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서예하고 천천히 서각하는 사람들’ 지난달 창립전 개최
농재 김이돈 선생 지도…전통·현대 아우르는 서예술 활동 왕성

‘통영 書(서) 예술 동행전’이 지난달 20~2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개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통영 書(서) 예술 동행전’이 지난달 20~2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개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인류의 기록 문화와 맥을 같이 하는 서예(書藝)·서각(書刻)은 단순한 글쓰기와 조각을 넘어 하나의 예술로 여겨진다. 화선지와 나무에 세상의 이치를 담아내는 서(書) 예술. 그 생명력이 통영에서 움트고 있다.

고풍스러운 서예벽화로 선비의 멋을 풍기는 광도면 대촌마을, 주말이 되면 ‘느리게 서예하고 천천히 서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먹물 흐르는 소리… 나무에 글 새기는 소리… 무엇이든 물으면 빠르게 답을 얻는 시대 속에서 이들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내면의 소리를 던진다.

통영서예서각연구회(회장 김종태)는 통영·거제를 중심으로 서예와 서각에 열정을 가진 회원들이 모여 창립한 연구회다.

농재 김이돈 선생의 지도 아래 예목 김두진, 김민정, 보리 김종태, 우산 김진홍, 예일 안경애, 이산 안휘준, 수연 이경규, 요셉 이남철, 지담 임명희, 인월 장미애, 인현 정미선, 도헌 정수만, 큰솔 제순선, 혜민 최수아, 최정부, 거림 최진영, 법지 김인애, 태림 박종호, 문강 전영준 등 19명의 회원이 묵향을 풍기며 붓질의 강약과 경중, 문자 사이의 균형과 씨름하고 있다.

통영시 광도면  대촌마을(우동2길 15)에 위치한 통영서예서각연구회 작업실. 연구회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서예가로 저명한 농재 김이돈 선생으로부터 출발했다.
통영시 광도면  대촌마을(우동2길 15)에 위치한 통영서예서각연구회 작업실. 연구회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서예가로 저명한 농재 김이돈 선생으로부터 출발했다.
농재 김이돈 선생.
농재 김이돈 선생.

연구회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서예가로 저명한 농재 선생으로부터 출발했다.

8년 전, 고향 대촌마을로 돌아와 터를 잡은 농재 선생은 자신의 작업실을 내놓고 강의를 열었다.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대촌마을에 서예·서각 바람이 일자, 묵향은 바람을 타고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통영시내는 물론 타 도시에서 이곳을 찾아왔고, 2018년 대촌청년회 서각전시회, 2019년 통영 농재서각 회원전 등 다양한 예술활동이 펼쳐졌다. 그러다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창작활동에 구심점이 될만한 단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여 이듬해 1월 ‘통영서예서각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됐다.

닷새 간 열린 창립전은 성황을 이뤘다.. 특히 통영문학 대가들의 작품에 수록된 글귀를 서예·서각으로 재탄생,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다.
닷새 간 열린 창립전은 성황을 이뤘다. 특히 통영문학 대가들의 작품에 수록된 글귀를 서예·서각으로 재탄생,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다.

회원들은 1년간 열과 성을 다해 제작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창립전을 열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통영시의 후원으로 ‘통영 書(서) 예술 동행전’이 지난달 20~2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개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특히 ‘통영문인과 만나다 - 통영 문인 인물전’이 화제가 됐다. 박경리, 김상옥 선생 등 통영문학 대가들의 작품에 수록된 글귀를 서예·서각으로 재탄생,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다.

서(書) 예술은 스승을 통해 맥을 이어간다. 시대의 변천 속에 글을 쓰고 나무를 깎는 사람은 달라지지만, 그 뿌리는 옛 스승으로부터 계승된다. 통영서예서각연구회의 뿌리에는 농재 김이돈 선생이 있고, 농재 선생의 뿌리에는 최돈상 선생이 있다.

같은 뿌리에서 솟아난 회원들이 앞으로 어떤 특색 있는 줄기로 뻗어갈지 몹시 기대된다.

“자필자각(自筆自刻), 행복한 일상이 됐습니다”
통영서예서각연구회 김종태 회장

“나무에 글을 새기는 행위 자체가 좋습니다. 이는 제게 필요한 의미를 찾게 해줍니다”

통영서예서각연구회 김종태 회장은 어느 날 ‘퇴직 전에 취미생활을 찾지 않으면 혼란스럽다’는 직장 선배의 말을 들었다.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터라, 일을 일시 중단하고 스스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나섰다. 이것이 서각(書刻)과의 첫 만남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거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농재 선생을 만났다. ‘서각’이라는 말도 몰랐지만, 나무를 만지니 그저 좋았고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문화적 충격,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감이 그를 감쌌다.

거제에 거주하는 김 회장은 이듬해 3월부터 광도면 대촌마을을 찾아 농재 선생의 서각 수업에 참여했다. 농재 선생은 ‘현대서각이론’이라는 책을 권했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판단한 김 회장은 지금껏 나무판과 서각도를 놓지 않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힘든 일상을 잊어보려고 서각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행복한 일상이 돼 있었다. ‘자필자각’, 스스로 글을 쓰고 나무에 새기는 것이 크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구도를 배치하고 채색 작업까지 더해지면 글과 내가 물아일체에 이르는 벅찬 감정이 솟아난다. 물론 나도 아직 배우는 단계라 서각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 4~5년의 배움을 통해 나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창립전이었던 ‘통영 서(書) 예술 동행전’이 성황을 이룬 것에 만족감을 표하며, 다음 전시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 회원들은 정성을 다해 늘 꾸준히 연습하는 분들이다. 이런 노력을 그냥 묻어두는 것은 너무 아깝다. 정기 전시회를 열어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회원들과 소통하며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하다는 말에 마음을 다 담을 수 없겠지만, 지도해주신 농재 김이돈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전시회 출품을 고민하고 하나하나 열과 성을 다해주신 회원들께 박수를 보낸다. 2024년 제2회 회원전은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회원 모두가 주인공이 돼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통영서예서각연구회는 통영예술인과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활발히 교류해 더욱 폭넓은 통영 서(書) 예술의 행보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통영서예서각연구회는 지난달 20~2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창립전으로 '통영 書(서) 예술 동행전’을 개최했다.
통영서예서각연구회는 지난달 20~2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창립전으로 '통영 書(서) 예술 동행전’을 개최했다.
농재 김이돈 서예(서각)가 (통영서예서각연구회 지도강사).
농재 김이돈 서예(서각)가 (통영서예서각연구회 지도강사).
김종태 통영서예서각연구회 회장.
김종태 통영서예서각연구회 회장.
원필숙 통영예총 회장.
원필숙 통영예총 회장.
통영시 미래혁신추진단 정책지원팀 천명애 팀장.
통영시 미래혁신추진단 정책지원팀 천명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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