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한달살이에서 3년 째 살아가는 김효진·고현지 청년 부부
커튼 온라인몰 ‘고요하우스’, 유튜브 채널 ‘Jazz Avenue’ 운영

■한산신문 창간 34주년 특별기획-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⑪

김효진·고현지 청년 부부는 직접 가꾼 ‘고요하우스’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김효진·고현지 청년 부부는 직접 가꾼 ‘고요하우스’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제 막 행복한 발걸음을 내디딘 뮤지션 신혼부부에게 코로나는 그야말로 환난이었다. 무대에 설 수 없고 레슨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 때로는 한 달 수익 0원이라는 막막한 현실에 직면하기도 했다.

부부는 청년답게 아주 도전적인 방식으로 길을 열어나갔다. 집을 개성 있게 꾸미는 일을 좋아했던 이들은 마음에 드는 원단을 사서 커튼을 직접 만들었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부부를 만족시켰던 커튼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한달살이로 알게 된 통영과 봉숫골 사람들은 수도권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 그동안 걸어왔던 뮤지션의 길과는 전혀 다른 일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뤄가는 청년 부부,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잔잔한 위로로 다가왔다.

김효진·고현지씨는 커튼 전문 온라인몰 ‘고요하우스’를 운영하는 결혼생활 5년, 통영살이 3년 차 젊은 부부다. 아내의 성 ‘ko’와 남편의 이름 ‘hyo’가 만나 ‘kohyohouse’라는 이름을 짓고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상호명이 아닌, ‘꽃과 음악과 손님이 끊이지 않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재즈뮤지션으로 활동한 효진씨와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현지씨는 4년 전 코로나로 수입이 끊기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 인테리어를 직접 손보기로 했다.

부부는 “당시 커튼으로 집을 꾸미고 싶어 찾아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서울 동대문 원단상가에 갔더니 마음에 드는 원단들이 놓여 있었다. 부모님 댁 창고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재봉틀을 고쳐 우리 집만의 커튼으로 만들어 봤다. 처음엔 취미생활이었지만, 문뜩 이 일로 사업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한창 성행할 당시 많은 사람이 ‘내 집 가꾸기’에 관심을 가졌고, 덕분에 고요하우스가 온라인에 자주 노출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아내의 성 ‘ko’와 남편의 이름 ‘hyo’가 만나 ‘kohyohouse’라는 이름을 짓고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집을 가꾸기 위해 시작한 박음질은 마치 악보 위의 이음줄처럼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이젠 많은 고객이 찾을 때면 부부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아내의 성 ‘ko’와 남편의 이름 ‘hyo’가 만나 ‘kohyohouse’라는 이름을 짓고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집을 가꾸기 위해 시작한 박음질은 마치 악보 위의 이음줄처럼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이젠 많은 고객이 찾을 때면 부부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여행 가서 머무는 숙소에도 꽃을 사서 놓을 만큼, 꽃을 좋아하는 부부는 커튼도 꽃무늬를 주로 취급한다. 단조로운 색상에서 벗어나, 커튼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가지고 독특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집을 가꾸기 위해 시작한 박음질은 마치 악보 위의 이음줄처럼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이젠 많은 고객이 찾을 때면 부부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고요하우스에서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음악이다. 특히 남편 효진씨는 ‘재즈에비뉴(Jazz Avenue)’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수 10만을 바라보는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가의 영혼을 살찌우는 콘텐츠 제작소’라는 소개 글에는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예술이 나오고, 좋은 예술가에게서 좋은 작품이 나오니 내면에 집중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다큐멘터리 또는 인터뷰를 발췌해 소개하거나, 직접 대면해 나눈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남편 효진씨는 ‘재즈에비뉴(Jazz Avenue)’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수 10만을 바라보는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운영, ‘예술가의 영혼을 살찌우는 콘텐츠 제작소’를 꾸려가고 있다.
남편 효진씨는 ‘재즈에비뉴(Jazz Avenue)’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수 10만을 바라보는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운영, ‘예술가의 영혼을 살찌우는 콘텐츠 제작소’를 꾸려가고 있다.

효진씨는 “예술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예술가들이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데, 마치 줄 세우기처럼 변질돼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전인적인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또 이러한 정신을 담은 프로젝트나 상품을 제작,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전국의 재즈클럽 목록을 알리기도 하고 매달 발매되는 국내 재즈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홍보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효진·현지씨에게 ‘행복한 가정’은 거창하게 꿈꿔야 할 목표가 아닌 기본 고정값이다. 미래에도 오늘처럼 감사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만이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혀 집을 멀리 떠나왔지만, 다시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통영에 있는 청년들은 외지로 나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경우가 많다. 익숙한 곳으로 돌아왔지만 낮아진 자존감 속에서 이를 시원하게 뒷받침해줄 정책이나 내수시장도 불확실하기에 스스로 부정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수록 청년들의 끈끈한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한 것 같다. 외지에서 온 청년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곤 하는데, 통영 청년들도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연대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통영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외려 수도권에서 고군분투하며 외롭게 지내는 이들보다 풍족함을 누린다. 청년의 시기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비슷할 텐데, 통영은 우리에게 충분한 먹거리와 보금자리,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그러니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청년”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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