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루미노소’ 박지영 대표, 동피랑 환하게 비추는 청년 창업가
통영에 반해 연구원에서 카페 대표로…통영살이 5년차 ‘행복한 삶’

■한산신문 창간 34주년 특별기획-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⑫

루미노소 박지영 대표는 “청년은 어딘가에 뿌리 내리고 싶어서 바람에 날아다니는 씨앗 같다. 그 씨앗들이 원하는 곳을 찾아 잘 안착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루미노소 박지영 대표는 “청년은 어딘가에 뿌리 내리고 싶어서 바람에 날아다니는 씨앗 같다. 그 씨앗들이 원하는 곳을 찾아 잘 안착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반복되는 일상의 출구를 찾아 떠나온 청년에게 통영은 한 줄기 빛을 안겨주었다. 생애 첫 통영 여행, 따뜻한 기후는 이국적으로 다가왔고 미륵산 정상에 펼쳐진 절경에 눈물이 맺혔다.

이듬해 다시 찾은 통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도시보다 자연을 좋아하는 청년에게 통영은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때부터 이곳에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카페 ‘루미노소’를 운영하는 박지영 대표는 4년 전 통영과 사랑에 빠졌다. 대학에서 화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치며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알 수 없는 권태감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다시금 회복의 들숨이 필요한 순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길이 펼쳐졌다.

고향 춘천에서 400km 떨어진 통영, 이곳의 바다는 동해안과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고 두 번의 여행을 통해 누린 자유로움으로 퇴사를 선택했다. 그렇게 ‘루미노소(luminoso)’라는 이름처럼, 빛나는 삶의 터전이 동피랑 언덕 위에 세워졌다.

박지영 대표는 “모든 창업 과정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퇴사 후 한 달 만에 과감히 대출을 받아 창업에 나섰다. 한 번도 카페 일을 경험한 적이 없지만, 바리스타·제과 클래스를 찾아 배우고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갔다. ‘결핍이 곧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창업 자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페인팅을 비롯한 인테리어 작업을 혼자 해결했다. 카페를 운영한 지 벌써 5년 차, 무엇이든 처음이었지만 행동함으로써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루미노소의 시그니처 메뉴인 ‘유자 케이크’는 손님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20가지 재료로 총 3일에 걸쳐 만드는 정성이 담겨 있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유자를 반으로 자르며 눈으로 한번 먹고, 이내 모든 재료를 한입에 넣으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루미노소의 시그니처 메뉴인 ‘유자 케이크’는 손님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20가지 재료로 총 3일에 걸쳐 만드는 정성이 담겨 있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유자를 반으로 자르며 눈으로 한번 먹고, 이내 모든 재료를 한입에 넣으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예스러운 개인 주택을 개조한 카페 공간도 인기몰이에 한몫한다. 푸른 하늘이 보이는 포토존은 벌써 입소문을 탔다.
예스러운 개인 주택을 개조한 카페 공간도 인기몰이에 한몫한다. 푸른 하늘이 보이는 포토존은 벌써 입소문을 탔다.

박 대표가 자부하는 루미노소만의 매력은 독특한 디저트와 직접 디자인한 카페 공간이다. 특히 루미노소의 시그니처 메뉴인 ‘유자 케이크’는 손님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는 20가지 재료로 총 3일에 걸쳐 만드는 정성이 담겨 있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유자를 반으로 자르며 눈으로 한번 먹고, 이내 모든 재료를 한입에 넣으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예스러운 개인 주택을 개조한 카페 공간도 인기몰이에 한몫한다. 오래된 다락방은 대공사를 진행해 세병관이 보이는 뷰로 재탄생,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강구안이 훤히 내다뵈는 풍경이 손님을 맞이하고, 그 옆으로 푸른 하늘이 보이는 포토존은 벌써 입소문을 탄 지 오래됐다.

또 ‘욕지도양조장’에서 생산한 막걸리와 통영 훈제 굴 등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며 통영을 알리고 있다.

물론 통영살이 초기에는 마음이 힘든 나날도 있었다. 새로운 시작에 나선 청년에게 쏟아지는 지나친 관심과 무례한 태도, 몇몇 지역민들에게 젊은이는 이웃이 아닌 그저 이방인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좋은 인연들로 여린 마음을 이겨냈다. 이제는 제법 마음이 단단해져 재치 있는 사투리로 응대한다.

박 대표는  "동피랑 주민과 상인의 상생을 위한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렸으면 한다. ‘공존하는 동피랑’, 만남의 장을 통영시에서 고려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동피랑 주민과 상인의 상생을 위한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렸으면 한다. ‘공존하는 동피랑’, 만남의 장을 통영시에서 고려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저는 아직 젊고, 에너지도 있고, 앞으로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늘 이웃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동피랑 주민과 상인의 상생을 위한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렸으면 한다. ‘공존하는 동피랑’, 만남의 장을 통영시에서 고려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통영살이를 거듭할수록 이 도시가 좋아진다. 처음에는 기후 조건만 보고 내려왔다면, 이제는 좋은 이웃과 어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카페로써 루미노소가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여행객들이 통영에서 보냈던 시간을 기억할 수 있게끔 체험형 공방으로 성장하고 싶기도 하다. 한 발짝 나아가 루미노소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아직은 막연하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조금씩 선명하게 스케치해 나가려 한다”며 웃음 지었다.

박 대표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선 청년들을 위해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청년은 어딘가에 뿌리 내리고 싶어서 바람에 날아다니는 씨앗 같다. 그 씨앗들이 원하는 곳을 찾아 안착하면 좋겠다. 청년의 시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찾아다니는 작은 존재다. ‘내가 일을 잘하고 있나’, ‘과연 행복한가’ 스스로 되뇌는 고민의 연속이다. 일터와 삶터가 바뀌듯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그 씨앗이 잘 안착할 때까지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훈훈함을 더했다.

실내에서도 강구안이 훤히 내다뵈는 풍경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실내에서도 강구안이 훤히 내다뵈는 풍경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오래된 다락방은 대공사를 진행해 세병관이 보이는 뷰로 재탄생,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다락방은 대공사를 진행해 세병관이 보이는 뷰로 재탄생,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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