가는 영영 깨지 않을 아이에게 깊고 포근한 잠을 자게 하는 진혼곡이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어떤 일은 큰일을 겪은 후 알아갑니다. 나약한 인간이 끝없이 나약해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 일을 생각합니다. 자장자장… 바유시키 바유…”-강재남 시인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 중에서

강재남 시인이 첫 번째 시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을 출간했다.

책은 1부 ‘누군가 대신 울어준다는 건 근사하지만 부끄러운 일이야’, 2부 ‘그네를 탔다 밀어주는 사람이 없어 허공에 발질을 했다’, 3부 ‘따뜻한 눈이 내리는 것인지 나비가 내리는 것인지 삼킬수록 투명해지는 잎이 날리고 있어’, 4부 ‘혼자 빛나는 것이 외로울까 그 곁을 맴도는 별들이 쓸쓸할까’로 구성됐다.

강재남 시인이 경남일보에 연재한 글을 묶어 펴낸 이번 책은 시 69편과 강 시인의 단평이 담겼다. 시는 강재남 시인이 문학성과 가독성을 고려해 직접 선정했다.

이번 책은 시인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이 담겨 한층 더 깊어진 사유와 울림을 전한다.

25세의 나이에 요절한 딸 김희준 시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물다섯 해를 지구에서 머물렀던 김희준 시인은 다음 해 여름 거짓말같이 자기의 행성으로 떠났다. 유난히 여름을 좋아했던 어린 시인은 정작 여름이 싫어 여름에 떠났다. 강재남 시인은 이승희 시인의 ‘여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읽으면서 딸을 떠올린다. 여름은 거짓말과 동의어가 아닐까 하고. 책에서 강재남 시인은 ‘비바람이 강해도, 생채기 난 마음에서 피가 흘러도, 엄마여서 괜찮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시 앞에서 겸손해지는 일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말하는 강재남 시인은 일상적인 삶의 안락에 대해 생각한다. 안락을 거부하는 마음과 방황하는 마음과 그런 시선이 환치돼 따뜻함을 바라보는 움직임을 생각한다.

이영춘 시인은 서평을 통해 “글마다 문득문득 올라오는 그리움의 이미지가 뭉클하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숨소리가 들리는 듯 편편이 감동이다. 이렇게 글 쓰면서 깊은 슬픔 이겨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재남 시인은 “좋은 시를 빌려주신 시인들께 다정한 마음 전한다. 각 부의 대문 글은 김희준 유고산문집 ‘행성표류기’에서 빌려왔다. 기별을 보내도 감감한 희준에게 무소식을 무소식이라 여길 테니 너는 너의 일을 하라는 말을 놓는다. 나는 최선을 다해 웃어보면서 나비가 돼야겠다. 해바라기가 돼야겠다. 따뜻한 첫눈이 돼야겠다”고 작가의 말을 전했다.

강재남 시인은 2010년 ‘시문학’에 신인우수작품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은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 동주문학상 수상시집 ‘아무도 모르게 그늘이 자랐다’ 등 2권의 시집을 펴냈다. 한국동서문학작품상, 동주문학상, 시산맥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유망작가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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