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직업재활원 전경순 청년, 전국장애인체전 포환던지기 동메달
누비 생활용품 제작·제과기능사 공부 열정…“희망의 내일을 보자”

■한산신문 창간 33주년 특별기획-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⑧

전경순 청년은 지난달 ‘제4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해 여자 포환던지기 F20(선수부)에 출전, 7.58M 기록하며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산신문은 지난 10월 사회복지법인 자생원의 ‘자생기자단’과 인연을 맺었다. 기자직무 교육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자생기자단의 한 청년이 수줍게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대회가 얼마 안 남아서 연습하러 가볼게요”

몇 주 뒤 다시 만난 그녀는 머리를 붉은색으로 곱게 물들인 채, 메달을 목에 걸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전경순 청년은 지난달 3~8일 전남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 여자 포환던지기 F20(선수부)에 출전했다. 최종 기록 7.58M. 전국 시·도 대표로 출전한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3위에 오르며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메달을 목에 거는 값진 순간이었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는 나름 자신감에 차 있다가 성인이 되면서 경쟁에서 밀리는 느낌이었다. 동료 선수분들이 정말 치열한 경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해서 늘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내년에도 순위권에 들고 싶고, 가능하다면 은메달 이상 성적에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포환과의 만남은 충무고 2학년 때 학습도움반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됐다. 당시 학생들끼리 한 번씩 포환을 던졌는데 유독 경순씨의 공만 가볍게 멀리 날아간 것. 포환던지기에 소질을 보이자 잠포학교에 진학한 후 통영시장애인체육회의 연락을 받아 지금껏 선수로 활동 중이다.

지난 6월 경순씨는 포환 대신 배드민턴 라켓을 손에 쥐고 코트에 올랐다.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좋았던 그녀에게 배드민턴이라는 또 하나의 기회가 찾아 왔고, 통영에서 개최된 ‘제26회 경남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서 배드민턴(혼합복식) 선수로 출전, 3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사회복지법인 자생원의 직업재활시설 ‘성광직업재활원’에서 근무 중인 경순씨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오전 9시~오후 3시 경순씨의 업무는 누비 생활용품 제작이다. 일자누비부터 손수건·슬리퍼 자수 놓기까지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공정을 맡고 있다.

여러 직원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상품들은 성광직업재활원의 판촉물로 판매되고,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신의 손길이 들어간 상품이 호응을 얻을 때면 경순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러다 각종 체육대회가 다가오면 곧바로 ‘선수 모드’로 돌입, 근무가 끝나면 곧바로 운동장으로 향하는 경순씨다.

경순씨는 통영의 청년들을 향해 "희망을 잃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 위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했다.
경순씨는 통영의 청년들을 향해 "희망을 잃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 위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했다.

그녀는 올해 제과기능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여성 장애인 취업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디저트 만들기에 큰 흥미를 느낀 경순씨는 매주 1회씩 ‘빵굽는아빠(자생원 후원업체)’를 방문해 열심히 실습에 임하는 중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육상선수로서 필드 위에 서고 싶다. 포환던지기 선수로서는 10M를 훌쩍 넘겨 한국신기록에 이름을 새기는 꿈을 꿔 본다. 물론 지금 성적에서 3M가량 더 던져야 하는 엄청난 기록이지만, 큰 목표가 있어야 더 땀 흘려 연습하고 조금이나마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디저트를 예쁘게 만들 때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현재 열심히 하고 있는 실습을 통해 경험을 쌓고, 필기시험까지 성실히 준비해 반드시 제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 나만의 케이크와 쿠기 등 디저트 작품을 만들어 자생원 식구들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경순씨는 통영에서 꿈을 이뤄가는 청년들을 향해서도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걸어가는 길이 막막해 보이고 지쳐도 우리 함께 희망의 내일을 바라보면 좋겠다. 여러분이 어떤 모습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이 됐든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 위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했다.

경순씨는 지난 10월 통영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제7회 배리어프리축제’ 노래자랑대회에도 참가, 자생원 이용인들과 밴드를 꾸려 1등을 수상했다. 오른쪽은 자생원 이하늘 자립기획팀장.
경순씨는 지난 10월 통영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제7회 배리어프리축제’ 노래자랑대회에도 참가, 자생원 이용인들과 밴드를 꾸려 1등을 수상했다. 오른쪽은 자생원 이하늘 자립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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