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지신밟기보존회 박기수 회장 통영전통문화 계승 앞장
지난달 통영지신밟기 제1회 정기공연 “전통 살렸다” 호응
박기수 회장 “사라지면 안 되는 통영 정체성 이어갈 것”

통영지신밟기보존회 박기수 회장은 통영전통문화 계승 앞장서고 있다.
통영지신밟기보존회 박기수 회장은 통영전통문화 계승 앞장서고 있다.

음력 정초에 지신을 진압함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 안녕과 풍작 및 가정 다복을 축원했던 지신밟기.

통영지신밟기보존회에 따르면 통영 지신밟기는 오래전부터 통영오광대와 함께 해왔다. 통제영 수군 악공들은 섣달그믐 날 동사에서 매구와 오광대 탈놀이를 했다. 정월 초하루에는 먼저 관가에서 지신밟기를 한 후 민가를 돌며 지신밟기를 했다.

1900년 무렵부터는 민간에서 ‘의홍계’라는 놀이패를 만들어 기금을 마련하고 봄·가을, 통영 용화산 기슭 띠밭에서 3월 15일, 9월 15일 통영매구 지신밟기와 통영오광대를 매년 이어왔다. 1930년부터 일제의 우리 전통 말살 정책에 따라 통영지신밟기와 통영오광대가 금지되기도 했으나 통영오광대, 지신밟기를 해야 비가 온다고 해 기우재를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사회 변화와 연로한 회원들로 인해 전승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박기수 통영지신밟기보존회 회장은 통영 정체성이 담긴 전통문화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통영오광대 전승교육사인 그는 1981년 21살 때 녹음한 가락을 떠올렸다. 당시 어르신 문화재 선생님들과 함께 지신밟기 하던 기억을 되살려 통영지신밟기를 재현했다.

박기수 회장이 어르신 문화재 선생님과 찍은 사진. 가운데 소년이 박기수 회장이다.
박기수 회장이 어르신 문화재 선생님과 찍은 사진. 가운데 소년이 박기수 회장이다.

박 회장은 1976년 16살의 나이로 통영오광대에 입문, 문창섭, 유동주, 강연호 등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의 가르침 아래 통영지신밟기를 배웠다. 시대 변화로 잠시 끊어진 것을 하나씩 찾아가기 위해 지난 2020년 뜻있는 통영시민들과 함께 통영지신밟기보존회를 결성했다.

박 회장은 통영지신밟기는 누군가가 이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화재 선생님들과 함께 어울려 지신밟기를 했던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고, 통영 고유 가락과 몸짓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회원들과 함께 제41회 경남민속예술축제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도민들에게 통영지신밟기를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은 “통영의 가락은 특이하고,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했다. 생각지도 못한 장려상을 받았다. 박 회장과 회원들은 상으로 고무됐다.

이후 보존회는 지역 여러 행사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난달에는 제1회 통영지신밟기 정기공연을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지역 어르신들은 지신밟기 첫 번째 마당부터 다섯 번째 마당까지 자리를 지키며 신명 나는 무대를 즐겼다. “어릴 적 내가 봤던 지신밟기랑 똑같다”며 한 어르신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박기수 회장 가슴에 뜨거운 열정이 다시 샘솟았다.

박 회장은 “통영지신밟기를 복원하고, 펼쳐 보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운이다. 이날 어르신들이 해주신 말씀을 들으며 큰 보람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16살 어린 소년을 사랑으로 품고 가르쳤던 어르신 선생님들은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박기수 회장은 그 시절 통영전통 소리와 몸짓, 신명을 찾으며 스승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

그는 “통영오광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통영오광대·승전무·남해안별신굿 등을 이어오고 있는 선생님들은 지금까지 통영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해 오신 분들이다. 이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 통영지신밟기가 다시 살아났고, 앞으로도 살아날 것이다. 각 단체가 서로 배우고 힘을 모으는 것은 아름답다. 통영에 태어난 통영인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오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나는 그 사명감으로 통영지신밟기를 지켜나갈 것이다. 어르신 선생님들은 돌아가셨지만, 선생님들께 받은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전통 모습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기수 회장은 “전통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후세들에게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통영은 수많은 유·무형문화재가 가득한 예향의 도시다. 그 옛날 통영을 대표했던 문화재 선생님들의 통영매구, 통영지신밟기가 또 하나의 통영 무형문화재 유산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지역 고유 전통 가락과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꾸준히 알리는 노력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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