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나전칠기 교실 수강생 모집’ 지원
평범했던 주부의 삶 나전칠기로 ‘인생 2막’ 펼쳐
“일상 공간, 부담 없이 스며드는 작품 창작 몰두”

■ 한산신문 창간 34주년 특별기획 ‘쓰임이 있는 아름다움’ 결대로공방 신미선 대표

결대로공방 신미선 대표는 무채색이었던 평범한 주부에서 ‘나전’을 만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다.
결대로공방 신미선 대표는 무채색이었던 평범한 주부에서 ‘나전’을 만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다.

‘통영나전칠기’를 통영 천혜의 자연에서 피운 꽃이라고 한다.

결대로공방 신미선 대표는 무채색이었던 평범한 주부에서 ‘나전’을 만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나전칠기 작품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대표 명품공예를 널리 알리고 있다.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육아로 10여 년이 지난 2012년. ‘경력단절’ 주부였던 신미선 대표는 길에서 우연히 ‘나전칠기 교실 수강생 모집’이란 현수막을 발견했다.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것 같은 행운의 시작이었을까. 그는 박재성 국가무형문화재 나전장과 송원섭 대한민국 옻칠 명장의 가르침 아래 나전칠기를 배울 수 있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난 후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루 5시간, 6개월씩 3년 동안 진행된 수업은 신미선 대표를 제2의 인생으로 이끌었다.

그는 “풍경 좋은 통영에서 나고 자라서 감성은 갖춰졌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술을 배워서 내가 가진 감성과 연결한다면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한 것보다 더 신나고 재밌었다. 나전을 만난 건 우연히 내 삶에 다가온 행운과도 같았다”며 미소지었다.

통영 앞바다에서 나는 전복 껍데기의 오색영롱한 색과 빛, 화려하고 정교함을 자랑하는 나전칠기 작품이 신미선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이야기가 담겨있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다른 수강생들과 달리 엉뚱한 작품들을 만들곤 했다.

1년 차 수강생이었던 신미선 대표가 만든 도시락통은 ‘제16회 경남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후 나전을 일상에 접목한 신미선 대표는 가방, 안경집, 액자, 브로치, 야영용 목침, 인센스 홀더 등 품격있는 생활 작품을 만들었다. 시대 상황과 정서에 맞는 작품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더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길 바랐다. 비바람을 맞고 거친 삶을 살지만 멀리서 보면 예쁜 섬들처럼 사람들도 섬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신 대표는 “내가 없으면 이 우주도 없듯이 내가 만족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경제적인 측면, 바깥에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즐겁고 재밌게 몰두해서 작품을 만들다 보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전칠기 공예품을 만든 지 올해로 13년 차를 맞이한 신 대표는 매 순간 즐겁게 작품활동에 임한다. 그 결과 공모전, 공예품대전, 박람회 등에서 상을 휩쓸었고, ‘대상’을 5번이나 수상했다. 나전을 통해 외국 박람회에 초대받아 독일, 프랑스, 싱가폴, 태국 등을 방문하며 견문을 넓혔고, 나전칠기를 세계에 알렸다. 덕분에 좋은 인연도 알게 됐다. 신미선 대표의 친절함과 상대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태도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빛난다. 협업으로 진행되는 작업도 상당수인 만큼 전국의 유명 작가들과 함께하며 더 큰 시너지를 모은다.

2013년 5월 남편 회사 옆 작은 컨테이너에서 공방을 차리고 작업 활동을 했던 신 대표는 2018년 작업실 면적을 넓혀 ‘결대로공방’ 문을 열었다. 이곳은 일반인들도 나전칠기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쓰임이 있는 소품들을 만들어 보는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신미선 대표는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배운 나전칠기 기술을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구상,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을 위한 나전칠기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배움을 얻었다는 신 대표는 더 나아가 경증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수업과 체험도 마련했다. 현재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을 방문, 서울 강서구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과 수업을 진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신미선 대표는 일상 공간에 부담 없이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미선 대표는 일상 공간에 부담 없이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결혼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의 내조를 하던 시절에는 제가 가진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전을 만나면서 무채색이었던 나의 삶이 반짝반짝 빛나게 됐다. 나전 자체가 공간과 햇빛의 양, 조명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매력이 있는데 저 또한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나전은 특별하다. 버려지는 조개껍데기를 재생해서 평생 쓰고, 버려져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이 나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고, 품격있는 공예라고 생각하기에 저 또한 그 덕을 많이 받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아직 나전을 모르는 분도 계시고,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어려워하신다. 많은 분에게 나전칠기 공예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첫 전시회를 열었는데, 앞으로 꾸준히 전시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던 작품을 선보이는 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일상 공간에 부담 없이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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