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판옥선 등 1/10 축소 모형선 ‘통영만의 관광자원’
50년 선목장 인생 마지막 꿈 “통제영 거북선 원형 복원”
■이경훈 기자의 人터뷰 ⑧-정복근 전통한선복원연구소장
“현재 국내에서 임진왜란 때 출정했던 ‘통제영 거북선’ 모습 그대로를 옮겨 놓은 곳은 없다. 남은 선목장 인생에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통영에 장인들이 남아 있을 때 ‘통제영 거북선’을 실측 규모로 만들어보고 손을 뗐으면 한다”
인평동 국치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이곳에서는 이따금씩 망치소리가 들린다. ‘전통한선복원연구소’라 알리는 현판, 50년의 세월 동안 장인의 손을 거친 선박만 해도 200여 척이 넘는다.
450년 전부터 쓰여온 우리나라 전통 목선인 ‘한선(韓船)’은 일제강점기 이후 명맥이 거의 끊겼고, 지역마다 소수의 장인들 덕에 가까스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통영 또한 다르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한선 장인들이 전통한선복원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모여 통영이 지켜야 하는 역사를 알리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정복근 전통한선복원연구소장은 50년의 세월을 한선 제작에 몸 바친 선목장이다. 특히 그는 거북선을 1/10 비율로 축소 제작한 모형선을 선보여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09년 경남도의 이순신프로젝트가 진행될 당시 좌수영 거북선을 1/10 모형으로 제작, 이후 역사적 자료에 의거해 틈틈이 만들어온 모형선은 8척에 이른다.
가장 최근에 제작한 ‘1615년 판옥선’은 광해군 7년 순검사 권분의 절목(節目)에 기초해 1/10 크기로 복원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현재 삼도수군통제영 공내헌에 전시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외의 작품들은 연구소에서 보관 중이다. 역사적 고증에 따라 비지땀을 흘려가며 복원된 전통 한선들이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홀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정복근 소장은 “임진왜란 때 참전했던 전선들은 거북선, 판옥선, 병선, 탐후선, 사후선 등으로 아주 다양하다. 1/10 비율로 축소한 모형일지라도, 430년을 거슬러 고증을 갖춘 채 복원됐다면 이는 통영만의 독특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관광자원, 통영만의 브랜드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영시와 매입 합의가 원활히 이루어지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모형 전선들이 통영 시내 곳곳에 들어서면 곧 관광상품이 되고, 전통한선복원연구소에서는 판매대금으로 실측 규모의 전선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임진왜란 때 출정했던 ‘통제영 거북선’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통영에서 이 위대한 일을 시작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담긴 ‘통제영 거북선’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통영의 한선 장인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꿈을 그린다. 한평생 살아온 선목장 인생의 마지막 목표다.
한산대첩 당시 왜군을 침몰시킨 귀선(龜船), 그 역사를 간직한 통영에서 장인들이 힘을 모으고, 복원 현장을 통영시민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슴 뭉클한 상상. 선목장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 번진다.
그는 “옛 선조들이 배를 만들었던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실로 존경심을 느낀다. 1/10 비율로 도면을 하나하나 그리면서 ‘그 시절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온다. 430여 년 전 역사, 선조들의 지혜를 잊어버리지 않고 계승하고 싶다.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배를 만들어 나라를 구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다. 이것이 통영의 후세들이라면 배워야 할 산교육이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교육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산대첩축제 때 매번 개최되는 거북선노젓기 대회도 전통 한선을 사용한다면, 전통성과 재미 둘 다 사로잡을 수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누보다는 임진왜란 당시 탐후선·사후선으로 활용된 ‘통구미’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산대첩축제 초창기에는 통구미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축제 이후에는 강구안에 띄워 거북선의 종선으로 둔다면 이 또한 아주 멋진 풍경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