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부산→통영 정착, 성동조선소 13년간 근무
2020년 수산업 전향…4년 차 귀어인 전복양식 생산자

■한산신문 창간 34주년 특별기획-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 
바다에서 꿈 키우는 귀어인 ‘물오른 식탁’ 홍기수 대표

‘물오른 식탁’ 홍기수 대표는 "청정해역 통영에서 나는 깨끗한 수산물을 우리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땀 흘려 일하겠다”고 힘찬 포부를 밝혔다.
‘물오른 식탁’ 홍기수 대표는 "청정해역 통영에서 나는 깨끗한 수산물을 우리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땀 흘려 일하겠다”고 힘찬 포부를 밝혔다.

“섣불리 귀어를 결정하기보단 최소 3년은 직접 부딪혀본 후 결정했으면 합니다. 인고의 시간과 경험은 최고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귀어 4년 차 ‘물오른 식탁’ 홍기수 대표는 미래 귀어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먼저 건넸다.

부산이 고향인 홍 대표는 조선업 호황기였던 지난 2007년 2월 통영에 정착, 성동조선소에서 13년간 근무했다. 부산해사고등학교 항해과를 졸업한 후 3급 항해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화물 선박 관리, 부두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 일했다. 25살에 입사한 그는 28살에 ‘성동 최연소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하지만 곧이어 조선업 불황이 찾아왔고, 무급휴직 기간도 길어졌다. 생계유지를 위해 가리비 배양장과 굴 작업장 등 수산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갔다. 추위에 약했고, 근력도 없어 힘들었지만 두 달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 바닷일을 하자 몸 체질도 ‘바다 체질’로 바뀌었다. 항해사 출신에 선박 자격증도 있었던 홍기수 대표는 수산업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주변의 권유로 전복양식을 배울 수 있었다.

1년 6개월간 전복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체험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20년부터 정식으로 전복양식으로 전향, 수산업의 길을 걷게 됐다.

전복은 첫 출하까지 23~30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또 미역과 다시마 등을 먹이로 먹고 자라기 때문에 홍기수 대표는 전복양식과 함께 미역과 다시마도 키워야 했다. 처음 출하까지 2년 반의 공백기를 버텨내는 것이 힘들었다. 수익보다는 지출이 컸기에 다른 곳에 가서 잠깐씩 일을 했다. ‘잘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내려놓고,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전복을 수확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매 등 유통에서의 가격 차이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에 허탈감도 느꼈다.

홍기수 대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전복이 죽을 때 제일 난감하다. 폐사 원인을 모르고, 기후위기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또 얼마 전에는 물때가 맞지 않아 물의 수위가 높아져 미역 어장이 물 밑으로 내려앉은 적이 있다. 1년 치 전복 먹이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2시간이 지나자 천천히 어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장 설치 비용부터 미래 걱정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바람에 배가 밀려가거나 배 안에 볼트가 고장 나는 순간도 부지기수다. 수영을 못하는 홍기수 대표는 귀어를 시작한 후 3년 동안 바다에 3번이나 빠졌다. 한번은 갈비뼈까지 부러지는 아찔한 사고까지 겪었다.

쉽지 않은 수산업의 길이었지만 수산업경영인통영시연합회와 주변 수산인들, 완도에서 도움을 주러 통영까지 찾아오는 전복양식업 대표 등 선배 수산인 덕분에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혼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홍기수 대표는 자신만의 요령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 귀어를 결정한 후 1년 차와 4년 차가 된 지금은 ‘불안정’에서 ‘안정적’으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주변인들처럼, 예비귀어인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쌓여가고 있다. 그는 귀어를 결정하기에 앞서 최소 3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어가 마냥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수산업은 시작하는 초기 비용이 크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업종을 선택하고, 몇 해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귀어를 결정하면 실패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귀어는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소 아버지부터 수산업을 하고 가업을 이어받지 않은 한 수산업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지역 어업인들과 융합도 필요하다. 저는 통영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남 일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받은 도움 만큼 저도 베풀고 싶다. 귀어를 결정한 분들에게 내가 아는 선에서의 지식을 전하고, 내가 밟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통영시 청년어업인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기수 대표는 바다 정화활동을 비롯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귀어를 통해 통영이 제2의 고향이 됐다. ‘물오른 식탁’의 뜻처럼 청정해역 통영에서 나는 깨끗한 수산물을 우리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땀 흘려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