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통영 도시재생사업 추진사항 현장 답변 거부 ‘밀실행정’
도시재생사업 옛 신아조선소 부지, 오염토양정화 5월 예정

 통영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중인 옛 신아조선소 부지.
 통영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중인 옛 신아조선소 부지.

“모든 질문은 문서로 주시면 본사에 보고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통영시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오염토양정화 작업이 오는 5월 계획된 가운데 사업 추진 현황을 묻는 질문에 사업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위 같은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서의 모든 질문에는 답을 해줄 수 없고, 공문으로 질문을 보내면 윗선에 보고 후 답변을 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옛 신아조선소 부지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 전까지 배를 건조하고 수리했던 곳으로,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업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속도를 낸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의 관심도 도시재생사업에 쏠리고 있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의 진척을 보이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함만 호소할 뿐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첫 시작인 오염토양정화는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정에 따라 폐조선소 부지 토양정화 검증 기준을 1~3(1지역-주거, 2지역-상업, 3지역 공원, 도로)지역으로 나눠 등급별로 적용한다. 하지만 육상을 기준으로 한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은 공유수면매립지였던 폐조선소 부지에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17년 경희대 지구환경연구소가 폐조선소 부지에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금속인 구리(Cu)의 최고농도는 2만1천886㎎/㎏였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이 수치는 토양환경보전법 오염 우려 기준으로 1지역 145배, 2지역 43배, 3지역 10배를 초과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지역에서는 모든 오염토양정화 검증 기준을 ‘1지역-주거’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LH는 1~2지역으로 오염토양정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봄비답지 않게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25일 한 시민은 “통영 도시재생사업 및 토양정화가 시작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같이 비가 많이 내리면 사업 대상지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다시 쓸려 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같은 날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옛 신아조선소를 찾았다. 사업 진행 상황, 오염토양정화 방식,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에 따른 환경 복구 대책 등 질의를 위해 사업자인 LH 통영 폐조선소 사업소를 방문했으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공문을 미리 보내지 않으면 답할 수 없다는 담당자의 단호한 말만 되돌아 왔다. 공사현장 또한 미리 공문을 보내 일정에 따라서만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H 사업소에서 내려다본 공사현장에는 오탁방지막이 보이지 않았다. 공사장 입구에서 만난 오염토양정화사업 회사 관계자는 오탁방지막은 설치된 상태라며 비가 내리고 있어 해수면에 따라 안보일 수도 있다는 설명과 함께 오탁방지막이 설치된 휴대전화 속 사진을 내보였다. 하지만 사업 현장을 살펴보지 못해 실제 오탁방지막이 설치됐는지는 확인이 불가하다. 또한 이날 미리 서면으로 질문 사항을 보내지 않아 사업 진행 상황 또한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통영시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오염토양정화 작업 공사안내 표지판.

시민들은 폐쇄적으로 일관하는 사업자의 밀실행정과 통영시의 안일한 태도에 우려를 표했다.

봉평동 주민 A씨는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할 사람은 통영시민이다. 사업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국제공모까지 하며, 최대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을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그동안 생색만 낸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했다.

이어 “사업자는 사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통영시 또한 무조건 사업자를 믿고 맡기는 안일한 행정에서 벗어나야 하며, 철저히 주민을 위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더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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