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회관’ 김미진 대표, 고양이 소재 그림책 쓰는 작가
카페·서점·기념품점 복합문화공간 ‘바쁜 일상 벗어난 쉼터’

■한산신문 창간 34주년 특별기획-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⑩

김미진 작가(고양이회관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고양이 엽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책과 그림을 좋아하던 청년에게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이 작은 생명체를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그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작가와 고양이 사이의 묘연(猫聯)이 맺어졌다.

용남면 대안마을, 여느 시골 마을처럼 한적한 풍경에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고양이회관’이라 알리는 나무현판과 고양이 발자국이 앙증맞다. 노란색 현관 위에 달린 태극기와 새마을기는 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는지 색이 바랬다. 어느새 마중 나온 고양이들이 아양을 부리며 손님을 반긴다.

대학 시절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보며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된 김미진 작가는 자신만의 동네 서점을 열고 싶었다. ‘시골’, ‘고양이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곳’ 등 마땅한 장소를 찾던 그에게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대안마을에서 솔깃한 소식이 들렸다.

김미진 작가는 “이장님께서 노후된 마을회관을 이전한다고 하셨다. 이런 경우에 기존 건물은 창고로 쓰인다고 해 아쉬운 마음이었다. 당시 서점이나 직접 디자인한 기념품점을 도전하려던 참에 이 공간을 사용하기로 정했다. 마을주민들도 ‘우리 동네 젊은 사람이 한다는데 해야지’ 하며 응원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간을 마련한 김 작가는 지난 2022년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참가, 창업교육과 지원금을 얻어 같은 해 10월 카페·서점·기념품점이 모인 복합문화공간 ‘고양이회관’을 열었다.

노후된 마을회관은 카페·서점·기념품점이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노후된 마을회관은 카페·서점·기념품점이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고양이회관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고양이 카페’가 아니다. 매장 내부에는 고양이 인형과 책, 김 작가가 디자인한 소품들로 가득할 뿐 실제 고양이가 돌아다니진 않는다. 여기엔 작가의 동물 사랑,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회관 근처에는 대안마을 태생의 고양이 5마리 정도가 터를 잡고 있다. 이들의 환경을 억지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고양이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치관과 맞지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싶었다. 밖에서는 고양이가 종종 찾아와 쉬기도 하니 만날 수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남녀노소 모두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쉬어가는 곳이 되면 좋겠다. 차를 여유롭게 마시며 책도 읽고 새소리, 고양이 소리, 어르신 이야기 소리 등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동네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어른들에겐 쉼터가 된다. 책에서 본 문장과 그림을 보고 안식을 얻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고양이회관은 일반 매장과는 달리 일주일에 3일(월~수)이 정기휴무일이다. 나흘 동안은 고양이회관 대표로서 매장을 운영하지만, 나머지 사흘은 작가로서 작업에 몰두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할머니가 돼서도 그림책을 쓰는 게 꿈”이라는 김미진 작가에겐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요즘은 제작 4년 차에 접어든 그림책에 정성을 쏟고 있다. 첫 작품이다 보니 작가는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고양이들이 느끼는 기쁨과 아픔, 치유의 메시지로 작은 생명들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특히 작가가 지닌 따뜻한 마음은 어르신과 꿈나무들에게 큰 힘이 됐다. 지난해 5~6월, 손님으로 인연을 맺은 정정자 어르신의 첫 번째 개인전 ‘통영에 찾아온 정자씨의 봄’을 고양이회관에서 개최, 시니어 작가의 풋풋한 데뷔를 도왔다. 정정자 어르신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시 수익금을 김미진 작가에게 전했고, 김 작가는 통영육아원에 간식과 생필품을 전하며 훈훈함을 더했다.

몇 해 전부터 도남사회복지관의 꿈멘토로 활동한 김 작가는 지난해 11월 관내 청소년으로 구성된 ‘꿈꾸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사람’을 출간,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7개월간 그림책을 제작하며,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고, ‘모든 직업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미진 작가는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릴 적 꿈꿔왔던 모습이라 감사하다. 큰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살면서 행복을 나눠 주는 삶을 꿈꿨는데, 한 걸음 내디딘 것 같다. 먼 미래에도 고양이회관은 이웃 옆에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미진 작가는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릴 적 꿈꿔왔던 모습이라 감사하다. 큰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살면서 행복을 나눠 주는 삶을 꿈꿨는데, 한 걸음 내디딘 것 같다. 먼 미래에도 고양이회관은 이웃 옆에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미진 작가는 그림책을 쓰는 작가지만, 자신의 미래를 멋들어지게 스케치하거나 채색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서 기쁠 뿐이다.

그는 “올해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첫 작품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그 책으로 북콘서트도 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또 손님으로 알게 된 어머니와 아들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기획 전시도 열고 싶다”며 소소한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릴 적 꿈꿔왔던 모습이라 감사하다. 큰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살면서 행복을 나눠 주는 삶을 꿈꿨는데, 한 걸음 내디딘 것 같다. 살다 보면 과거엔 소중히 여겼던 가치와 정서를 쉽게 지나치곤 한다. 지금 이 소중한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 먼 미래에도 고양이회관은 이웃 옆에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5~6월, 손님으로 인연을 맺은 정정자 어르신의 첫 번째 개인전 ‘통영에 찾아온 정자씨의 봄’이 고양이회관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5~6월, 손님으로 인연을 맺은 정정자 어르신의 첫 번째 개인전 ‘통영에 찾아온 정자씨의 봄’이 고양이회관에서 개최됐다.
김미진 작가는 시니어 작가의 풋풋한 데뷔를 정성스레 도왔다.
김미진 작가는 시니어 작가의 풋풋한 데뷔를 정성스레 도왔다.
몇 해 전부터 도남사회복지관의 꿈멘토로 활동한 김 작가는 지난해 11월 관내 청소년으로 구성된 ‘꿈꾸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사람’을 출간,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몇 해 전부터 도남사회복지관의 꿈멘토로 활동한 김 작가는 지난해 11월 관내 청소년으로 구성된 ‘꿈꾸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사람’을 출간,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고양이회관 내부 모습.
고양이회관 내부 모습.
김미진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기념품.
김미진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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